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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노동자에만 보장된 사회안전망, ‘일하는 모두’의 권리로
■ ‘내일’과 ‘내 일’을 잇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과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경향신문이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 뒤 줄곧 던진 질문이었다. 우선 ‘일하는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사회복지제도는 사용자·근로자의 일대일 고용관계를 기초로 만들어져 그런 관계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지 않을 ‘안전’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이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노동자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일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산업재해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다중추돌 교통사고의 책임 비율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한 노동자에 대한 여러 사용자의 산재책임 비율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크라우드웍스 작업... -
근로계약 없이 수수료만 받는 배달노동자…플랫폼기업들, 1인당 연 2700만원 절감
“연소득 4548만원.” 지난 12일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물류서비스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지난해 하반기 배민 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이 379만원이라고 발표했다. 1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4548만원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임금노동자 월평균 소득이 297만원이니 이보다 연 984만원 정도 많은 액수다. 액수로만 보면 꽤 좋은 일자리인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배민의 발표에는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배민 라이더 대다수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일한다. 다른 플랫폼 배달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과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의무’로부터 빠져나간다. 사회보험료, 퇴직금,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수당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토바이 대여료, 유류비 등의 비용도 노동자에게 떠넘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플랫폼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만 ... -
미국 스톡턴 시의 기본소득 실험…“현금 줬더니 더 나은 일자리 구해”
■ ‘내일’과 ‘내 일’을 잇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과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경향신문이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 뒤 줄곧 던진 질문이었다. 우선 ‘일하는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사회복지제도는 사용자·근로자의 일대일 고용관계를 기초로 만들어져 그런 관계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지 않을 ‘안전’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이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노동자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일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산업재해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다중추돌 교통사고의 책임 비율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한 노동자에 대한 여러 사용자의 산재책임 비율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크라우드웍... -
“기생충, 노동의 미래 그리고 기본소득 : 분배정의에 대한 새로운 상상”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는 “계획은 원래 없다”고 한다. 영화 말미에 아들은 “아버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돈을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요”라고 화답한다. 우리는 아들의 그 소원이 성취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아버지의 ‘계획 없음’보다 아들의 ‘계획 있음’이 더 절망적으로 다가온다.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돈이 모이고 계획을 성취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지난 3세기 동안 자본소득의 증식이 노동소득을 추월했음을 보여줬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글로벌 경제도, 우리 사회에서도 최대 고민거리다. 일을 통한 재산 축적은커녕 당장 생활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게다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들 속에 기존 일자리조차 위협받는다. 기술 발전은 사람의 노동을 대체한다. 과거엔 전화로 짜장면을 주문하면 철가방을 든 낯익은 중국집 종업원이 방문했다. 지금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낯선 앱 배달기사가... -
독일의 이유 있는 낙관…산업구조 전환도 ‘사회적 대화’로
■ ‘내일’과 ‘내 일’을 잇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과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경향신문이 ‘녹아내리는 노동, 내:일을 묻다’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 뒤 줄곧 던진 질문이었다. 우선 ‘일하는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사회복지제도는 사용자·근로자의 일대일 고용관계를 기초로 만들어져 그런 관계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지 않을 ‘안전’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이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상 노동자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일한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산업재해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다중추돌 교통사고의 책임 비율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한 노동자에 대한 여러 사용자의 산재책임 비율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크라우드웍... -
