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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시리즈,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
경향신문이 1~2월 보도한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시리즈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수여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언련은 29일 이 시리즈를 기획·보도한 경향신문 김정화 플랫팀 기자, 김경학·박하얀 스포트라이트부 기자, 조태형·성동훈 사진부 기자, 양다영·백준서 유튜브팀 PD, 이수민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에게 2024년 2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여했다.민언련은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는 특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여러 몸들이 가진 이야기를 통해 ‘내 몸’과 ‘몸의 정상성’에 대해 돌아보고,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정치적 요소에 영향받는 몸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노화, 비만, 장애, 질병, 트렌스젠더 등 다양한 몸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몸에 관한 획일화된 시선과 차별을 거두고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했다.민언련은 한겨레 ‘사람과 사람 잇는 대구 안심... -
“법적 성별 바꿔달라” 지난해 200명 넘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법적 성별 정정을 신청한 사람이 2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별 정정 신청 및 처리 건수가 공식 확인된 건 처음이다. 성별 정정 관련 국가 통계는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과제였다.대법원이 12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 접수된 성별 정정 신청 사건은 모두 203건(1심 기준)이었다. 지난해 처리된 건수는 194건이었는데 정정 허가가 159건, 불허가 18건이었다. 17건은 소송 취하·취하 간주·이송 등 기타로 분류됐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22년 10월부터 그해 말까지는 총 57건이 신청됐고 25건이 처리됐다. 21건 허가, 1건 기각, 3건이 기타로 분류됐다.관련 공식 통계가 나온 것은 2022년 10월부터 재판 업무 시스템에 별도 사건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경향신문의 질의에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고 국민과의 소통 매개체로서의 사법연감의 역할을 고려하여 2024년도 사법연감부... -
“조금 이상한 남자” 이야기 들어보실래요?···나다운 몸으로 사는 법
“여성스럽다.” “남자답다.” 살면서 종종 듣는 말이다. 성별 뒤에는 사회가 해당 성별에 기대하는 외양, 역할 등이 따라붙곤 한다. 그런데 성별은 개인의 의지가 작용하는 영역이 아니다. 태어날 때의 성기 모양과 염색체 등으로 의사가 판단해 부여한다.누군가는 지정된 성별과 자신이 다르다고 느낀다. 자신이 남·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몸과의 불편한 긴장관계를 수시로 감각한다. 오랫동안 국가가 외면한 몸들이다. 인구주택총조사를 비롯해 정부의 각종 실태조사에 성별 통계는 있지만 ‘성 정체성’에 관한 항목은 없다.오히려 국가는 이들을 은밀하게 관리하고 통제해왔다. 성 정체성대로 사는 것이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을 혐오와 차별에 노출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당한 경험이... -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몸···트랜스젠더만의 이야기일까?
자신이 남성이나 여성 어느 성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 법적 성별을 바꾸지 않은 사람 등은 트랜스젠더가 아닐까.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질병이 아닌, 성별이 불일치한 ‘성 건강 상태’라고 규정했다. 특정 요건을 갖춰야 주어지는 자격이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라는 것이다. 100명의 트랜스젠더가 있다면 100개의 정체화 과정과 트랜지션이 있다.하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상상력은 아직 빈곤하다. 사회가 해당 성에 대해 기대하는 외양을 갖추는 것은 물론 성역할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트랜스젠더는 여자 또는 남자가 되는 것일까. 트랜스젠더는 그저 ‘나’로서 존재하며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상태’의 몸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만나봤다.모호한 몸트랜스젠더, 퀴어, 비(༣... -
아프면 쉬라고 도입하는 ‘상병수당’…신청하다 더 아플 지경
살면서 한 번도 안 아플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아프다고 밝히기는 쉽지 않다. 아프면 참는 게 먼저다. 아프다고 해도 도움을 받기 힘들고, 오히려 ‘잘못된 몸’ ‘쓸모없는 몸’으로 여겨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잘 아플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구성원의 인식이나 문화의 변화와 함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보건의료·노동계에서는 잘 아플 수 있는 사회,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기본적인 제도로 ‘상병수당’을 꼽는다.상병수당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아플 때 받는 돈’이다. 아파서 일을 못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상병수당 제도가 있는 나라는 163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만 이 제도가 없다. 다만 미국에선 뉴욕 등 일부 주 차원에서는 운영 중이다.한국에서 상병수당 도입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국... -
“아픈 게 왜 두려운지 생각해보면 잘 아플 수 있는 사회 해답 나와”
