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몸···트랜스젠더만의 이야기일까?

⑤규정을 거부하며, 존재하는 몸

정글이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실내 공간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정글이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실내 공간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자신이 남성이나 여성 어느 성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 법적 성별을 바꾸지 않은 사람 등은 트랜스젠더가 아닐까.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질병이 아닌, 성별이 불일치한 ‘성 건강 상태’라고 규정했다. 특정 요건을 갖춰야 주어지는 자격이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라는 것이다. 100명의 트랜스젠더가 있다면 100개의 정체화 과정과 트랜지션이 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상상력은 아직 빈곤하다. 사회가 해당 성에 대해 기대하는 외양을 갖추는 것은 물론 성역할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트랜스젠더는 여자 또는 남자가 되는 것일까. 트랜스젠더는 그저 ‘나’로서 존재하며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상태’의 몸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트랜스젠더 처음 보시나요? | 몸 EP.03

모호한 몸

트랜스젠더, 퀴어, 비(非)퀴어가 한데 모인 파티,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기다 보면 누가 트랜스젠더인지, 시스젠더(지정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인지 더는 신경 쓰이지 않는 순간이 온다. 이 파티의 이름은 ‘트랜스패런트’. ‘투명한 빛’이라는 뜻으로 ‘내가 나인 채로 투명하게 만나, 서로를 돌보자’는 바람을 담았다. 파티의 기획·주최자는 ‘정글’이다. 그는 유명 패션 브랜드의 PR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이자 밴드 OMFYBNI의 베이스 연주자다.

정글은 그가 자신에게 부여한 이름이다. 전 직장에서 쓸 닉네임으로 동료가 제안했는데 “너무 남성적”이라는 다른 동료의 반응에 반감이 들어 선택했다. “이름은 자기 것인데 자기가 정하지 않은 것이잖아요. 성별이랑 비슷한 거 같거든요. 제가 선택한다는 생각을 하고 이 이름을 고수하고 있어요.”

정글은 “수술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아닌가,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같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지만 답이 비(非)트랜스젠더들에게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조태형 기자

정글은 “수술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아닌가,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같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지만 답이 비(非)트랜스젠더들에게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조태형 기자

정글은 자신을 “중간 지점에 있는 모호한 사람”으로 규정한다.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한 동시에, 논바이너리에 가깝다고 느끼기도 한다. 여성으로 패싱되면서 “누나” “언니”로 불리곤 하는데 유쾌하지만은 않다. 공고한 성별이분법을 재확인하기 때문이다. 젠더를 언급하지 않는 편이 더 편한 그는 “‘나는 이것입니다’라고 정확하게 집어” 이야기하기보다 “이 언저리에서 모호한 존재로 제가 누구인지를 찾아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을 지나왔다. 몸에 위화감을 느끼던 그는 스무살 때 호르몬 요법을 시작했다. 3개월도 되지 않아 이를 알게 된 가족들이 그를 정신과 병원에 보냈다. 의사는 “정신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가족의 반발로 트랜지션을 중단해야 했다. 그 후 자신을 억누르며 ‘평범하게’ 살려 노력했다. 10여년간 회사 생활을 했다. ‘여성적’인 것은 무엇이든 피하려 했고, 사람들 앞에서 몸을 보이기가 싫어 공중화장실과 사우나, 운동시설 등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당시 그는 몸이 “감옥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글은 ‘남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성으로 바꾸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전제만 빼면, 시스젠더가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성형수술을 하는 것과 트랜스젠더가 불일치감을 줄이는 수술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조태형 기자 사진 크게보기

정글은 ‘남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성으로 바꾸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전제만 빼면, 시스젠더가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성형수술을 하는 것과 트랜스젠더가 불일치감을 줄이는 수술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조태형 기자

어느 순간 “반항심인지 탐구심인지 모를 질문”을 하게 됐다. ‘여성적’이라고 이야기되는 것들에 대한 물음이었다. ‘치마는 왜 여성의 것으로 여겨질까?’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치마를 입겠다는 선언은 아니었다. ‘여성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실루엣의 치마를 입고, 붉은색 마스카라를 바르는 식으로 탐구에 나섰다. 그런 그를 보고 누군가는 “여성적”이라고, 다른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했다. 같은 몸을 드러내도 남자로 패싱될 때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 여자로 비치자 이런저런 평가의 대상이 됐다.

‘내가 나인 채로 살 수 없을까?’ 풀리지 않았던 질문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더는 스스로를 부정하며 검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2021년 5월 호르몬 요법을 다시 시작했다. 트랜지션은 그에게 편안함을 줬다. 신체에 나타나는 변화가 전부는 아니었다. 정글은 “태어났을 때 지정된 성별과 트랜스 여성, 두 젠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정글은 “아무도 나의 몸이나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환경이었다면 나의 모습 그대로 살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물었다.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하기까지 자신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이 사회가 ‘여성’으로 규정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태형 기자

정글은 “아무도 나의 몸이나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환경이었다면 나의 모습 그대로 살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물었다.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하기까지 자신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이 사회가 ‘여성’으로 규정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태형 기자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몸

얼마 전 성형외과의 ‘안면 여성화 수술’ 광고가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드에 떴다. 광고는 안면 여성화 수술이 ‘트랜스젠더가 되기 위해 하는 수술’이라고 했다.