“기술변화, 기회와 위협을 구분하자”…‘산업 4.0’ 대하는 독일 노조의 자세
석탄경제시대에는 광부를 필두로 한 노동자들이 에너지 생산의 주요 지점에 배치됐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캐고 실어나르고 기계를 돌리는 ‘고체’ 탄소 에너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서로 연결됐고 단체행동으로 탄광, 철도, 발전소 등 작업장에서 힘을 발휘했다. 이렇게 조직된 노동자의 힘은 20세기 대중민주주의 출현에 기여했다. 석유의 등장은 이런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액체’ 탄소 에너지원인 석유는 석탄에 비해 작은 규모의 작업장으로 충분했다. 노동자들은 지상에 남아 더 가까이에서 관리자의 감독을 받았다. 에너지 운송에 인간 노동이 덜 들게 됐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정치적 요구가 에너지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저히 약화됐다.과학기술학 전문가 티머시 미첼은 저서 <탄소 민주주의>에서 주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되면서 노동운동이 약화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과 그로 인한 노동의 유연화는 화석 에너지원 전환과는 또 다... -
온라인서 뭉치고, 세계 곳곳 동시다발 투쟁…진화하는 플랫폼노동자 연대
플랫폼노동자들은 온라인으로 뭉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를 공유하고,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캠페인을 벌인다. 때로 소비자도 노동자 편에서 함께 기업을 압박하기도 한다. 전통적 노동조합이 아닌 주체가 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 힘의 불균형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신기술의 시대엔 그 기술이 그들을 ‘연결’하는 방식이다.2014년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앞으로 크리스마스 편지 보내기 운동’은 크라우드소싱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낸 사례다. 디지털 노동을 헐값에 제공하던 아마존 메커니컬터크 작업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운동 방식은 웹사이트 ‘다이나모’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작업 노하우 공유를 위해 작업자들이 운영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학 연구진이 공동으로 만든 것이었다.“나는 사람입니다. 최저가 입찰을 위해 존재하는 알고리즘이 아니고요.” 운동을 이끌었던 캐나... -
노동자성 획득이냐, 노동조건 개선이냐…길 찾는 플랫폼 노동
“가사, 웹소설, 웹툰, 번역 등 플랫폼을 통해 계약을 맺는 노동이 계속 많아지는데, 노동법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불안정한 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하고 보호할지가 우리의 고민거리다.”(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경향신문이 만난 노동계 인사들은 공통으로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정규직 중심 ‘공장제 노동’의 노사관계 모델이 무너져내리는 지금 노동운동은 현재·미래를 두고 논쟁 중이다. 공장제 모델에서 임금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노동3권, 사회보장법을 다 누리는 반면 플랫폼노동자를 비롯한 나머지 ‘비임금노동자’는 노동권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노동법상 ‘근로자’를 중심으로 노동권 보호와 사회복지가 설계된 현실에서 근로자 인정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정규직·공장제 노동 무너져내리는 지금플랫폼 통한 ‘디지털 특고’ 등 늘어나노동법 보호·사회복지 보장 어려워한국 사회는 고용관계가 불분명한 업종 중 일부 노동자들에 ‘특수형태근로종... -
5인 미만 사업장·프리랜서·봉제인공제회…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도 뭉치고 외친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산업화·민주화와 함께 성장했다. 대공장 남성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먼저 노동조합 조직화가 이뤄졌고 협상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임금과 노동권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10명 중 9명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고 노동계급 내 격차는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노조의 유무가 노동자로서 누릴 권리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노조 내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특고), 여성 등의 비율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소수다.노조 조직률, 사업장 규모별 차이300인 이상은 절반 넘었지만100~299인 10.8% 30인 미만 0.1%이는 사업장 규모별 노조 조직 현황을 보면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11.8%로 나타났지만 사업장 규모별로 차이가 컸다. 300인 이상은 절반을 넘었지만, 100~299인 10.8%, 30~... -
로봇으로도 대체 못할 돌봄노동…‘우리 안의 홀대’가 문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살림과 돌봄 영역의 일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인간 노동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예측이다. 인간에게 어려운 것이 기계에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것이 오히려 기계에는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육체와 감정 노동이 두루 섞인 돌봄만큼 잘 보여주는 영역도 없다. 게다가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국제노동기구(ILO)는 2018년 ‘포용적 노동시장과 성평등을 위한 돌봄 대응’ 보고서에서 “유압식 로봇팔, 로봇청소기 등의 기술이 인간의 돌봄을 긍정적 방식으로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돌봄은 완전 자동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돌봄노동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노동의 미래에서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경향신문은 대표적 유급 돌봄노동 직종인 간병과 재가요양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가 이 노동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들여다봤다. 사회는 여성들이 가족을 돌보고 갖은 비정형의 일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