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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만한 느림보 동물은 왜 100미터 땅굴을 팠을까
백악기 후기 몽골에는 매우 희한한 모습을 보이는 거대한 공룡이 살고 있었다. ‘낫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테리지노사우루스가 그것이다. 몸길이 10m, 체중 3~5t으로 추정되는 테리지노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도 훨씬 키가 큰 공룡이었다. 낫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이유는 1m까지 길게 자라는 앞발톱 때문이다. 육식공룡에서 출발하였지만 초식공룡으로 진화한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발톱을 낫처럼 사용하여 풀을 베어 먹었다. 커다란 덩치와 낫처럼 생긴 기다란 발톱 덕분에 초식공룡으로 살 수 있었다.몸길이 10분의 1쯤 되는 거대한 발톱이 있는 거대한 동물이 또 있었다. 200만년 전에 등장하여 1만년 전에 멸종한 메가테리움(Megatherium)이 바로 그것. 그리스어로 거대한(mega) 짐승(therium)이라는 뜻이다. 몸길이 6m, 몸무게는 4t에 이르렀으며 뒷다리를 들고 서면 키가 현대 코끼리만큼 컸으니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인간과 같은 시대를 ... -
따뜻하고 습한 지구에서 번성한 ‘역사상 가장 큰 뱀’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내 그림은 코끼리를 삼키고서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 뱀을 그린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어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보아 뱀의 속이 보이도록 다시 그림을 그렸다. 어른들에게는 언제나 설명이 필요하다.”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 이용한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은 터무니없이 크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 하지만 영화 <아나콘다>에서 제니퍼 로페즈를 잡아먹으려 했던 뱀은 무섭다. 충분히 있음 직한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속의 아나콘다보다 훨씬 더 큰 뱀이 있었다. 관광버스처럼 길고 승용차만큼 무거운 뱀과 맞닥뜨렸다고 상상해보자. 복도에서 만난다고 하더라도 도망치면 살 수 있다. 문이 좁은 방으로 들어가면 살 수 있다. 쫓아 들어오려면 말 그대로 문을 비집고 들어와야 할 정도로 뱀의 몸통이 굵기 때문이다.다행히 이 뱀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
새들의 ‘조상님’은 아니지만, 진화론 ‘조력자’는 맞습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불과 2년 후인 1861년 시조새가 발견되었다. 다윈 자신도 놀랐을 정도로 절묘한 시점에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깃털 달린 날개와 파충류 꼬리를 모두 가진 시조새는 공룡의 세계와 현대의 새를 잇는 살아 있는 다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새의 조상’이라는 시조새에게 바친 찬사는 결국 오해로 밝혀지고 말았다.1억5000만년 전 쥐라기 말기에 형성된 독일 솔른호펜 석회암 지층에서 깃털 화석 하나가 발견되었다. 그렇다. 단 하나의 깃털이었다. 깃털은 깃봉을 중심으로 양쪽 폭이 다른 비대칭형이었다. 단 하나의 깃털에 불과하지만 곤충, 박쥐, 익룡과는 다른 방식, 바로 비행용 깃털이 달린 날개로 나는 새의 존재를 알려주는 강력한 존재였다. 깃털의 주인에게 아르카이옵테릭스(Archaeopteryx)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고대의 날개’ 또는 ‘고대의 깃털’이라는 뜻이다.깃털이 있... -
‘장비목’ 코끼리의 조상…짧은 코로 하마처럼 물에서 살아
