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만 있나? 전기선박도 있다

이정호 기자

‘매연 없이’ 배터리 동력으로 가는 첫 ‘전기 추진 컨테이너선’

연말 노르웨이서 출항…한국도 2023년 목표 차도선 개발 중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호’. 길이가 80m 수준인 소형 컨테이너선이며, 올해 말 노르웨이에서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야라 인터내셔널 제공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호’. 길이가 80m 수준인 소형 컨테이너선이며, 올해 말 노르웨이에서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야라 인터내셔널 제공

소시지처럼 길쭉한 몸통에 뾰족한 뱃머리, 평평한 갑판을 지닌 화물선 한 척이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다. 근처의 또 다른 배, 그리고 멀리 보이는 나무들의 크기와 견줘 보면 화물선의 길이는 대략 100m 육상 트랙보다 조금 짧아 보인다. 화물선치고는 큰 덩치도 아니고, 외형에서 특별한 특징을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배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다. 디젤엔진 같은 내연기관이 아니라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에서 동력을 얻는 세계 첫 ‘전기 추진 컨테이너선’이기 때문이다.

■ 연말 전기 컨테이너선 첫 등장

지난주 CNN 등 외신은 배터리에서 뽑아낸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컨테이너선이 올해 말 노르웨이에서 운항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인공은 노르웨이에서 개발된 ‘야라 버클랜드호’이다. 길이 80m에 120TEU 규모의 소형 컨테이너선이다. 1TEU는 길이가 20피트(6.096m)인 표준 컨테이너를 뜻한다. 야라 버클랜드호에는 이런 컨테이너를 120개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대 속도는 13노트(시속 24㎞)이다. 야라 버클랜드호를 추진하는 힘은 7㎿h 용량의 배터리에서 나온다. 야라 버클랜드호는 내륙 수로를 타고 도시 간 운항을 할 예정이다. 제작사 측은 이 배가 연간 4만대의 화물차 운행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의 2.5~3%가 선박에서 나온다. 여객선만 따지면 한 척당 연간 이산화탄소 127t이 배출된다.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한다는 세계 각국의 목표를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오염원이다. 전기 추진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호의 등장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확실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선박 추진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전기 추진 차도선’ 상상도. 사람 100명을 태우고 차량 20대를 실을 수 있는 규모로 제작될 예정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국내에서 개발 중인 ‘전기 추진 차도선’ 상상도. 사람 100명을 태우고 차량 20대를 실을 수 있는 규모로 제작될 예정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 일단 중소형 선박 위주 개발

전기 추진 기술은 일단 단거리 운항을 하는 중소형 선박 위주로 적용되고 있다. 길게는 수개월씩 장거리 운항을 하는 큰 선박에 적용하기에는 현재 배터리 성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선박의 갑판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계속 전기를 만드는 방법도 패널 면적에 대비한 전기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실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다. 이런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2015년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관련 연구가 소형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호의 등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도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선박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내 연구기관, 기업들은 2023년 ‘전기 추진 차도선’ 시험운항을 한다는 계획이다. 차도선은 사람과 차량을 한꺼번에 싣는 배이며, 연안에서 주로 운항하는 소형 선박이다. 해수부는 차량 20대를 싣고 사람 100명을 태우는 차도선을 만드는 게 목표다. 관련 연구자인 최재학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 추진 차도선은 현존하는 배터리와 전기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실현 가능한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려는 연구 과제”라고 설명했다.

■ 대형선에선 ‘하이브리드 동력’ 필요

그렇다면 배 길이가 수백m에 달하는 5000~2만TEU 수준의 대형 컨테이너선에선 전기를 어떻게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과학계에선 배터리를 다른 추진 수단과 조합해야 한다고 본다. 가솔린 엔진과 배터리를 합쳐 동력을 뽑아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념을 바다 위에서 실현하자는 것이다. 동력원으로 배터리만 고집해서는 초거대 선박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최재학 책임연구원은 “대양을 건널 정도로 장거리를 운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결국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을 내부에 실어야 한다”며 “추진 방식을 배터리를 중심으로 예상한다면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을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을 거친 뒤 결국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결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작사 측은 야라 버클랜드호에 승무원 개입 없이 움직이는 자율운항 시스템도 넣을 예정이어서 이 컨테이너선이 미래형 선박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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