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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의동 칼럼]‘용미용중’이라는 나침반
    ‘용미용중’이라는 나침반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나온 몇가지 에피소드는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과 대중 외교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포인트들을 제공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모두발언에서 기습처럼 던진 요청을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고, 4일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적극 지원”하겠다고 재확인했다.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쾌도난마’식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뉴욕타임스는 핵잠 도입으로 “한국이 미국의 안보체계에 더 통합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서 행동대장을 자처하던 윤석열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관행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핵잠 도입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트럼프의 대북접근법이 초래할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북한은 핵보유국...

    2025.11.04 20:07

  • [서의동 칼럼]이런 동맹이 왜 필요한가
    이런 동맹이 왜 필요한가

    한국에 거액의 대미투자를 강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보면 한국을 전범국가 다루는 듯해 불쾌감을 참을 수 없다. 한국이 외환보유액을 줄이지 않고 마련할 수 있는 대미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가 상한이다. 트럼프가 선불로 요구하는 3500억달러는 한국 GDP의 5% 수준으로,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에 부과한 배상금(경제 규모 대비)에 맞먹는다. 당시 연합국들은 피해 배상뿐 아니라 독일 경제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렸다. 한국이 ‘미국의 기술과 일자리를 빼앗은 경제침략국이니 거액의 배상이 당연하다’는 것인가. 이민당국이 한국인들을 콕 집어 체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나.미국이 한국을 터무니없이 겁박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트럼프를 지지하는 마가(MAGA) 세력은 ‘복수’가 목적인 것 같다. 한국이 대미 수출로 미국 제조업을 망가뜨리고, 백인 노동자들을 괴롭힌 데 대한 앙갚음이다. 한국 경제가 파멸하건 말건 알 바 아니다. 둘째, 한...

    2025.09.30 21:51

  • [서의동 칼럼]한·일 시민들이 만든 조세이 탄광 기적의 드라마
    한·일 시민들이 만든 조세이 탄광 기적의 드라마

    녹색 바탕의 수중촬영 화면 속에 새우잠을 자듯 모로 쓰러져 있는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하반신은 신발과 작업복에 허벅지와 둔부까지 윤곽이 뚜렷했지만, 상반신은 진흙 등으로 덮여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화산재에 당한 폼페이 시민들이 그렇듯 물로 가득 찬 해저 탄광의 갱도에서 발견된 광부의 주검은 83년 전 사고의 참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들이 겪었을 생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갱도가 무너지며 바닷물이 삽시간에 들이차자 극한의 공포에 빠졌을 것이다. 얼마간 숨을 참다가 견디지 못해 물을 들이켜다 질식했을 것이며, 산소부족으로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고향의 어머니를 떠올렸을지 모른다.지난달 25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의 수심 43m 바다 밑에서 김경수, 김수은 잠수사가 왼쪽 대퇴골(허벅지뼈), 왼쪽 상완골(어깨와 팔꿈치를 연결하는 뼈)과 왼쪽 요골(팔꿈치와 손목을 연결하는 뼈) 등 3점을 발굴했다. 하루 뒤인 26일에는 사람의 머리...

    2025.09.02 20:51

  • [서의동 칼럼]‘두번째 분단’의 해소가 급선무다
    ‘두번째 분단’의 해소가 급선무다

    한국엔 분단선이 두 개 있다. 남북 군사분계선에 이어 경기 남부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르는 ‘제2의 분단선’이 그어져 있다. 해마다 많은 청년들이 그 선을 넘어 몰리면서 수도권은 부풀어오르는 반면 그 바깥은 피폐해지고 있다. 교육, 주거, 취업 등 한국 사회의 갖가지 문제가 두번째 분단에서 파생된다. 그 폐해는 남북 분단 이상이다.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 예외 없이 균형발전을 강조했으나 생색내기였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방을 버렸다.집권 초기부터 균형발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좀 다를까. 균형발전 정책을 “지방에 대한 배려,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전략”으로 본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기대를 걸게 한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연내 마무리하고,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 이전도 동반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에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있지...

    2025.08.05 21:04

  • [서의동 칼럼]한·일 협력의 새 출발은 조세이탄광에서
    한·일 협력의 새 출발은 조세이탄광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군함도(하시마)’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본이 했던 약속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려던 시도가 불발됐다. 일본이 군함도의 ‘강제노역’ 역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을 한국이 의제로 다루려 하자 일본이 표대결까지 불사해가며 무산시킨 것이다. ‘과거사 불(不)사과’라는 ‘아베 독트린’이 일본 관료조직에 견고하게 새겨져 있음을 다시 확인케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고인이 된 아베의 유훈이 아베와 정치색이 다른 이시바 시게루 현 내각에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일본 책임을 면제해준 윤석열이 불법계엄으로 파면돼 ‘한·일 아베 유훈 체제’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를 ...

