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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좋든 싫든 우리는 영원히 함께야,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동식물 제외한 모든 생물이 미생물없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김치 속 젖산균·막걸리 속 누룩된장·고추장·간장 맛내는 발효균하수·분뇨·심해·동물 소화관…지구에 가장 널리 퍼져있는 존재해로움보다 이로움이 훨씬 많아반감보다는 공감의 시선으로 보자대중 강연을 하다 보면, 왜 미생물학을 전공으로 택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것도 뭔가 근사한 대답을 기대하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 내 답변은 단순하고 한결같다. “보이지 않는 게 매력적이어서요.” 그러고는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말을 덧붙이곤 한다. 사실 미생물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첫 연구 대상은 일산화탄소를 먹어치우는 미생물이었다. 연탄 난방을 주로 하던 시절, 겨울철 연탄가스 중독 사고의 주범인 그 독가스를 먹고산다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흔히들 미생물 하면 인간에게 해로운 병원균만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이렇게 독성 화합물을 분해하... -
“날 잡아잡숴”…인간이 깐 죽음의 길에서 미생물은 춤을 췄다
발진티푸스·참호열…1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병원균 지금도 계속되는 어리석은 쌍방폭력은 ‘비극의 문’을 활짝 연다 미생물은 악마 같은 존재·박멸의 대상으로 여겨져왔지만 질병을 일으키는 건 극소수일 뿐, 대다수는 인간 삶의 자양분이다 반감보다 공감의 자세로 반려자이자 조력자를 바라보자역사 교과서에 기록된바, 19세기 후반 식민지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던 유럽 열강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했다. 1882년 독일은 프랑스를 고립시키고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그리고 이탈리아와 3국 동맹을 맺었다. 이에 맞서 프랑스와 영국은 1907년 러시아를 끌어들여 3국 협상을 체결하면서 독일의 팽창을 견제했다. 이런 와중에 발칸반도에서는 오스만 제국의 쇠퇴로 여러 민족이 독립하자 러시아는 범슬라브주의를,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범게르만주의를 내세워 세력을 확대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발칸반도에서 대립과 충돌이 심해지... -
죽음은 또 다른 시작…받아들여야 ‘온전한 애도’
요즘 연구실 울타리를 벗어나 타 학문 연구자 또는 일반 대중을 만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그리고 이런 만남 속에서 종종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신선한 충격을 넘어 새로운 배움과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한번은 함께 공부하고 있는 현대 미술가에게 작은 ‘미(微)’생물이 아름다운 ‘미(美)’생물이기도 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담을 시작했다.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였는지, 그는 아주 흥미롭다며 그 근거를 설명해달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의외의 반응에 신이 난 나는 우리 창자에 사는 장내미생물을 예로 들어 즉석 강의(?)를 시작했다.미생물학자가 미술가에게 들려준 이야기인간 장 건강에 필수적인 미생물침입자에 해로운 물질 만드는 등면역체계와 긴밀하고 활발한 소통“미생물에게 인체 소장과 대장은 아주 좋은 집이자 식량 공급원입니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삶의 터전에 외래 미생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일단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 -
가죽으로, 택배 완충재로, 우주에선 집 짓는 벽돌로…기발하군, 쓸모 있‘균’
성묫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황금 들녘이 늦더위로 체감하지 못하던 가을을 비로소 실감케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느낌은 자연스레 추억을 소환하여 철부지 시절 알곡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던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자그마치 여든여덟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쌀 미(米)’ 자를 ‘八十八’로 나누어 알려주던 모습이다. 그 진위는 제쳐두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라는 용어에 갈수록 무감각해지면서 먹거리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에 새겨야 할 가르침임은 틀림없다.2021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 2021)’에 따르면, 애써 생산한 농·축·수산물 가운데 족히 3분의 1 정도가 온전히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이 가운데 얼추 절반은 유효기간을 넘긴 식료품 폐기를 포함해서 유통과정에서 발생한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의 상당량이 빵류라고 한다. 탄수화... -
고대 그리스 문명의 운명은 어쩌면 이 ‘역병’이 바꿨을지 모른다
거리를 걷다 보면 ‘○○ 폴리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이 종종 눈에 띈다. 본디 폴리스(polis)란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그리스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도시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산이 많고 평야가 적은 지형 특성상 고대 그리스인들은 해안 가까이 있는 평지를 중심으로 정착했다. 그런 다음 정착촌 방어를 위해 높은 언덕에 성이나 요새를 쌓았는데, 이것이 폴리스로 발전했다. 비록 정치적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폴리스들은 공통 언어와 종교를 바탕으로 동족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4년마다 올림피아 제전을 열어 민족의 결속력을 키웠다. 잘 알려진 대로 오늘날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여기서 유래했다.기원전 5세기 즈음 페르시아가 소아시아에 있는 그리스 식민 도시를 병합해가는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2년~기원전 448년)이 일어났다. 전쟁 막바지에 아테네 주도로 여러 폴리스 대표가 에게해에 있는 섬 델로스에 모여 ‘델... -
