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600㎞서 손에 잡힐 듯 지상 풍경 ‘찰칵’…‘눈 밝은 위성’ 제작 현장 가보니

이정호 기자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등 현장 공개

‘0.3m급’ 광학카메라 위성 내년 발사

야간 촬영 ‘영상레이더’ 등 조립·시험

위성 발사체 기술 역량 강화에도 속도

대전 쎄트렉아이 연구소에서 지난 21일 회사 소속 연구원들이 ‘스페이스 아이-티’ 인공위성 본체를 조립하고 있다. 본체 근처에는 검은색 원통 형태의 카메라도 보인다. 쎄트렉아이 제공

대전 쎄트렉아이 연구소에서 지난 21일 회사 소속 연구원들이 ‘스페이스 아이-티’ 인공위성 본체를 조립하고 있다. 본체 근처에는 검은색 원통 형태의 카메라도 보인다. 쎄트렉아이 제공

지난 21일 찾은 대전 쎄트렉아이 연구소 조립시설에서는 파란색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들 앞에 놓인 지름 1.5m 내외의 육각형 형태 ‘기계’ 근처에서 드라이버를 돌리거나 아예 기계 아래로 등을 붙이고 들어가 각종 부품을 꼼꼼히 살폈다. 조립시설 내에는 높이 약 2m, 폭은 1m에 이르는 드럼통 형태의 검은색 원통도 서 있었다.

국내 위성제작기업 쎄트렉아이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제작 중인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의 모습이었다. 스페이스 아이-티는 내년 초 미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지구 궤도 600㎞에 투입될 예정이다.

조립시설에 놓여 있던 육각형 형태의 기계는 컴퓨터와 센서 등이 들어간 스페이스 아이-티의 본체, 검은색 원통은 본체에 장착될 지상 관측용 카메라였다.

스페이스 아이-티에 들어갈 지상 관측용 카메라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촬영한다. 바로 ‘광학 카메라’다. 광학 카메라를 단 위성은 지금도 많지만, 스페이스 아이-티는 특별하다. 해상도 0.3m급 초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했다. 지금까지 등장한 상용위성 카메라 가운데 해상도가 가장 높다.

인공위성 카메라 해상도가 0.3m라는 것은 지상의 가로·세로 길이 각 0.3m가 만든 네모난 면적을 하나의 ‘점’으로 인식해 찍는다는 뜻이다. 해상도 숫자가 적을수록 지상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해상도 0.3m급 카메라로는 지상의 자동차가 소형차인지, 중형차인지까지 구별할 수 있다. 나무와 건물 모습도 뚜렷이 보인다. 항공 사진과도 별 차이가 없다.

쎄트렉아이는 스페이스 아이-티로 위성사진 판매 사업을 할 계획이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우주에서 지상을 꾸준히 촬영해 사진을 다량 저장해 놓을 수 있다”며 “고객 요청을 받아 특정 지역과 시점에 사진을 찍어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을 대량 생산한 뒤 구매자를 기다리거나 고객 주문을 받은 뒤 사진을 별도로 찍어 즉시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전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우주를 향해 성공적으로 발사한 소형 SAR 위성의 실물 크기 모형. 태양광 전지판이 날개처럼 삐죽이 튀어나오지 않고 본체와 결합돼 있는 일체형 디자인이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우주를 향해 성공적으로 발사한 소형 SAR 위성의 실물 크기 모형. 태양광 전지판이 날개처럼 삐죽이 튀어나오지 않고 본체와 결합돼 있는 일체형 디자인이다. 한화시스템 제공

하지만 스페이스 아이-티를 비롯해 광학 카메라를 달고 있는 위성은 촬영 지역이 밤이 되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구름이 끼어도 어렵다. 가시광선이 풍부한 낮이나 맑은 날씨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 ‘영상레이더(SAR)’이다.

SAR은 레이더, 즉 전파로 지상을 촬영한다. 위성이 지상으로 전파를 쏘면 굴곡에 따라 위성으로 되돌아오는 전파에 시간 차가 생긴다. 이것을 계산해 지상 형태를 알아낸다.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밤이 되든, 구름이 끼든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SAR은 첨단 전략기술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외국 지원을 받아 만드는 것도 어렵다.

같은 날 찾은 경기도 용인 한화시스템에서는 바로 이 SAR을 장착한 위성을 조립·시험하고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우주로 소형 SAR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

소형 SAR 위성 모습은 특이하다. 이날 공개된 실물 크기 모형을 보면 성인이 두 팔을 벌려야 닿을 수 있을 정도의 폭을 지닌 직육면체였다. 태양광 전지판이 날개처럼 툭 튀어 나온 일반 위성과는 다르다. 본체와 태양광 전지판이 일체화됐기 때문에 나오는 모양새다. 이런 소형 SAR 위성 32기를 지구 궤도에 띄우면 평균 30분에 한 번 특정 지역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한화시스템은 보고 있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함정용 가스터빈엔진을 살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함정용 가스터빈엔진을 살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이런 위성들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발사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는 자체 개발한 ‘누리호’가 있다. 누리호 1~3단에는 엔진 총 6기가 들어가는데, 이들에 대한 총조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시험용 모델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총 46기의 누리호 엔진을 제작했다. 2022년에는 누리호의 제작 노하우를 이전받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다. 누리호가 운송할 수 있는 것보다 중량이 큰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거나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데 쓸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개한 창원사업장의 엔진조립동에서는 국산 경공격기 FA-50과 한국형 구축함 정조대왕급 2번함에 들어가는 가스터빈엔진을 한창 제작 중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기권 안에서 운영되는 이런 가스터빈엔진 제작 역량을 누리호 엔진 제작에도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액체로켓엔진 제작 기술과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발사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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