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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의 귀촌생활, 만만치는 않지만 감당할만합니다" [밭]
서울 말고 로컬 “내가 원하는 게 여기(전북 완주)에 다 있을 줄 알았는데, (귀촌해서 살아보니) 여기에 조금, 저기에 조금 흩어져 있는 거예요. 당장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찾아가며 선택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요. 무조건적인 지지가 필요한 날에는 인근 전주에 있는 비혼 여성 공동체를 찾아가기도 해요. 굳이 생활터전을 귀촌한 지역으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이곳에 와서도 조금 더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지역을 찾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완벽한 곳은 세상에 없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서울 살던 비혼 여성 이보현씨(42)는 2015년 완주 봉동읍으로 귀촌했다. 완주와 인근 전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올해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글을 쓰며 산다. 몇년 전에는 다른 지역 농촌 여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친구와 함께 ‘귀촌녀의 세계란’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완주는 물론, ... -
스타트업 CEO 그만두고, 감자 유통에 뛰어든 까닭은? [밭]
서울 말고 로컬 강원 강릉의 청년들이 지난 2월 창업한 ‘더루트컴퍼니’는 농가에 농사 컨설팅을 해주고 이들의 농산물을 전량 수매해 유통하는 회사다. 최고경영자(CEO)인 김지우 대표(30)는 로컬 창업자를 육성하는 강릉의 엑셀러레이터 기업 ‘더웨이브컴퍼니’의 공동창업자 겸 CEO였다. 3년 반 동안 운영했던 회사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눈을 돌린 분야가 농업이었다. “저는 창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강릉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특히 농업 분야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풀 수 있는 ‘임팩트 비즈니스(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를 해야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그러다 동네 후배인 권태연씨(28)를 만났다. 권씨의 아버지는 감자 농부이자, 씨감자 육종의 권위자로 2017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다. 권태연씨는 아버지가 하는 씨감자 육종 보... -
마을의 유기농 농산물로 밀키트 만드는 청년 스타트업 ‘초록코끼리’[밭]
서울 말고 로컬 “모종을 너무 깊이 심었어요. 흙에 꽂아만 놓는다는 느낌으로 심어야 해요. 다시 심어주세요.” 충남 홍성에서 단호박 농사를 짓는 농부가 김만이씨(35)와 동료들에게 단호박 모종 심는 법을 가르친다. 김씨는 밭에 심은 단호박 모종 한 줄을 들어내고 다시 얕게 심었다. 양배추 농가에선 김씨가 일을 돕다가 모종 뿌리가 다치는 일도 벌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아침 농사를 마치면 농부들과 함께 참을 먹는다. 하루 반나절을 농민과 보내면서 이들의 하소연도 듣는다. “작년 봄엔 양배추가 전부 요만해서 한 20% 버렸나? 잘 될 때도 있는데 안되면 출하할 수 없을 정도로 잘못될 때도 있어요”(노원호 농부), “예전에 단무지용 무를 13만평의 땅에 심었는데 10㎝ 정도 자랐을 때 태풍이 왔어요. 그때 까먹은 돈이 어마어마하죠. 억대였으니까…”(강승식 농부)김만이씨는 홍성 장곡면의 밀키트 스타트업 ‘초록코끼리’의 대표다. 장곡면과 인근 지역의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해... -
‘매거진 iiin’ 고선영 대표 "지금의 제주를 파고, 팝니다”[밭]
