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경제 전망과 리스크

바야흐로 전망의 계절이다.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 2.9%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역사적 평균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1%에서 1.5%로, 중국은 5.0%에서 4.2%로 예상된다.

IMF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내년 전망치에 비해 미국은 0.5%포인트 올랐고, 반대로 중국은 0.3%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경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당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이른바 ‘연착륙’이 가능한 반면, 중국은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 18개월간 많은 국가들, 특히 미국의 빠르고 큰 폭의 금리인상을 촉발했던 물가상승률 또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소비자물가는 올해 4.6%에서 내년 3.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물가는 4.1%에서 2.8%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물가상승률은 3.4%에서 2.3%로 전망된다. 올해 6월 이후 25%나 올랐던 원유 가격 역시 내년에는 8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본다. 물론 현시점에서 보자면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어디까지 확대되고 얼마나 오래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를 터이다. 한편 각국의 수출·수입을 합산한 국제 교역량 증가율도 0.9%에서 3.5%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아주 완만하고 느린 회복세인 셈이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고린차스는 내년도 세계경제의 향방과 관련해 몇 가지 리스크 요인들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중국 부동산 위기의 악화 가능성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 은행과 가계의 재무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경우에는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지라도 다른 투자 기회들을 구축(驅逐)함으로써 상황이 더 악화되고, 특히 지방정부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 긴장의 격화로 인한 에너지·농산물·핵심 광물 등을 포함하는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확대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글로벌 가치사슬 내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심각한 거시경제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물가상승 이슈이다. 인플레이션이 반환점을 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통화정책 목표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았고,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얘기다. 이에 고린차스는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긴축은 아니더라도 긴축기조는 유지해야 하며, 너무 빨리 긴축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결국 목표치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고금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네 번째는 각국의 재정 여력 고갈이다. 높은 정부 부채, 상승하는 조달비용, 저조한 성장 등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재정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苦) 상황이 다소 완화되고 서서히 정상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구조나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치를 감안할 때 중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 리스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이 긴요하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본격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일련의 사태들이 글로벌 공급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첨단기술 부품 수출 규제, 보건 장비와 의약품 원재료 수출 금지, 항구 봉쇄,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통제 등이 그렇다.

지정학적 긴장은 국제교역과 기술이전에 대한 제한이나 상품시장의 교란뿐 아니라 금융 분절화에 대한 우려 또한 증대시킨다. 지정학적 긴장에 의해 초래된 금융 분절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국경 간 자본배분, 국제 지급시스템, 자산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당국의 면밀한 감시와 함께 금융회사들 또한 대외충격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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