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의 갈등하는 눈동자]미궁, 빵, 눈물](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6/16/l_2024061701000417500045761.jpg)
빵을 ‘굽는다’는 동사를 생각할 때면 카자흐 여인들이 떠오른다.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에는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송당한 한인들 이야기가 쓰여 있다. 그들은 기차 화물칸에 한 달 넘게 실려가다가 낯선 역에 도착한다. 고향인 연해주에서 생전 와본 적 없는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에 떨궈진 것이다. 기차는 떠나버리고, 지낼 곳도 먹을 것도 없는 광활한 초원에서 그들은 깨달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버려졌음을. 죽으라고 여기에 방치됐음을. 아이들과 엄마들과 아빠들과 할머니들, 하루아침에 집도 밥도 미래도 잃은 그들이 낯선 황야에서 울고 있다.끼니 챙기는 이야기의 위엄절망적인 그 황야에 워낭 소리가 들려온다. 당나귀를 몰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카자흐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동쪽에서 정체불명의 낯선 민족이 화물칸에 실려와 황야에 버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빵이 식을세라 모포에 감싸 당나귀에 실은 뒤,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
2024.06.16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