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자평도 ‘전 정권·야당 탓’

유설희 기자

국무회의서 소회 밝혀…‘외교안보’ 가장 큰 성과로 꼽아

“새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으면 과감한 인사조치” 지시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간 국정 운영을 자평했다. 한·일관계 회복, 대북 확장억제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주로 제시했으며 전세사기·금융투자사기·마약범죄 등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굴욕외교 등 논란이 많은 대외 정책을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고, 비판 여론이 높은 전세사기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 정권 탓, 야당 탓으로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하여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발언과 오는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한·일 정상이 함께 참배하기로 한 것을 거론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하였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면죄부를 준 굴욕외교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중국·러시아와의 갈등 고조 등 외교 리스크 심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시한 채 대통령 ‘결단’을 앞세워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외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지난 1년간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부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전세사기와 관련해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되었다”고 했다. 금융투자사기에 대해선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사기를 활개 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약범죄와 관련해선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으로 인해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려 했지만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정비를 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야당 탓을 했다. 여야 간 협치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다수 의석 때문에 국정 운영을 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 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조치’ 발언에 대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그립을 잡지 못하면 안 된다”며 “과거 정부에서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토대로 국무위원으로서 임해달라는 당연한 원칙을 말씀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TV로 생중계된 모두발언은 약 12분 분량으로, ‘대국민 담화’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1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 평가와 향후 방향에 대한 질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만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반성은 한마디도 없었고, 오로지 남 탓 타령만 가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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