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10년> 함께 책 읽고 토론하며, 글쓰며… 인생 후반 가꾸는 ‘지혜의 정원’
지난주 7일 수요일 오전, 멀리 바다가 보이는 부산 영도구 함지로의 영도도서관 내 지혜 플러스관 문을 열자 토론의 열기가 후끈했다. 주제는 ‘환경’. <침묵의 봄>과 <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의 대화> 두 권이 주 텍스트였지만, 원자력에너지를 환경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개인의 실천과 정부·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정치·소비자 운동까지, 또 각자 경험담과 실천적 제안, 환경 문제로 돌아본 인간의 본성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이야기가 흘러넘쳤다.이날 모임은 영도도서관이 지난 8월10일부터 10월26일까지 12주간 매주 수요일 오전 3시간씩 ‘대화, 공감, 소통, 치유의 지혜’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지혜학교의 두 번째 후속모임이었다. 도서관 지혜학교는 지역 대학이 기획하고 도서관과 연계해 신중년의 인문활동을 지원하는 인문심화 프로그램이다.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으며 올해는 137개 도서관 140개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고혜림 부산대 교양교... -
“이 곳이 뜨거운 역사의 현장” 농촌 도서관이 불 댕긴‘아리랑’ 읽기 열풍
<4> 전북 김제 금구도서관 ‘아리랑으로 돌아보는 김제 역사’전북 김제시에 <아리랑> 열풍이 불고 있다. 김제시 금구리의 작은 농촌 도서관이 대하소설 <아리랑>으로 진행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 불을 댕겼다. 이 도서관의 본관인 김제시립도서관에 ‘아리랑 독서단’이 꾸려지는가 하면 김제 시민들은 전체 12권에 이르는 이 장편 소설의 필사(筆寫)에 나섰다. 김제시 서낭당길 김제시립도서관에서는 지난 9월부터 매주 화요일 밤‘아리랑 독서단’이 열린다. 김제 시민 20여명이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을 읽으며 여기에 담긴 역사를 공부하는 책 모임이다. 모임이 꾸려진 것은 산하 분관인 금구도서관이 지난 5~8월, ‘징게 맹갱 외에밋들 아리랑으로 돌아보는 김제역사’라는 주제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을 마친 직후였다. 그러니까 ‘아리랑 독서단’은 금구도서관이 열었던 프로그램의 속편인 셈이다.‘징게 맹갱 외... -
지지·감시·협력·비판···‘K컬처’ 키워내는 건 바로 나!
서울 독막로 마포구립서강도서관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명문이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빠짐없이 프로그램을 열었다. 2018년 ‘인디, 지속 가능한 자가발전을 꿈꾸다’란 주제로 연 프로그램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최우수상, 2020년과 2021년에는 잇달아 우수상을 받았다. 마포의 특성과 주민의 삶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며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인문학으로 자리 잡은 덕이다.이 도서관이 ‘다시, 지금, 여기 K-마포’라는 주제로 열었던 2022년 프로그램도 마포라는 지역의 색깔과 주민의 삶이라는 화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송미선 사서에 따르면 마포는 한류, 혹은 이른바 K컬처의 중심이다. 디자인과 인디, 그리고 젊음으로 대표되는 홍대입구와 상수동, 한국 출판의 거점이자 중심인 연남동과 서교동, 최신 문화예술 콘텐츠가 생산되고 발신되는 디지털미디어시티, 그리고 머잖아 완공되는 한류공연 관광 콤플렉스 등은 마포를 넘... -
작가가 된 경험, 내 인생의 도움닫기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차츰 잦아들던 지난 13일 일요일 오후, 제주 노형동 탐라도서관 세미나실엔 삼삼오오 반가운 인사와 정담이 오가고 있었다. “어머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축하해요” “고마워”. 꽃다발을 건네는 손길과 간간이 터지는 웃음꽃이 따뜻함을 더했다.탐라도서관은 2020년부터 수강생이 원고 작성부터 편집, 디자인, 인쇄과정 전반에 참여해 책 한 권을 발행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은 ‘독자에서 작가로, 생각에서 세상으로, 제주 독립출판’. 이날은 3기생 21명의 책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강사들의 축사 후 참여자들이 책 내용을 소개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난 5월 시작해 6개월간 25회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소감을 형용사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에 ‘스트레스’ ‘날벼락 같은’ ‘독보적’ ‘신기한’ ‘뿌듯한’ ‘놀라운’ ‘판타스틱’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야말로 갖가지 감정이 녹아있는 달콤쌉싸름한 경... -
일상으로 들어온 인문학 “내 삶이 풍성해졌어요”
동네 도서관에서 유명강사의 강의를 듣고 지역 탐방도 떠나고, 미술관·숲길도 걷고, 책도 써 보고, 각종 영상언어를 배우고 실습도 한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먹거리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 지역에서 환경보호 봉사활동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과 동아리도 만든다.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도서관의 변신, 그 중심엔 10년을 맞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있다.<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2013년 지역의 다양한 인문 자원들을 발굴해 인문학 강연을 듣고 주제에 맞는 탐방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강연으로 배웠던 것들을 실제로 가서 보고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인문학이 삶 속으로 확장됐다. 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발적인 후속모임이 꾸려지고, 함께 소통하고 배우는 기쁨으로 가지를 뻗어갔다. 공공도서관이 지역문화시설의 거점 역할로 꽃을 활짝 피우게 된 계기였다.초창기엔 ‘전통적인’ 인문학으로 꼽히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