    2025.07.08 20:53

  • [서의동 칼럼]주한미군 감축, 피할 이유 없다
    주한미군 감축, 피할 이유 없다

    전임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계엄으로 초래된 외교공백기에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여러 논의들이 미·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리더십 궐위 상태인 한국은 체스판의 말 신세였고, 한국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수사들이 난무했다. 일본의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지난 4월 한반도 해역과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보고, 모두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서자는 ‘원 시어터(One Theater·하나의 전역)’ 아이디어를 내놨다. 표현이 자극적이란 지적이 있자 인도·태평양 해역을 하나로 간주해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하자는 ‘오션(OCEAN)’으로 수정했지만, ‘한국과 대만을 인계철선으로 묶자’는 핵심은 그대로다. 폭탄과 연결돼 건드리면 터지는 철선처럼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한국도 자동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만든 ‘인도·태평양’ 구상을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으로 채택해 재미를 보자 아예 지역 구상을 도맡겠다는 듯 움직인다. 이런 지정학 담론들은 1...

    2025.06.10 20:57

  • [서의동 칼럼]그날의 마음들
    그날의 마음들

    KBS가 지난 2월부터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라는 영상물을 공개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내려진 지난해 12월3일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의 증언을 담은 영상물로, 그날의 마음들이 드러난다. 이재승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 출입구에 잠시 틈이 열려 현장에 함께 있던 낯모르는 7~8명과 국회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국회 본청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인생 전체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딸들에게 잘못한 일도 떠오르고, 대학 다닐 때 비겁했던 일도 떠올랐다고 한다. ‘주마등’은 주로 죽음의 위기를 자각한 뇌의 작용에 의해 과거의 일들이 순식간에 재생되는 현상을 형용할 때 쓰인다. 그 심야에 군인들과의 충돌이 뻔히 예상되던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 행위였다.블록체인 전문가 오현옥 한양대 교수는 함께 가자는 배우자를 만류하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국회로 향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서 ‘12·12쿠데타 당일 시민들이 달려나와 막았더라면…’ 하고...

    2025.04.23 20:30

  • [서의동 칼럼]한·미 동맹 ‘중독’에서 벗어날 시기
    한·미 동맹 ‘중독’에서 벗어날 시기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지정한 배경과 관련해 조지프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한국인들이 로스앨러모스, 아르곤 등 미국 국책 연구소에서 반출해선 안 되는 자료를 빼내려던 사건들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원폭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최초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아르곤과 함께 핵개발 및 원자력 기술 개발의 핵심 연구소다. 이들 연구소가 핵·원자력 외에도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고, 어떤 이가 무슨 자료를 빼냈는지 공개되지 않아 ‘사안의 민감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민간인의 일탈행위에서 비롯된 단순 보안사고 때문에 미국이 오랜 동맹국을 ‘불량국가’로 분류했을 것 같진 않다. ‘큰 문제(big deal)’가 아니라는 조지프 윤의 외교적 수사 뒤에 가려진 배경과 맥락을 더 살펴봐야 한다.여권의 핵무장론과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 계엄이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 있다는 야당의 주장은 방증은 충분치 않지만 ...

    2025.03.19 21:24

  • [서의동 칼럼]계엄이 정당화한 ‘적대적 두 국가론’
    계엄이 정당화한 ‘적대적 두 국가론’

    12·3 비상계엄 시기 소집된 HID(북파공작원) 요원들에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체포·심문하는 것 외에 어떤 임무가 부여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정보사가 구입한 북한군복 170벌 용도도 분명치 않다. HID 동원 총책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메모 조각들을 맞춰보면 정치·노동·종교·법조·언론계 ‘문제 인사’들을 체포한 뒤 배에 태워 북방한계선(NLL) 근처 해상에서 선박째 폭파시키는 그림이 그려진다. 노상원은 2016년 대북 임무를 마친 요원들에게 원격 폭탄조끼를 입혀 귀환 전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군으로 위장한 HID 요원들에게 ‘반윤 인사’들을 처리토록 한 뒤 요원들까지 제거해 증거를 없앤 다음 이를 북한 소행으로 모는 ‘북풍공작’을 시도했을 것이란 극단적 추론도 성립한다.윤석열 ‘북풍공작’ 정황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다. 무장한 정보사 블랙요원들이 계엄 해제 뒤에도 한동안 청주·대구공항과 사드기지 인근에서 대기 중이었다는 의혹은 민...

    2025.02.12 21:19

  • [서의동 칼럼]대격차 시대 만든 윤석열의 ‘양극화 해소 쇼’
    대격차 시대 만든 윤석열의 ‘양극화 해소 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 국정 목표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직접 개입을 해서라도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서민·청년·중소기업을 지원할 정책 리스트를 만들고 있고,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여야의 양극화 관련 사업을 수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느닷없는 태세전환이다. 2년 반 동안 국정운영을 하면서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국민살림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몰랐단 말인가. 분노가 치밀 정도로 어이가 없다.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무난했으나 해법은 ‘안드로메다’였다.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 ...

    2024.11.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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