서울 말고 로컬 “옛날에 비해서 지금은 변화가 너무 빠르잖아요. 누군가 지금 지역의 모습을 기록하지 않으면 몇 년 뒤에는 그것에 대한 흔적조차 남아있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지역의 모습을 아카이빙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로컬 매거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콘텐츠그룹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45)는 제주에서 계간지 ‘인(iiin)’을 발행한다. ‘나는 지금 섬에 산다(I’m In Island Now)’는 뜻이란다. 그 이름대로 ‘인(iiin)’은 지금의 제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서울에서 여행잡지 기자로 일했던 고 대표는 2011년 제주 산방산 아래 사계리 마을로 이주한 뒤, 2014년 4월 남편과 함께 ‘인(iiin)’을 창간했다. 부부가 지인들과 함께 시작한 매거진은 지난 여름 ‘30호’를 냈다. 지금은 직원 20여명에, 만여 부 정도 찍어내는 제주 대표 잡지가 됐다. ‘인(iiin)’ 에는 광고가 없다. 구독과 서점 판매 수익... -
농사만 짓지 말고 뭔가 해 볼까요? 괴산 카페에서[밭]
서울 말고 로컬③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 조경 전문가, 국제회의 기획자, 파티셰, 바리스타, 조리사···. 갖가지 경력의 청년 6명이 충북 괴산에서 농부로 살고 있다. 타이틀은 ‘농부’지만 버섯, 채소, 쌀, 곤충 등 각자 짓는 농사도, 먹고사는 일도 서로 다르다. 4명은 4~5년 전 서울에서 귀농한 부부들이고, 2명은 괴산에서 부모의 농사를 물려받은 후계농이다. 올 초 이들은 논과 밭이 펼쳐진 한적한 감물면에 카페를 만들었다. 이름은 ‘뭐하농 하우스’. ‘무언가를 하는 농부들의 공간’이란 뜻이란다. 카페 내부는 꽃과 나락, 비료 포대, 물뿌리개, 손수레 등으로 장식했다. 카페 앞 150평 밭에는 토마토, 비트, 무, 바질, 쑥갓 등 채소와 허브를 심었다. 밭이라기보다는 정원에 가깝다. 계절마다 채소 꽃이 피고, 이랑과 고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들이 거닐 수 있는 길을 냈다. 읍내도 아닌 한적한 면 단위 시골에 왜 이런 카페를 만들었을까. 지난 6월17일 감... -
쉬면서 재밌는 걸 찾아볼까요? 목포 원도심에서[밭]
서울 말고 로컬② 정아영씨(29)는 지난 4월 회사에 사표를 냈다. 대학 졸업 후 5년을 근무한 첫 직장이었다. 그는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나을까, 다른 분야의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사 후 찾아간 곳은 전남 목포 ‘괜찮아마을’이었다. “고생한 제 자신에게 한 달 이상 여유로운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코로나19로 해외는 갈 수 없고, 제주를 가자니 사람도 많고 운전하는 것도 걱정됐어요. 한 지역에서 쉬면서 재밌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목포에 머물면서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는 내용으로 에세이집을 냈다. 책 제목은 ‘문득, 내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연락해’로 정했다. 곧 100부가 인쇄될 예정인데 지인들에게 보낼 거라고 했다. ■‘밥계’하는 청년들아영씨가 찾아간 괜찮아마을은 행정구역으로 존재하는 마을이 아니다. 목포의 청년 스타트업 ‘공장공장’이 운영하는 일종의 ‘가상마을’이다. 참가자... -
하루 반나절, 농사 짓지 않을래요? 밀양 다랑이에서[밭]
서울 말고 로컬①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어도 괜찮다. 주말 반나절, 20평 크기의 논을 일구는 농부가 된다. 모판을 만들어(4월 중순) 모내기를 하고(5월 말) 김을 맨다(6월 말). 수확하고 벼를 털어(10월 초) 직접 키운 쌀을 얻는다. 1년에 네 번의 농사 일정만 빠지지 않으면 된다. 농사법은 ‘진짜’ 농부들이 알려준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모를 내며 낫으로 벼를 벤다. 농약과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피와 잡초는 우렁이가 먹게 하거나 직접 손으로 뽑는다. 20평이면 쌀 20kg 정도가 나온다. 논에 물이 잘 채워졌을지, 우렁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태풍에 벼가 쓰러지진 않았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는 ‘프로’ 농부들이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경남 밀양 다랑협동조합의 ‘20평의 기적’ 참가비는 1년에 30만원. 휴경으로 사라지는 다랑논을 지키기 위해 작년부터 시작된, 논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다.지난 5월30일 오후. 밀양 감물리에서는 모내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