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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대보다 내 것 먼저” 현실에 무릎 꿇은 정규직
건보공단 상담사 직접고용 요구사측은 노조 반대 이유로 미뤄정규직들, 임금·복지 손해 우려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은 외면“국민건강보험공단도 예전에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민간 대기업은 물론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서도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때 생긴 노동조합이 이제 30년이 넘었다. 당시 우리와 처우가 비슷했던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면서 지금은 우리가 기득권이 됐다. 연대하기보다 가진 것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건강보험공단 50대 정규직 A씨는 31일 공단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11개 민간위탁업체 소속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른 직접고용을 요구한다. 하지만 공단은 최근까지도 결정을 미뤄왔다.공단이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다. 공단이 미적대는 사이 정규직의 반대 목소리는 더 커졌다. 지난해 ... -
(중) “노조 어떻게 생각해?” 청년들에게 물었더니…
대기업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20대 윤모씨는 얼마 전 상급단체가 없는 A사내노조에 가입했다. 회사 측의 일방적인 보너스 삭감과 업계 평균보다 낮은 연봉이 계기였다. 윤씨가 가입한 A노조는 최근 젊은 직원들이 만들었다. 노총 소속 B노조가 있지만 윤씨는 그들이 자신을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했다. “관심있는 게 임금피크제밖에 없다. 저연차 직원들을 위한 대책은 부족했다. 연봉 협상 부분은 A노조가 더 좋아 보였다.”윤씨는 조합원 평균 연령이 높은 B노조가 A노조의 30대 조합원들을 ‘어리다’며 얕잡아보는 것도 기분 나쁘다고 했다. A노조 위원장은 25일 “B노조가 선배 연령대를 위한 제도에 집중하다보니 사내 세대갈등이 심하다”며 “급여나 업무량 배분도 선배들에 대한 배려 수준을 넘어 차별까지 가니 후배들은 공정한 배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청년’은 노조가 마주한 숙제다. 양대 노총에도 2030세대 유입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가 주축인 노... -
(중)"노동운동, 조직화 어려운 '법 밖' 노동자 외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처럼 근로기준법 보호 범위의 바깥에 있는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노동조합에서 전부터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총연맹이나 산별노조들이 다양한 미조직사업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조직화할 가능성이 낮아보이는 영역은 소홀히 다루다 보니 취약 노동자들은 노동운동 안에서도 주변화됐다. 나도 민주노총 조합원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25일 노동운동의 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월 법내 노조가 된 권리찾기유니온은 2019년 10월 비영리단체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권유하다)로 출발했다. 사업주가 노동법상 의무를 회피하려고 실제와 달리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서류를 조작하거나 노동자를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사업자로 위장하는 사례를 피해자들과 함께 고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운동을 노동계에서 처음 시작했다. ... -
(중)“양대 노총 중심 노조 활동, 삶에 도움 안 된다” 62.6%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고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양대 노총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의 노동조합(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활동이 귀하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62.6%)는 답변이 ‘도움이 된다’(37.4%)는 답변보다 25.2%포인트 많았다. 고용형태별로는 프리랜서·특수고용(69%), 회사 규모별로는 민간 5인 미만 사업장(68%),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68%), 노조 유무에 따라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67.8%)에서 노조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노조 가입률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최대 2개 중복응답) ‘기존 노조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
(상) 산업재편 과정에서 노동자 소외 없도록 ‘정의로운 전환’ 고민할 때
개별 기업 아닌 산업별로 일자리 전환 계획 마련 필요노동이 대전환의 길목에 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재편은 노동의 문제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공정이 수년 내에 전기차로 전환되면 자동차 산업의 고용 규모는 대폭 축소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이미 폐쇄 단계에 들어섰다. 노동운동의 대응은 더디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노동조합총연맹(ICTU)은 몇년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 의제로 꼽고 사회적 대화 추진, 전환기금 조성, 노동자 재교육 등 구체적 해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산업구조 변화를 아직 ‘논의’하는 단계다.■ “상황 심각”, 대안은 “아직”총연맹 단위의 주요 의제 선정하반기나 돼야 구체화될 듯해외선 환경단체와 연계하는 등노조가 전환 논의 발전시켜 노조도 기후위기 대응이 늦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철도나 발전 쪽은 꽤 오래전부터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 -
(상) “사업장 폐쇄도 닥쳐야 알아…탈석탄 맞지만 고용 불안 헤아려야”
40대 이씨 “LNG 전환 등 얘기 나오지만 정규직도 100% 이동 확신 못하는데 우린…” 20대 박씨 “입사하고 언론 통해 ‘폐쇄’ 사실 들어…또래 동료들도 벌써 이직 준비” 50대 남씨 “은퇴하면 택시라도 몰려고 했는데…지역경제가 무너지면 그마저 될까”충남 보령시 대천 기차역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리면 보령화력발전소가 나온다. 국가보안시설이라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도 위치가 정확히 뜨지 않는 곳이다. 이 일대에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산다. 이들을 상대하는 식당과 카페 등도 영업 중이다. 발전소는 관광업과 함께 이 지역 경제의 중심이다. 10만명 초반대를 유지하던 보령 인구는 지난 2월 9만9700명으로 떨어졌다. 4월에는 9만9100명까지 내려갔다. 지역 일각에선 지난해 12월31일 보령화력발전 1·2호기 운영을 중단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정부는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 -
(상) 고용형태 변화·산업전환 가속노동운동, 변해야 살아남는다
정규직·비정규직 나뉜 ‘이중구조’플랫폼노동·젊은층 사무직 노조대기업·중장년 중심 체제에 균열정부 “탈탄소” 석탄발전소 폐쇄노조의 기후위기 대응 ‘발등의 불’A씨(34)가 다니는 지방공기업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2개의 노조가 있다. 하지만 A씨는 아무 데도 가입하지 않았다. A씨는 “다수 조합원 의견을 듣지 않고 나이 많은 간부들이 마음대로 결정한 뒤 관철시키려고만 한다”며 “무임승차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만한 동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은 청년층에서 특히 강하다. 게임업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B씨(34)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최근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지만 직원들은 회사 눈치를 보며 얘기하기를 꺼린다. B씨는 휴게실도 없는 닭장 같은 곳에서 일한다.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들에 노조가 생겨 노동조건과 처우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솔깃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B씨는 “노조가 생긴 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