“비록 성씨는 다를지언정 의형제를 맺은, 즉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합하여, 어렵고 위험할 때 서로 도울 것이다. 위로는 나라에 갚고, 아래로는 뭇사람을 평안케 할 것이다. 한날한시에 태어나지 않았으나 한날한시에 죽기를 바라며, 하늘과 땅의 왕이 우리 마음을 굽어 살피어, 의와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하늘과 사람들이 벌하여 죽을 것이다.”복숭아 밭에서 취할 때까지 마신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내가 이렇게 다짐하였다고 하여 도원결의라고 한다. 이날 검은 소와 흰 말을 제물로 바친 데 그치지 않고 소를 한 마리 더 잡았다고 한다. 도원결의에는 돈이 제법 든 셈이다. 그런데 복숭아 밭이 누구 소유인지 아시는가? 나이가 벼슬인 시대라 결국 막내가 된 장비(張飛)다.장비만큼이나 억울하게 알려진 사람도 없다. 일자무식과 문무겸비를 장비와 관우에게 배당하라고 하면 대부분 장비는 일자무식, 관우는 문무겸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우리가 오해하는 데는 이... -
하늘의 포유류 ‘발톱 박쥐’도 못 뚫은 기후변화 ‘생태 틈새’
박쥐만큼 억울한 동물은 또 없을 거다. 낮쥐밤새와 뱀파이어라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낮쥐밤새는 이솝우화에서 시작됐다. 날짐승과 들짐승이 숲에서 패권 다툼을 할 때 박쥐는 날짐승이 우세해 보이면 날짐승 편에 서고, 들짐승이 우세해 보이면 들짐승 편에 서다가 결국에는 날짐승과 들짐승 양쪽에서 쫓겨나고 말았다는 것이다.사람들은 박쥐가 코에 달린 열 센서로 혈관을 찾아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병을 옮긴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흡혈박쥐가 있기는 하다.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적도 지방에 세 종의 흡혈박쥐가 산다. 그 외 지역에는 흡혈박쥐가 없다. 거의 모든 유럽인들이 흡혈박쥐를 접해보지도 못한 1734년 옥스퍼드 사전에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실렸다는 것은 인간들이 박쥐를 근거 없이 싫어했다는 뜻일 게다.최근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극혐’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런데 박쥐는 가장 성공적인 포유류 가운데 하나다. 현생 박쥐는 박쥐목 아래 2... -
케라틴 성분의 뿔, 화석 없지만 구석기 벽화로 최대 2m 추정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깔때기 모양의 귀가 귀엽고 눈은 얼굴 양옆에 달려 있다. 여기까지만 설명하면 귀엽고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불쌍한 포유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야생에서는 천적이 없는 동물이다. 뿔이 있고, 피부는 두껍고 딱딱하며 코끼리 다음으로 큰 포유류인 바로 코뿔소다.말목(目)에 속하는 코뿔소과(科)에는 4속(屬) 5종(種)이 있다.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검은코뿔소, 흰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가 그것. 뿔이 하나인 인도코뿔소와 자바코뿔소가 코뿔소속에 속하고, 뿔이 두 개인 나머지 코뿔소들은 각각 종명과 같은 이름의 속에 홀로 속해 있다. 코뿔소는 공통적으로 시각은 좋지 않으나 청각은 매우 예민하고 후각이 발달했다.다섯 종 가운데 흰코뿔소만 다른 특징이 있다. 다른 코뿔소들이 나뭇잎, 과일, 풀을 닥치는 대로 먹는 데 반해 흰코뿔소는 풀만을 주식으로 한다. 또 흰코뿔소를 제외한 나머지 코뿔소들은 새끼 때만 어미와 함께 지내고 후에는 단독 생활을... -
물 속에선 날개 달아준 진화, 뭍에서는 ‘도태의 요인’ 됐다
2001년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 3>에는 전 시리즈와는 다른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이전 두 편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에 기초한 것이라면 3편에는 원작이 없으며,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라 조 존스턴이고, 주역 공룡이 티라노사우루스에서 스피노사우루스로 바뀌었다. 영화에서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 목을 꺾어 죽인다. 그리고 그 이후 티라노사우루스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사라지고 만다. 맙소사 스피노사우루스라니!1편을 자문한 로버트 바커 박사가 티라노사우루스를 매처럼 빠르고 뛰어난 사냥꾼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3편을 자문한 존 호너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시체청소부에 불과했고 스피노사우루스야말로 최고의 포식자라고 보았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몸길이 12m, 체중 9t 정도인 데 반해 당시 스피노사우루스는 몸길이 16~18m, 체중 12~21t에 달하는 지구 역사상 가장 몸집이 큰 육식동물로 여겨졌다. 이러니 티라노사우루... -
