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반 지나야 궤도 안착…달 표면 등 탐사

이정호 기자

달 탐사선 ‘다누리’ 공개

우크라 수송기 운송 계획
전쟁 탓 미국 보잉으로 바꿔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지구서 150만km 튕겨 나갔다
S자 그리며 달 궤도로 진입
“1년간 임무…연료가 변수”

지난 3일 오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내 조립시설 안, 농구 경기장만 한 공간 중앙에 대형 가정용 냉장고 두 배 크기의 ‘검은색 물체’가 놓여 있었다. 한쪽 벽에 대형 태극기가 부착된 이 방에는 각종 기계장비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들어가려면 내부에 놓인 장비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온몸을 감싸는 특수 의복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이날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와 각종 연구 장비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다누리는 올해 8월3일 오전 8시2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국 우주군 기지에서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다누리는 직육면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총중량 678㎏에 가로 2.14m, 세로 1.82m, 높이 2.19m다. 내부에는 달 표면을 살피고, 자기장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 연구진이 만든 관측장비 5개가 실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장비 1개도 탑재됐는데, 영구음영지역에서 얼음 형태의 물을 찾는 기능을 한다.

다누리에 탑재된 장비 대부분은 검은색 천으로 뒤덮여 있었다. 전하가 부품 밖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 오작동이나 고장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김은혁 항우연 박사는 “다누리는 발사 직후 접었던 태양전지판을 펼쳐 배터리 충전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누리는 발사장인 미국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있었다. 원래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안토노프 AN-124 수송기에 탑재할 예정이었다. AN-124는 길이와 폭이 약 70m에 이른다. 한국은 2018년과 2020년에도 천리안 위성을 AN-124로 옮겼다. 이렇게 큰 수송기를 쓰는 건 운송 때 충격과 습도 변화 등에서 위성을 보호할 컨테이너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생긴 정정 불안으로 AN-124를 쓸 수 없게 됐다. 결국 다누리는 보잉747 화물기에 실려 발사장이 있는 미국으로 다음달 5일 출발한다. 컨테이너도 천리안 위성 운송 때 쓰던 것을 재활용하지 못하고 새로 제작했다.

<b>‘다누리’와 교신할 안테나</b>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와 교신하기 위해 경기 여주에 구축된 심우주(먼 우주) 안테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누리’와 교신할 안테나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와 교신하기 위해 경기 여주에 구축된 심우주(먼 우주) 안테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날 항우연은 위성 관제실도 공개했다. 전면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인력 60여명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크린에는 다누리가 비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로를 계산한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다누리의 비행 궤도는 독특하다. 발사 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먼 우주까지 튕기듯 날아간다. 그 뒤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에 이끌려 에스(S)자를 그리며 부메랑처럼 달 궤도 100㎞로 돌아온다. 지구에서 달로 바로 갈 때보다 시간은 더 걸려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발사 뒤 달 궤도에 도착하는 데 4개월 반이 걸리고, 이 기간에 9번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모두 성공하면 다누리는 올해 12월16일 달 궤도에 안착한다. 내년 1월에 시운전을 한 뒤 2월부터 12월까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1년간 임무를 마친 뒤에도 연료가 남으면 임무 기간이 연장된다”며 “연장 여부는 내년 중반쯤 연료량을 확인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한국의 우주개발이 다른 선발국보다 뒤지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다른 나라가 1960년대에 유인 탐사까지 한 상황에서 한국이 왜 지금 달 탐사를 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있지만 이런 노력이 있어야 향후 심우주(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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