볼 수 없던 ‘병의 뿌리’를 찾아…속절없던 ‘죽음’을 뿌리치다
긴 장마 뒤 이어진 무더위에 설상가상으로 농가에 병충해 비상이 걸렸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들려온다. 특히 복숭아와 고추 등에 퍼지고 있는 탄저병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탄저는 숯처럼 검은(炭·숯 탄) 부스럼(疽·등창 저)이라는 뜻이다. 몇몇 곰팡이가 일으키는 탄저병에 걸린 작물의 잎과 열매에는 병명대로 검은색 점무늬가 나타난다. 동물에게도 탄저병이 생기는데, 이 경우에는 세균이 병원체다. 일반적으로 그냥 탄저병이라 하면 동물 탄저병으로 통한다.탄저병은 주로 초식 동물에게 발생하지만,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현재 알려진 감염병 가운데 족히 70% 정도가 인수공통감염 미생물에 의한 것이다. 이런 미생물은 동물, 주로 가축에서 사람으로 넘어왔다. 인류 최초의 탄저병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곳은 신석기 시대 농업혁명과 함께 가축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지역이다.역사에 기록된 탄저병출애굽기에 나오는 가... -
‘균’의 쓸모…미안하다 몰라봐서
19세기 중반까지 인류에게 미생물은 ‘박멸의 대상’1895년 베이제린크 “미생물 연구, 생명현상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학자들, ‘가장 다양한 물질대사 수행 생명체’ 가치 밝혀내며 유전학 정립에 기여인류는 17세기 중반에 미생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비로소 그 영향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미생물학 선구자에게 미생물은 동식물처럼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악마 같은 존재였고 박멸의 대상이었다(자연발생설과 미생물 원인설(하): 숙명의 라이벌 경쟁, 경향신문 2022년 9월30일자 14면 참조). 이렇게 미생물과의 전쟁으로 출발한 초기 연구 성과는 미생물학 발전의 추동력인 동시에 ‘미생물=병원체’라는 막연한 적개심을 키우고 미생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빌미가 되었다. 물론 이는 미생물학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구자들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으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 -
생명의 고향, 깊고 깊은 바닷속엔365일 ‘눈꽃’이 내린다
‘10월의 마지막 밤’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어떤 대중가요 하나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줄 안다. 그렇다면 혹시 5월의 마지막 날과도 자연스레 연관 짓게 되는 게 있는지 묻고 싶다. 모르면 몰라도 대부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것 같다. 1994년 11월, 유엔해양법협약 발효로 해양 자유 이용 시대에서 해양 분할 경쟁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1996년 해양을 둘러싼 국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나아가 21세기 해양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5월31일을 법정기념일인 ‘바다의날’로 제정했다. 택일은 통일신라 시대에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시점과 일치하고, 국민 축제를 열기에도 좋은 때라는 판단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간추린 해저 탐사의 역사인류 최초의 잠수정 여행은 1930년비브·바턴, 4년 뒤 ‘바다 눈’ 첫 목격검푸른 바닷속엔 무엇이 살고 있을까?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인류는 심해에 관한 상... -
태어나는 순간 시작되는 노화…노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그게 섭리다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고 동식물 역시 노화를 거스를 수 없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노화가 무어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노화를 “질병이나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라… 도대체 세월은 왜 홀로 가지 않고 굳이 젊음을 데려가야 한단 말인가? 야속함 속에 하릴없는 궁금증이 피어오른다.현재 그 원인을 두고 여러 학설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노화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 이론은 아쉽게도 아직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노화 현상이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생명’ 정의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생명 자체보다는 그것을 지닌 물체, 생명체의 특성을 연구하듯이, 연구자들은 노화를 특정하는 여러 현상 변화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세포분열과 노화인체의 세포가 커져서 나뉠 때마... -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파고든 세균…치료제 반대론자도 있었다
‘프랑스병·이탈리아병·폴란드병·독일병…’ 전파 경로 따라 붙여진 병명엔 ‘남 탓’ 담겨…“서양에서 온 병” 조선시대 지봉유설에도 등장1909년 독일 의사가 606번 실험 끝에 치료 물질 ‘살바르산’ 개발…부작용 잇따르자 “쾌락주의자 하늘의 징벌 마땅” 목소리도 커져미생물 공부가 업이다 보니 관련 기사는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클릭하는데, 최근 불편한 소식을 접했다. 일본 도쿄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독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게다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세계적으로 매독 발생이 증가 추세라고 한다. 매독은 선사시대부터 인류를 무던히도 괴롭혀 왔으나, 20세기 중반 이후로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를 앞세워 인류가 그 기세를 꺾어버린 성매개감염병이다. 매독균은 이론상으로는 박멸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 세상 곳곳에 은밀하게 퍼져 있다. 성욕이라는 원초적 본능에 올라탄 탓이다. 이번 도쿄 사태 역시 데이팅앱으로 만나는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쉽게 맺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