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에 끈적한 ‘신비의 젤’ 묻혔더니 해충이 뚝···이유는 무엇?

이정호 기자

특수 젤 안에 해충 잡는 기생충 주입

옥수수 잎 발랐더니 방제 효과 뛰어나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 몸속에 침투하는 선충을 특수 젤에 담아 옥수수 잎에 바르는 모습. 농약을 쓰지 않고 옥수수 해충 방제가 가능하다. 스위스 뇌샤텔대·르완다 농업 및 동물자원 개발위원회 제공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 몸속에 침투하는 선충을 특수 젤에 담아 옥수수 잎에 바르는 모습. 농약을 쓰지 않고 옥수수 해충 방제가 가능하다. 스위스 뇌샤텔대·르완다 농업 및 동물자원 개발위원회 제공

옥수수를 해치는 대표적인 해충인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를 농약을 뿌리지 않고도 없앨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방제법이 개발됐다. 애벌레 몸속에서 살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무해한 기생충을 특수 젤 안에 넣은 뒤 치약 짜듯 옥수수 잎에 발라놓는 것이다.

스위스 뇌샤텔대와 르완다 농업 및 동물자원 개발위원회 소속 과학자들은 공동 연구를 통해 ‘선충’으로 옥수수 해충인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를 방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에 실렸다.

선충은 몸 크기가 수㎜ 수준인 작은 동물이다. 많은 선충이 동·식물 안에서 기생충 형태로 산다. 열대거세미나방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한다.

연구진은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에게는 치명적인 선충을 농장에 투입한다면 농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옥수수를 지킬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방제법을 실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 몸에 기생해 살 만한 선충은 흙 밖으로 나가면 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선충이 강한 햇볕에 금세 말라붙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선충이 흙 밖에 나가서도 계속 촉촉한 수분에 보호될 수 있도록 ‘카복시메틸셀룰로스’라는 물질을 사용했다. 카복시메틸셀룰로스는 원래 고체이지만, 물에 녹으면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는 화학물질이다. 이 안에 선충을 섞어 넣은 것이다. 이 물질은 환경에도 해가 되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선충이 포함된 카복시메틸셀룰로스를 튜브에 담아 주택 인테리어 작업 때 많이 쓰는 ‘코킹 건’을 이용해 옥수수 잎에 묻혀놓았다.

연구진은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 방제 능력이 살충제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르완다에서 야외 실험을 통해 2주 간격으로 3~4번 선충이 섞인 카복시메틸셀룰로스를 옥수수 잎에 묻혀놓자 열대거세미나방 애벌레를 50% 줄일 수 있었다. 옥수수 생산량도 ㏊(헥타르)당 1t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살충제를 대체할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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