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자의 작은 이야기]씨알의 힘, 엉덩이의 힘](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6/12/l_2025061301000326200036202.jpg)
땅이 되고 싶었다 하늘은 제 앉을 자리 가장 낮은 데로 골랐다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 큰 공부, 부지런히 익혔다읽고 쓰고 읽고 쓰고, 온몸이 귀가 되었다 황송했다별빛을 듣고 빗방울을 듣고 땅강아지를 들었다어미도 되었다가 새끼도 되었다가 배고픈 그림자들 품었다기다리다 끌어안고 기다리다 끌어안고, 온몸 엉덩이가 되었다배운 대로 들은 대로 삶도 죽음도 한자리에서 둥그레졌다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이 천명금 간 시멘트벽에 기대어 한해 내내 슬픔의 집을 키웠다펑퍼짐한 신이 내려와 산다 씨앗이 된다 -시 ‘청둥호박의 까닭’, 김수우 시집 <뿌리주의자>올해도 여러 종류의 호박이 자라고 있다. 큰 호박잎이 다른 작물을 덮어버리기 일쑤여서 욕심을 줄이려는데 맘대로 안 된다. 찌개에 넣거나 전 지져 먹기도 좋은 애호박은 기본이고, 둥글게 열매가 달리는 조선호박도 세 개 정도 심는데, 늦봄쯤엔 두엄더미에서...
2025.06.12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