비만·당뇨 물려준 채 떠난 이들…성장도 죽음도 빨랐다
인류의 진화를 가장 멋지게 전시한 곳은 전곡선사박물관이다. 여러 종류의 인류들이 한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장면은 장관이다. 작은 인류가 앞장서고 있고 큰 인류가 뒤따른다. 아름다운 전시를 보면서 관람객들은 빠져든다. ‘앞의 인류에서 뒤쪽의 인류들이 차례대로 진화했구나’라는 오해도 다시 떠올린다. 전시와 해설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꼬리 달린 원숭이, 침팬지, 작은 인류에서 현대인까지 순서대로 그려진 그림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예전엔 교과서에도 실렸던 그림이다. 그림은 순서대로 차곡차곡 인류가 등장한 것이란 오해를 우리 뇌에 각인시켰다. 꼬리 달린 원숭이와 꼬리 없는 유인원은 3000만년 전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서 자기의 길을 걸었다. 침팬지와 인류는 700만년 전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자의 길을 걸었다.인류도 다양한 진화 경로를 거쳤다. 그러다가 왠지 작은 고릴라 같은 외형을 가진 파란트로푸스 속과 우리처럼 호리호리한 호모 속으로... -
아무리 크고 멋있어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죽는다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지점을 가진 카페는 아마도 별다방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카페일 것이다. 별다방의 실제 이름은 ‘스타벅(Starbuck)’이라는 사내 이름에서 왔다. 실존 인물은 아니고 최근 어느 정치 신인이 중학생에게 선물한 책이라고 해서 다시 화제가 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1등 항해사다. 그렇다면 모비딕은 뭘까? 모비(moby)는 ‘큰’이라는 뜻이고 딕(dick)은 남성의 그것을 말하는데 소설에서는 알비노 향고래의 이름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로비 천장에는 향고래 모형이 매달려 있는데 몸체가 흰색은 아니지만 머리 부분에서 흰색 상처를 많이 볼 수 있다. 대왕오징어와 결투하면서 얻은 상처를 표현한 것이다. 아니 오징어가 얼마나 크다고 고래 머리를 휘감고 싸운다는 말인가? 충분히 크다.대왕오징어(Architeuthis dux·아르키테우티스 둑스)는 지구에서 가장 큰 두족류다. 다리 길이까지 포함하면 수컷은 10m, 암컷은... -
매력적인 코를 가진 너, 친척 하나쯤 남겨두지 그랬니
다음 중 코끼리 코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로 가장 적당한 것은? ① nose ② schnozzle ③ proboscis ④ trunk①번 노즈가 정답이라면 이 퀴즈는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②번 슈노즐은 우수꽝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코를 말한다. 피에로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③번 프로보시스는 길고 가느다란 코를 말한다. 나비나 모기처럼 먹이를 먹는 데 사용하는 튜브 모양의 입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코 역할을 하지 못해도 곤충이나 해양 생물에게 달린 길고 유연한 부속물을 뜻하기도 한다. 개미핥기와 코끼리 코를 칭하는 데도 가끔 쓰인다. 하지만 정답은 ④번 트렁크다. 코끼리의 코는 일반적으로 트렁크라고 부른다. 코끼리의 독특하고 뚜렷한 특징인 트렁크는 놀라운 범위의 움직임과 기능을 보여준다. 코와 윗입술이 연장된 부분인 트렁크는 숨쉬고 냄새 맡고 만지고 잡고 소리내는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하는 부속 기관이다.과학 연재를 어처구니없게 영어 퀴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