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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발 디딘 인간…그 후 초식 유대류가 사라져갔다
몸집 큰 디프로토돈·지고마투루스날지 못하는 300㎏ 새 게니오르니스한때 호주 평원 누볐던 유대류 45종4만년 전부터 서서히 멸종하기 시작인류가 호주에 도착한 시기와 맞물려일부선 기후변화 탓으로 분석하지만포유류 인간 등장이 생태 변화 유발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을 열거해보자. 먼저 배에 있는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가 떠오른다. 두 발로 뛰어다니는 캥거루, 나무 위에서 졸고 있는 코알라, 정육각형 똥을 누는 웜뱃, 항상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쿼카. 알을 낳는 포유류인 단공류,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왠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포유류다. 예전에도 그랬을까? 마지막 빙하기인 4만년 전 풍경을 상상해보자.유칼립투스 향과 축축한 흙냄새가 흐르는 공기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숲의 고요는 여명과 함께 사라졌다. 누군가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리고 울창한 덤불이 바스락거렸다. 코뿔소만큼이나 ... -
‘5도’ 더워지자…웅장한 ‘700㎏ 생명체’가 스러졌다
지금으로부터 258만년 전에서 1만2000년 전까지의 시기를 프라이스토세(pleistocene)라고 한다. ‘가장 갱신된 시기’라는 뜻이다. 한자어로는 홍적세(洪積世)라고 한다. 인류의 발생과 진화, 빙하의 발달, 화산과 지각 변동이 활발했던 시기를 잘 표현한 말이다. 갱신세(更新世)라고도 한다. 변화의 시대는 곧 기회의 시대이자 위기의 시대였다.홍적세 끝 무렵 멀리 눈 덮인 봉우리를 자랑하는 우뚝 솟은 산들이 보이는 유럽의 얼어붙은 대지 위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상쾌한 공기 아래 얼어붙은 대지는 풀과 키 작은 관목에 덮여 있다. 털매머드와 털코뿔소가 들소들과 함께 탁 트인 툰드라를 가로지르며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이 평범한 장면은 거대 사슴이 등장하면서 극적으로 변한다.메갈로케로스 기간테우스(Megaloceros giganteus). 이름에 ‘크다’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들어 있다. 메가와 기간트가 바로 그것. 케로스는 뿔이라는 뜻이다. 트리... -
산업화로 밥줄 끊기고 사냥꾼에 목숨 잃고…박제도 ‘푸대접’
1878년 12월12일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뉴욕 롱아일랜드의 해안가. 회색빛 하늘 아래 바닷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며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해안가에는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쓸쓸한 풍경을 더한다. 한 사냥꾼이 낡은 사냥용 소총을 조심스럽게 쥐고,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옷은 두껍고 튼튼한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어깨에는 오래된 사냥 가방을 메고 있다. 그의 눈은 목표물을 향해 날카롭게 고정되어 있다.사냥꾼의 눈에 오리 한 마리가 띄었다. 검고 희끄무레한 깃털을 가진 작은 오리는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떠 있으면서도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사냥꾼은 오리를 찬찬히 살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검은 줄무늬가 선명한 흰색 깃털과 둥근 머리의 몸집이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사냥꾼은 이내 자신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오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사냥꾼은 숨을 고르며 소... -
많다고 마구 잡았더니…완전히 사라진 50억마리의 새
웬만한 사람이면 미국 초대 대통령 이름 정도는 대부분 기억한다. 조지(George) 워싱턴. 그렇다면 그의 아내 이름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아내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튼 조지 워싱턴의 아내 이름은 마사(Martha)다. 오늘의 주인공이다.“○○○들이 하늘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머리 위를 3일 밤낮에 걸쳐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 떼로 가득 찼습니다. 한낮의 빛은 일식처럼 가려져 있었고, 배설물은 녹는 눈조각처럼 점점이 떨어졌으며, 계속되는 윙윙거리는 날개 소리에 나는 최면에 걸릴 것만 같았습니다.”여기서 ○○○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펄 벅(Pearl Buck, 한국명 박진주, 1892~1973)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흑백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1970년대 KBS <명화극장>에서 무던히도 방영하던 <대지> 말이다.... -
난파선의 쥐, 외딴 섬 토착종들에게 ‘저승사자’가 되다
1788년 2월17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시드니 북동쪽 700㎞ 떨어진 곳을 항해하던 HMS 서플라이호는 섬 하나를 발견하였다. 너비 1.6㎞, 길이 11㎞에 불과하지만 높이 900m의 험준한 산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선장은 당시 해군성 제1제독이었던 리처드 하우의 이름을 따서 로드 하우(Lord Howe)라고 섬 이름을 정했다. 로드 하우섬 남서쪽에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엘리자베스 리프와 미들턴 리프라고 하는 세계 최남단 대산호초가 있어서 해양생물이 아주 다양한 곳이다. 1982년 유네스코는 로드 하우섬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주민 약 300명이 살고 있으며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처음 발견된 후 한참 동안 섬은 보급항로에 위치한 외딴섬에 불과했다.1918년 보급선 SS 마캄보호는 로드 하우섬 주변 암초에서 좌초했다. 난파선에서 가장 먼저 도... -
