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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
일본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문예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72)은 “지금은 성장이나 변화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시대가 됐지만,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라는 생각, ‘스몰 이즈 뷰티풀(Small is beautiful·작은 것이 아름답다)’이라는 사고가 오히려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가라타니는 경향신문과의 신년 특별인터뷰에서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이후 일본 사회에 대해 “(강한 일본을 외쳐온) 자민당이 집권한 이번 선거결과처럼 좀 더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표면적으로 대두한 반면 안전하고 한가롭게 살자,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려는 움직임들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 동안 일본 사회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탈원전) ‘데모(시위)’도 이런 (시민들의) 염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6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가라타니의 저작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바 있는 박유하 세종대 교수(일어일문과)... -
(5) 법륜 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은 일상사의 답답함을 단박 후련하게 풀어주는 식으로 ‘즉문즉설’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안철수 멘토’로 알려지면서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쟁점을 파하다>, <새로운 100년,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를 잇따라 출간해 첨예한 사회 현안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평화재단에서 만난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 주인공답게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민심,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국민 대통합의 리더십, 남북 문제, 강정마을·쌍용차·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갈등의 본질과 해법 등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법륜 스님은 “지난 대선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대립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정치가 정말 절박하게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화쟁적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통합당의 ... -
(4) 한완상 전 통일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은 “박근혜 당선인이 아버지의 유신체제 유산을 털어내고, 이명박 정부 5년의 대북정책 문제점을 잘 극복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평화지향적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한 전 부총리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박 당선인은 ‘종북좌파’라고 욕먹을 일이 전혀 없으므로 과감하게 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대북 ‘퍼주기’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띄우고, 핵실험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미국과 한국의 북한 압박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남북관계를 경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북한과 협력한다면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에 기여함은 물론 국민으로부터도 새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 붕괴시킨 뒤 흡수 궁리만MB 정부 대북정책은 50점… 미국까지 실패하... -
(3) 장하준 교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50)는 경향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복지 없인 성장이 없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어떻게 바꿀지 합의해야 한다”며 “1~2년 사이에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틀을 다지지 않으면 20년을 까먹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벌 오너들을 향해 “재벌이 크는 데 국민들의 피땀이 들어간 거 사실 아니냐. 사회에서 받은 게 있으면 갚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현대차 사내하청·쌍용차 정리해고 등의 문제로) 매일 사람이 죽어나가고 몇 달씩 하늘로 올라가서 고공농성하는 상황이 있으면 되겠나. 재벌 회장들이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저녁 국제전화를 통해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미국 수준의 복지 하려면 복지 지출 비중 2배 늘어증세 없는 실현은 거짓말… 세금과 복지 개념 바꿔부자들한테만 아니라 중산층에... -
(2) 최장집 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경향시민대학장)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방향을 놓고 “‘박정희식 발전모델’은 권위주의와 정치적 억압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불완전한 모델”이라며 “아버지를 단순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개인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최 교수는 “이번 대선은 민주진보 진영의 쇠퇴나 실패가 아니라 당으로서 제대로 조직과 역할을 갖추지 못한 민주당의 전략적 실패”라며 “긴 쇠락의 마지막 과정에서 민주당은 간신히 후보를 만들긴 했으나 결국 힘을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통합 내용 빈약사회적 약자 인정해야 진정한 통합 이뤄져▲ 또 경제민주화 통해아버지 단순계승이 아닌 그 유산에서 벗어나야- 18대 대선을 어떻게 봤는지 총평을 부탁한다. “대선에서는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컸... -
(1) 지그문트 바우만 교수
대선이 끝나자마자, 올해로 88세가 되는 노학자에게 e메일을 보낸 까닭은 간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중 한 명인 그에게서 2013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지그문트 바우만 교수는 근대사회에 대한 독특한 입장을 피력해온 사상가로서, 근대의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한 실천 지침을 거듭 이야기해온 학자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 향후 5년의 정부를 선택했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부각되고 있는 화두는 ‘민생’과 ‘민주화’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는 근대의 문제이다. 근대를 미완으로 간주하고, 완벽한 근대사회를 호명했던 것이 지난해 치러진 대선의 특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의 과정은 미래전망을 제시하기보다,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고 그것을 다시 살려내려는 의지로 충만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박근혜 정부의 출범은 이런 문제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바우만 교수가 지적하는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