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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으로 가는 길…정치, 준비됐습니까
제주도에서 ‘탄소중립’ 실험이 시작된 지 10년째를 맞는 2022년. 한국은 오는 3월과 6월에 각각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이나 기후위기 문제는 정치권의 ‘구호’에서도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대선 유력주자들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기후위기 대응책을 담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법·제도 정비와 적극적인 지원 등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2012년부터 시작된 제주의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등에 대한 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갈등을 치유하고 정의로운 분배를 논의하는 정치적 과정이 모두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
치트키 같은 기술은 없다 …과학적 사고와 책임있는 정치, 함께 가야
제주도에서 ‘탄소중립’ 실험이 시작된 지 10년째를 맞는 2022년. 한국은 오는 3월과 6월에 각각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이나 기후위기 문제는 정치권의 ‘구호’에서도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대선 유력주자들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기후위기 대응책을 담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법·제도 정비와 적극적인 지원 등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2012년부터 시작된 제주의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등에 대한 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갈등을 치유하고 정의로운 분배를 논의하는 정치적 과정이 모두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탄소감축은... -
“현장 고려하지 않은 기후정책 ‘한계’ 지역주민들부터 변해야 지속 가능”
“커피는 제 텀블러(다회용컵)에 담아주세요.”기후위기는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을까.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는 텀블러 사용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가는 사람들을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 스타벅스코리아가 개인컵 이용 고객의 혜택을 강화한 지난달 13일 이후 2주간 고객들의 텀블러 이용률을 조사해 보니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제주에서는 도 차원에서 텀블러 사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30일 본청과 출자·출연 기관 내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제주대학교와 도내 개인 사업장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 사용’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텀블러 사용 등 개인의 일상적인 실천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을 넘어 아예 환경을 중심에 두고 삶의 경로를 바꾸거나, 가치관을 새롭게 세운 청년들이 있다. 경향신문 신년기획 ‘탄소중립 제주, 미리 ... -
농업‘생산’만 보는 뜬구름 정부 정책…‘먹거리 시스템’ 봐야 탄소중립 가능
충남 서산시에서 농사를 짓는 전량배씨가 2020년 8월9일에 쓴 영농일기(매일의 농사활동을 기록하는 일기)에는 짧고 무거운 한 줄이 적혀 있다. ‘긴 장마. 전국적으로 내리는 폭우… 기후변화. 기후위기….’ 그보다 일주일 전 일기에 띄엄띄엄 적혀 있는 단어에도 전씨의 고민이 묻어난다. ‘늦장마. 집중호우. 강한 바람… 곳곳 침수, 붕괴… 옥수수 대부분 쓰러짐.’ 그해 장마는 역대 가장 길게 이어졌다. 전씨의 옥수수밭이 있는 중부지방에는 54일간 비가 내렸다. 수확을 앞두고 있던 옥수수들이 집중호우에 쓰러졌다. 그해 전씨의 옥수수 수확량은 평년의 10%에 불과했다.“원래 옥수수가 150망쯤은 나오는데 그해에는 15망만 나온 거예요. 고정적으로 옥수수를 주문하는 고객이 60~70명쯤 되는데, 전화해 사정을 설명했더니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람에 옥수숫대가 쓰러진 사진을 보냈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서 깜짝 놀라요. 도시에 사는 분들은 장마가 오면 그냥... -
불러들인 관광객 만큼 쓰레기 동반 성장…‘청정제주’ 다시 찾으려면
현재 전 세계인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플라스틱 칫솔은 1938년에 미국에서 발명됐다. 보통 사람들은 3~4개월에 한 번씩 칫솔을 교체한다. 해마다 전 지구에 칫솔 230억개가 버려지는데, 84년 전 만들어진 최초의 제품을 포함해 플라스틱 칫솔들은 아직까지 단 한 개도 썩지 않은 채 땅속이든, 바닷속이든 지구상에 남아 있고, 인류에겐 ‘플라스틱의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탄소중립의 핵심은 흔히 에너지 전환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란 질문 역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다. 인류의 막대한 에너지 사용량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쓰레기이다.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탄소가 발생한다.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사용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을 갖지 않고 에너지 전환만 한다면 탄소중립은 이룰 수 없다.세계적으로 봐도 한발 앞서 ‘탄소 배출 없는 섬(CFI... -
여기에도 저기에도 ‘신공항’ 탄소 뿜어내는 국토계획
항공 분야 탄소, 20년 뒤 3배 급증국제사회는 비행수요 관리하는데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신공항 정책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해안에는 층층이 쌓인 암벽이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기묘한 모양의 절벽이 있다.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용머리 해안’이라 불린다. 올레10코스와 연결돼 제주의 절경을 뽐내는 명소로 꼽히지만, 용머리 해안 탐방로를 걷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탐방로가 바닷물에 잠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용머리 해안 탐방로를 종일 관람할 수 있는 날은 6일로 2016년(63일)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루 종일 출입이 통제되는 날은 106일에서 204일로 같은 기간 두 배가량 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991~2020년 국내 전 연안의 해수면은 해마다 평균 3.3㎜씩, 총 9.1㎝ 상승했다. 해수면 상승 속... -
육지보다 10년 앞선 제주의 전기차 시대…내연차도 늘어 탄소중립 더 멀어졌다
■돌하르방보다 더 흔한 전기차 충전기 ‘2만대’“제주도가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선언한 이듬해인 2013년이었어요. 도가 도민 대상으로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소식에 고민 없이 공모에 참여했어요. 그때만 해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추첨에서 떨어지고 말았죠.”맞벌이 부부인 강지훈씨(42)는 당시 아이 양육을 위해 처가가 있는 제주시 외곽으로 이사해 직장과의 거리가 크게 멀어졌다. 강씨의 한 해 평균 주행거리는 2만5000~2만7000㎞. 제주에서도 자동차를 많이 운행하는 편에 속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때였다. “승용차 기름값만 한 달에 50만원 안팎이었으니 무시할 수 없었죠. 이럴 때 도에서 전국 최초로 민간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보급한다고 하자 관심이 대단했어요.” 이전까지 전기차는 공공기관의 주정차 단속용 차량으로만 쓰이고 있었다. 강씨는 이듬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 ... -
중앙 중심 에너지 정책에 묻힌 지역 주민들의 삶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층 아파트를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고, 부엌에서 전자레인지를 쓰고, 밤에도 환한 거리를 걷는 도시의 일상은 전기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아무도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도시엔 언제나 충분한 전기가 공급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은 전기를 많이 쓰지만, 생산은 거의 하지 않는다. 대도시들에서 쓰는 이 많은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에너지 전환은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현재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절반가량은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그동안 에너지 전환 문제는 석탄에서 태양광, 풍력으로의 전환 등 ‘발전원의 변화’에만 국한돼 다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발전원의 전환뿐 아니라 새로운 발전원이 어느 지역에 들어서는지, 그 과정은 적절한지, 생산된 전기는 누가 사용하게 되는지까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 전환... -
카본프리아일랜드의 카본발전소들
‘기후변화’라는 말이 낯설고,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거의 쓰이지도 않던 2012년. 제주도는 섬의 미래를 바꿀 만한 선언을 했다.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쓰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고, 모든 차는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이 대담한 계획은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그 후 10년이 지났다. 변화가 아니라 ‘위기’라고 할 만큼 기후 상황은 악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정상들이 기후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일 정도다. 한국도 2020년에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고, 지난해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하는 기본법이 제정돼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부터 제주가 해왔던 정책들이 육지에서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제주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