“보통 한국 사회를 규정할 때 ‘남성’ ‘비장애인’ ‘선주민(먼저 살던 사람)’ 중심 사회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덧붙여 ‘건강 중심’ 사회라고 말해요. 모든 사람이 건강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사회죠.”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47)는 지난달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픈 몸은 질병을 가진 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 중심 사회에서 배제된 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한 대표는 본인이 난치성 질환을 갖게 되면서 산업화·경제성장이 압도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아픈 몸들을 위한 ‘언어’가 없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가 잘 아플 권리, 즉 ‘질병권’을 이야기하는 운동을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이다.조한 대표는 30대 중반까지 튼튼한 몸에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팔레스타인에 3개월 체류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병원에서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증세가 갑상샘암과는 달랐다. 2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갑상... -
매일 10년 넘게 약 챙겨 먹지만…괜찮다 말하는 아픈 몸들
흔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건강은 최선을 다해 추구해야 하는 절대 가치이자 선인 것이다. 반면 질병은 비극의 시작으로 예방이나 치료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악으로 여긴다.질병이 없는, 아프지 않은 몸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같은 명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완치가 힘들거나 불가능한 질병을 가진 이들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매해 5만여명의 희귀 난치질환자가 새로 등록된다. ‘건강이 최고’라는 프레임은 물리적 통증에 더해 사회적 통증을 가중한다. ‘몸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천벌 받은 것’ 등 가족이나 지인, 주변의 반응은 아픈 몸을 가진 이들의 자책에 무게를 더한다.경향신문 기획 ‘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 4회는 만성 희귀 난치질환 등으로 평생을 질병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픈 몸들의 이야기다.질병은 이들의 삶을 크게 바꿨다. 자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가족이나 친구·동료로부터 ... -
당신의 몸은 몇점인가요? 점수로 표현되는 몸
장애가 있는 몸은 점수로 수치화되기도 한다.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종합조사)에 의해서다. 혼자 할 수 없는 게 많을수록 높은 점수가 매겨지고, 이 점수를 바탕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결정된다. 점수를 매기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적 편의 때문이다.정부는 2019년 장애인을 1~6급으로 판정하는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했다. 의학적 손상으로 나누는 판정 기준이 너무 제한·획일적이라 사회보장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실은 폐지라기보다 단순화 또는 통합에 가까웠다. 여섯 단계를 ‘중증’과 ‘경증’ 두 단계로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 1~3급만 받던 활동지원서비스의 대상을 등록장애인 전체로 확대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혼자 일상·사회 생활 등을 하기 힘든 장애인에게 매달 일정 시간 활동지원사를 통해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서비스 시간, 즉 정부에서 지원받는 시간의 양은 종합조사로 결정된다. 조사 항목은 ‘일상생활동작(... -
“장애 통해 다름 보는 시선, 깨달음 얻었죠”
몸은 한 개인을 구성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다. 그러나 몸에 장애,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있는 이들은 다르게 취급받는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다른 정체성은 모두 압도당하고,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묶여버린다.장애의 개념은 국가나 사회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는 개인의 건강 상태뿐 아니라 의도적 따돌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정책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장애에 포함하는 등 장애의 범주를 확대하는 추세다.한국에서 장애의 개념은 여전히 협소하다. 의학적 기준에서 ‘손상’에 초점을 맞춘 장애인복지법으로 장애를 규정하고, 정책적 도움을 얻기 위해선 국가에 등록해야 하는 장애인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 지원과 복지를 위한 행정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장애인을 주류사회에서 분리하고 다양한 장애의 유형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 -
‘춤추는허리’ 서지원 단장 “몸 부딪치며 다른 점 알게 됐죠”
“배우분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우셨죠?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고, 누워서 편안하게 힘을 느껴볼게요. 허리가 바닥에 잘 닿았는지 느껴보고, 허리가 편안해지기 위해 옆에 있는 도구를 쓰거나 다리를 세우셔도 좋습니다.”지난달 21일 서울 강동구 장애여성극단 ‘춤추는허리’(춤허리) 연습실에서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과정공유회로 이름 붙인 이 공연은 ‘이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여기서 이동은 ‘움직임(移動)’뿐 아니라 ‘다르게 움직임(異動)’, ‘다르면서도 같음(異同)’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서지원 단장(44)을 포함한 배우 4명은 혼자 드러눕거나 서로의 몸에 기대기도 했다. 한 배우가 몸을 움직여 새로운 자세를 잡는 데 애를 먹자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운 발달장애 배우가 다가가 도움을 줬다.공연은 기승전결이나 이야기 전개가 있는 극이라기보다는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