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민단체 힘빼기’ 본격화…‘노조 옥죄기’와 닮은 꼴

유정인 기자    유설희 기자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는 ‘시민단체 힘빼기’ 정책의 연장선이다. 감사 착수부터 대책까지 일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야권과 묶인 ‘이권 카르텔’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나서 ‘법치·투명성 강조 → 사법처리 추진 → 범죄 집단화로 부정적 이미지 확산’이라는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강성 노조 압박과 닮은꼴이다. 정부는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시민사회 자율성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옥죄기는 윤 대통령이 직접 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7일 국무회의에서 보조금 사업의 회계 부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당시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며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날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적 자체 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감사가 정치적 의도와 무관한 투명성 확보 측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목적은 국민의 혈세를 효율적으로 제대로 맞게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성 확보’를 내걸었지만 기저에는 대통령실이 규정한 ‘야권 세력’의 해체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사활이 걸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판적인 노조·시민단체 힘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 역시 ‘투명성 강화’라는 방향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비리 내용이 공개된다면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빠르게 결집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 부정적인 보수층 여론을 결집해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뜻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조·시민단체 압박은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 당시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보면서 가속화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 선언부터 문재인 정부를 ‘이권 카르텔’ 정부로 비판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이권 카르텔을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노조, 시민단체 등이 결합한 것으로 구체화해 공세를 폈다. “선거 때 도움주는 민노총(민주노총), 전교조, 일부 시민단체만 손잡고 도와주고 세금을 밀어줬다” “민노총, 전교조, 몇 개 시민단체 끼고 자기들끼리 나눠 먹었다”(지난해 2월17일 유세)는 발언에서 이같은 인식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한 줄 공약에도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를 내걸어 범죄 집단화했다.

정부 출범 이후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 강화’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이를 “정의기억연대 등의 보조금·기부금 부적절 사용 논란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부턴 노조와 시민단체를 겨냥한 압박이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민주노총 등 일부 노조는 ‘3대 부패’ 세력으로 꼽아 회계 투명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했고, 곧이어 시민단체로 범위를 넓혔다.

시민단체 자율성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시민단체 보조금 5000억원을 삭감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기반이 약한 시민단체의 경우 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 국정과제에 활동 과제를 맞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시민단체 압박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시민단체 활동 범위와 자율성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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