댐 건설 능력 없어…‘기후 적응 실패’로 죽어간 거대 설치류
1986년 10월28일 오후, 26개 대학의 학생 2000명이 건국대학교에 모여 애학투련 발족식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경찰의 진압작전에 당황한 학생들은 학교를 점거하고 준비 없는 농성에 들어갔다. 그들의 구호는 ‘반외세 자주화, 반독재 민주화, 조국통일’. 정부는 반독재 민주화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구호를 근거로 학생들을 빨갱이 또는 좌경용공분자로 몰아갔다.농성 3일째인 10월30일 정부는 금강산댐 건설 계획을 멈추라는 대북성명을 발표했다. 국민들에게는 금강산댐이 완공되면 북한강을 통해 휴전선 이남으로 흘러가는 물 18억t이 차단될 것이며, 만약에 북한이 금강산댐을 붕괴시킨다면 한꺼번에 쏟아내린 200억t의 물이 63빌딩 중간 높이까지 차오를 수 있다고 그래픽 효과를 동원하여 설명했다.농성 4일차인 10월31일은 점거 학생을 진압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금강산댐 공포에 빠진 국민들은 데모꾼 학생들을 걱정하거나 편들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 -
‘티블스’라는 반려묘 발톱에 영원히 사라진 ‘라이얼굴뚝새’
신비로운 우아함과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은 포유류가 있다. 소리 없는 권위로 집 안을 지배하며 온갖 아양과 거만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또한 사랑받는다. 고양이다. 영장류가 3300만년 전 등장했는데, 고양잇과 동물은 2500만년 전에야 등장했으니 비교적 신참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양잇과 동물은 크게 표범아과(亞科)와 고양이아과로 나뉜다. 호랑이, 사자, 재규어, 표범, 눈표범 같은 무서운 고양잇과 동물들은 모두 표범아과 소속이다. 스라소니, 치타, 살쾡이,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고양이라고 부르는 집고양이는 고양이아과 소속이다.고양잇과 동물들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신생대 마이오세(2400만~520만년 전)에 지구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구가 점차 시원해지고 건조해졌다. 숲은 줄어들고 대신 초원이 늘었다. 풀을 먹는 초식동물들에게는 낙원과도 같았다. 초원은 먹이가 풍족하거니와 포식자가 몸을 숨기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 -
숲 때문에 춤추다, 숲 때문에 날개 꺾인 ‘하늘의 지배자’
낙원이라고 하면 어떤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가? “사자가 어린 양과 뛰놀고,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쳐도 물지 않는, 참 사랑과 기쁨의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황량한 벌판보다는 울창한 숲, 춥고 건조한 환경보다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지구에 그런 시대가 있었다. 대략 3억5900만~2억9900만년 전의 일이다. 우리는 그때를 석탄기라고 부른다. 석탄기의 지구는 동물과 식물에게 낙원이었다.요즘 대기 중 산소 농도는 21%다. 그런데 석탄기 산소 농도는 35%에 달했다. 어떻게 산소 농도가 이렇게 높을 수 있었을까? 숲이 산소를 활발히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는 숲이 뭘 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때부터 산소를 뿜어내기 시작했단 말인가? 그 전엔 뭘하고 있었을까? 설마 숲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태업하면서 산소 만드는 일을 게을리했을 리는 없다. 숲이 없었다! 아예 나무가 없었다.익룡·새가 등장하기 전 석탄기날개 길이... -
기린 만했던 ‘거대 익룡’ 0.6초 만에 하늘로 슝~ 어찌 날아올랐을까
천상의 위대한 창조주 오메테오틀에게는 아들이 넷 있었다. 이들 가운데 대지의 세계를 다스리는 테스카틀리포카와 바람의 세계를 다스리는 케찰코아틀은 엎치락뒤치락 싸우면서 서로의 세계를 멸망시켰다. 모두 망치고 난 다음에야 두 형제는 마침내 화해하여 치고받고 싸우기를 멈추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한다. 지상에!케찰코아틀은 저승의 신 믹틀란테쿠틀리에게 얻은 죽은 인간의 뼈에 자신의 피를 흘려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옥수수 씨앗과 용설란을 주었다. 아즈텍 신 가운데 가장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신이 바로 케찰코아틀이다. 그는 바람과 비의 신이면서 책과 달력의 발명가이며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다.케찰코아틀은 마치 인간에게 불과 고기를 선사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다. 아즈텍 문명은 케찰코아틀을 자신들의 달력 안에 보존하고 섬긴다. 아즈텍인들은 케찰코아틀을 깃털 달린 뱀으로 그려 기록했다. 케찰코아틀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을 담... -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거대 조류 ‘로크’의 현실판
신드바드와 그의 선원들은 항해 중 어떤 무인도에 상륙했다. 낯선 섬을 탐험하다 그들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매우 크고 빛나는 거대한 흰색 알을 발견했다. 집채만 한 알을 발견한 선원들은 공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호기심 많고 대담한 모험가였던 신드바드는 완전히 매혹되어 알에 다가갔다. 신드바드와 그의 선원들은 곧 이것이 평범한 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배고픔과 절망에 빠져 알을 먹기로 결심한 선원들이 알을 깨뜨리자 복수심에 불타는 거대한 맹금류 로크의 어미가 날개로 태양을 가리고 공중으로 배를 들어올린 후 바다에 떨어뜨려 침몰시켰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생생한 이미지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집 크기의 알이라는 개념으로 수세기 동안 독자들을 사로잡아왔다. 세상에 이렇게 큰 새와 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거대한 알이 단순히 신화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어떨까?‘천일야화’라고도 알려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