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미래 찾는 기술의 여정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 탈피…‘중앙아시아 5개국 자원 DB’에 거는 기대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광물자원 가운데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비타민’에 비유할 만한 것이 있다. 반도체, 휴대전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희유금속(rare metal)’이다.

한국은 일찍이 광물 35종을 희유금속으로 지정하고 그중 10대 금속을 비축 광산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희유금속보다 좀 더 범위를 넓힌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한국에서도 이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K반도체’에 이은 ‘K배터리’로 한국 기술개발 역량이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래 먹거리를 만들 산업 원료 공급망의 대부분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얼마 전 불거진 ‘제2의 요소수’ ‘제2의 수출규제’ 사태를 또 겪지 않으려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주력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중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은 무엇일까. ‘산화텅스텐’이다. 무려 94.7%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산화텅스텐은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원료이며, 대체재를 구할 수 없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인 광물자원 확보 파트너로 최근 우즈베키스탄이 주목받고 있다.

우즈벡은 텅스텐 매장량 세계 6위 국가이자 몰리브덴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특히 우즈벡은 구소련 시대부터 중앙아시아 모든 지역의 광상 조사 내용과 지질도면 등 중요 지질자원 정보를 보유·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중앙아시아 광물자원 거점 마련을 위해 우즈벡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우즈벡은 189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15만권의 보고서와 70만장 도면이 포함된 중요 지질자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구소련 시대부터 조사·발간된 지질자원 보고서와 도면이 있음에도 낙후된 시스템으로 금과 희유금속의 매장량 등 중요 자료가 훼손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09년부터 우즈벡 지질자원 전문가 대상 초청 교육과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즈벡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지질자원위원회는 2019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지질자원 디지털 자료 데이터베이스(DB) 및 기술 교류의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선택했다. 앞으로 디지털 작업을 통한 체계적인 DB 구축을 위해 우즈벡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그린 인플레이션’과 미·중 갈등 악화로 핵심 광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광물자원 DB라는 지질자원과 연관된 ‘틈새 기술’을 매개로 다가오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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