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구덩이 발견, 우회한다”…국내 연구진,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이정호 기자

기계연, 흙길·산길 자율주행 기술 고안

해외 기술보다 인식 속도 1.5배 향상

건설용 차량·전차 등에 활용 기대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비포장도로에 놓인 벽돌 더미를 피해 움직이고 있다. 기계연구원 제공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비포장도로에 놓인 벽돌 더미를 피해 움직이고 있다. 기계연구원 제공

흙길이나 산길에서 자동차 스스로 구덩이와 바위를 피하며 목적지까지 달릴 수 있게 하는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현재 쓰이는 비슷한 해외 기술보다 장애물을 인식하는 속도가 1.5배 빨라 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험지를 달리는 건설용 차량이나 전차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한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비포장도로에서 자동차가 각종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주행가능 영역 추정 기능’과 ‘주행 제어 기능’이다. 자동차가 주행할 길의 높낮이를 알아내는 역할이다.

현재 각 기업과 대학,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자율주행 기술 대부분은 자동차가 평탄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달리는 상황, 즉 ‘온로드’를 전제로 한다.

포장도로에서는 자동차가 굴러떨어질 정도의 깊은 구덩이나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커다란 바위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온로드 자율주행 기술로는 이런 장애물을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높낮이가 다른 거친 지형을 잘 인식할 수 있는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극복한 것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은 호주 광산에서 쓰이는 덤프트럭 등에 일부 상용화돼 있다. 기계연구원 연구진은 장애물을 인식하는 속도를 기존 해외 연구진의 오프로드 자율주행 기술보다 1.5배 높였다고 밝혔다.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더 빠르게 알아보고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사과 상자 크기로 제작한 시제품 자율주행차의 작동 동영상을 보면 자율주행차는 흙길에 놓인 벽돌 더미를 피해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이동 방향을 민첩하게 바꾼다. 장애물 앞에서 멈칫거리며 속도가 줄어드는 일도 없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에 장착하는 핵심 장비인 ‘라이다’ 센서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기술도 만들었다. 라이다에 흙탕물이 묻었을 때 실시간으로 세척액을 분사해 와이퍼로 닦아내는 구조다. 이 모든 과정에는 단 6초가 걸린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쏴 전방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알아내는데, 이물질이 묻으면 성능이 떨어진다.

연구진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나 비를 라이다가 전방의 장애물로 인식해 오작동하는 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기상 악화에도 제대로 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센서 보정 기술도 만들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굴착기, 덤프트럭, 트랙터와 같은 산업용 기계는 물론 전차 등 국방용 무인차량에도 이번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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