정글은 트랜스젠더는 여자 또는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태어날 때 가진 염색체나 성기로 지정된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다. 불일치감을 줄이며 자기에게 편안한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트랜지션이다. 그 과정에서 외과수술은 동반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트랜지션의 목표 지점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편안한 지점을 향해가는 ‘과정’에 있는 몸들은 ‘아니다’ ‘틀리다’ 결과로써만 몸을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안전하지 않음을 느낀다.

드랙 아티스트로도 활동했던 정글은 주변의 멋진 여성들이 고난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 영감을 받았고, 과거 여성들에게 주어졌던 대로 옷을 입고 머리를 손질하며 꾸밈에 드는 에너지를 체감하기도 했다. 조태형 기자

드랙 아티스트로도 활동했던 정글은 주변의 멋진 여성들이 고난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 영감을 받았고, 과거 여성들에게 주어졌던 대로 옷을 입고 머리를 손질하며 꾸밈에 드는 에너지를 체감하기도 했다. 조태형 기자

의료적 시술뿐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 모두 트랜지션의 일환이다. 정글은 화장을 하기도, 하지 않기도,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을 때도, 후줄근한 옷차림을 할 때도 있다. 그에게는 모두 편안한 모습이지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추측하는 젠더가 달라졌다. 그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머리가 긴 게 여성인가? 화장을 하는 것이 여성인가? 순종적이거나 수동적인 모습이 여성인가?’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자신이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는 “젠더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성별이분법을 수시로 경험했다.

남·여로만 구분된 화장실은 패싱이 잘 되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물론 논바이너리도 사용하기 어렵다.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설치율은 저조하다. 화장실 사용권을 보장할 해법에 관한 논의 대신 일각에서 제기하는 범죄 우려만 주목받는다. 정글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집중해야지, 특정 ‘젠더’에 집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글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공연장에서 밴드 공연을 하고 있다. 그가 가사를 쓴 곡 <프리 웨이(Free way)>는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양다영·백준서 PD

정글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공연장에서 밴드 공연을 하고 있다. 그가 가사를 쓴 곡 <프리 웨이(Free way)>는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양다영·백준서 PD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병역 판정 기준에 관한 개정안에서 트랜스여성의 4급(보충역) 판정 기준으로 6개월 이상의 호르몬 치료를 제시한 것 또한 “수술 혹은 의료적 치료를 거친 상태만이 트랜스젠더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호르몬 요법에 대한 접근성은 경제상황, 건강상태, 주변인의 지지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20대 초반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한 그는 배치된 곳에서 정체성에 관한 “불필요한 말들”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근무지를 두 차례 옮겼다.

2020년 숙명여대의 트랜스젠더 입학생 거부,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등에서 드러났듯, ‘진짜 여(남)성’이 아니라며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인식은 견고하다. 정글은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가 가부장제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페미니즘의 본질은 모두가 더 편안해지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트랜스젠더 이슈도 마찬가지예요. 구축돼 있는 시스템이 불편함에도 그에 익숙해져서 편안함을 느끼는 거라면,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묻는 거죠.”

정글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트랜자션을 다시 시작하고 예상치 못하게 주변에서 환대받으며 “한 줄기 빛”을 봤다. 현재는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트랜스패런트 파티를 열고 있다. 양다영·백준서 PD

정글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트랜자션을 다시 시작하고 예상치 못하게 주변에서 환대받으며 “한 줄기 빛”을 봤다. 현재는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트랜스패런트 파티를 열고 있다. 양다영·백준서 PD

젠더·섹슈얼리티는 색과 색 사이에 수많은 빛깔이 있는 무지개에 비유된다. 정글은 “스펙트럼 양 끝단의 색깔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성별이분법에 따라 지정된 성이 본인의 정체성과 들어맞아 완전히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 한, 모두가 “일정 부분 트랜스젠더”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보다 많은 사람이 편안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 몸은 자신을 대변하는 동시에 가두는 것이기도 하다. 이 미묘한 긴장관계를 풀어가는 건 트랜스젠더만의 과제가 아니다. “젠더 정체성, 사회가 규정한 아름다움, 장애 등으로 인해 몸 안에서의 경험들이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 몸 안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건 삶을 살아가는 데 중심에 있는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요.”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한 드랙 아티스트 호소가 지난해 12월23일 자택에서 드랙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소외된 존재인 요괴에 동질감을 느껴 호러물의 열렬한 팬이 된 ‘호러 소년’(호소), 암환자로서 겪은 트라우마(테라토마·여러 종류의 세포와 조직들로 이뤄진 종양의 일종)를 조합한 것이 그의 이름이다. 성동훈 기자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한 드랙 아티스트 호소가 지난해 12월23일 자택에서 드랙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소외된 존재인 요괴에 동질감을 느껴 호러물의 열렬한 팬이 된 ‘호러 소년’(호소), 암환자로서 겪은 트라우마(테라토마·여러 종류의 세포와 조직들로 이뤄진 종양의 일종)를 조합한 것이 그의 이름이다. 성동훈 기자

