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오염수 최종 보고서 발표했지만…“정화능력 평가 없어”

이정호 기자

직접 설비 점검 없어…일본 측 자료로만 평가

보고서 도입부에 “책임지지 않는다” 명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탱크. 현재 1000여기 탱크에 오염수 133만t이 저장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탱크. 현재 1000여기 탱크에 오염수 133만t이 저장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나오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에 대해 “문제 없다”는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오염수 방류의 적정성을 가늠할 결정적인 근거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이 빠져 있다. IAEA가 일본 정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알프스가 정상 성능을 발휘한다는 전제 하에 장밋빛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향후 IAEA 최종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를 위한 적정한 근거가 될 수 있느냐를 두고 한바탕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IAEA는 4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일본 도쿄 방문 중 개최한 기자회견과 동시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중간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에 대한 IAEA의 정리된 입장이다.

최종 보고서에서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의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염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AEA는 또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과 후에 일본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합리화하는 주요 근거가 되는 알프스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능 물질 정화장치로 62개 핵종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정수기에 달린 필터와 같다고 보면 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이번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알프스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며 “알프스가 잘 돌아가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알프스가 믿을 수 있는 방사능 정화 장치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IAEA가 자체적으로 설비를 뜯어보는 식의 검증은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제출한 알프스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IAEA는 단순 평가만 했다는 얘기다.

이번 IAEA 최종 보고서의 의미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소장은 “이번 최종 보고서의 도입부를 보면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IAEA는 견해만 발표했을 뿐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최종 보고서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형 저장탱크 건설을 통한 육상 보관 같은 또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도 사실상 무시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IAEA 최종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 여부에 대한 과학적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IAEA가 최종 보고서에 알프스 기술 검증 내용을 제대로 싣지 않았고,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이 커지면 또 한 차례 정당성 논쟁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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