어떠한 모습이든, 존재하는 ‘몸’

호소는 ‘호소 테라 토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드랙(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 행위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예술의 한 장르) 아티스트다. 미국 드랙 경연 TV 프로그램인 ‘드라귤라’에 아시아인 최초로 출연해 결승전까지 올랐다.

그가 표현하는 드랙은 한국 드랙의 정상성의 범주에서도 비껴나 있는 ‘대안 드랙’이다. 호소는 드랙을 하면서 어떤 형태든 되어봤다. 그는 젠더 스펙트럼 어디에도 두기 애매한 모습을 표현한다. 무대 위의 호소는 여성적으로 보이기도, 남성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인간에 가깝게, 인간이 아닌 존재로 비치기도 한다.

호소가 드랙 공연에 앞서 화장을 하고 있다. 그의 드랙은 사회가 말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흉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자기 몸에 드러내 의미를 부여하는 ‘재전유’를 통해 지금까지 넘어온 장벽들이 많다고 했다. 성동훈 기자

호소가 드랙 공연에 앞서 화장을 하고 있다. 그의 드랙은 사회가 말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흉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자기 몸에 드러내 의미를 부여하는 ‘재전유’를 통해 지금까지 넘어온 장벽들이 많다고 했다. 성동훈 기자

그는 지정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어릴 때부터 느꼈다. 머리를 기르면 “여성스러운 남자애”라는 얘길 들었다. ‘완전한 남자’로 비치지 않는 것이 안정감을 줬다. 호소는 “여자가 좋아한다고 사회가 규정한 것을 항상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여자·남자를 갈라놓고 ‘이걸 좋아해’ ‘저걸 해’ 구분짓는 시스템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몸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건 암을 겪으면서다. 2019년 18살 생일 무렵 림프종 진단을 받고 1년 내내 항암치료를 했다. 온몸이 야위고 털은 죄다 빠졌다. 아픈 몸이 되자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아픈 몸에 쏟아지는 시선은 성소수자로서 받아왔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는 이때 자신의 성 정체성이 논바이너리와 트랜스 여성의 경계를 오간다고 생각했다. 치료가 끝날 즈음 두 가지를 느꼈다. “싫게만 느껴졌던 몸도 어떻게든 저를 살게 하려고 버텨줘서 자랑스러웠어요. 기특한 몸을 제가 싫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몸 안에 있는 게 더 편할 수 있도록 트랜지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렇게 트랜스여성으로 정체화했다.

호소가 드랙 공연이 있는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호소가 드랙 공연이 있는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만날 기회가 마땅하지 않은 데다 미디어는 왜곡된 이미지로 혐오를 조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간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트랜스젠더 혐오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97.1%, 87.3%였다. 호소 역시 매체들이 납작하게 그린 이미지로 트랜스젠더를 접하고 자신이 느끼는 불일치감을 부정한 시기가 있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부정해온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막연하게 상상해온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드랙을 하며 만났다. 호소는 논바이너리와 여성 퍼포머 등 퀴어 페미니스트들이 주를 이룬 드랙 그룹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젠더를 둘러싼 사회의 고정관념을 교란시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드랙의 핵심요소다.

드랙의 변신 요소는 그가 자기 몸이 어떤 모습이든 편안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암환자,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흉측하면 흉측한 대로” 드러냈다. 피눈물, 변형된 살갗, 뿔 등을 자기 몸에 표현했다. 경험을 직시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트라우마와 자신을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게 했다. 호소는 이를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나는 변태·변이의 개념에 비유한다.

이날 호소가 착용한 의상은 1년 전 자신이 제작한 것이다. 그는 암환자, 성소수자로서 겪은 트라우마를 피눈물이 쏟아지는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꾹꾹 참고 살아왔다”는 그는 항암치료 중에도 한 번도 울지 않다가, 치료 막바지에 우연찮게 터진 눈물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성동훈 기자

이날 호소가 착용한 의상은 1년 전 자신이 제작한 것이다. 그는 암환자, 성소수자로서 겪은 트라우마를 피눈물이 쏟아지는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꾹꾹 참고 살아왔다”는 그는 항암치료 중에도 한 번도 울지 않다가, 치료 막바지에 우연찮게 터진 눈물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성동훈 기자

호소가 공연장에서 다른 아티스트와 포옹하고 있다. 그는 “제 드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 정상성의 범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성동훈 기자

호소가 공연장에서 다른 아티스트와 포옹하고 있다. 그는 “제 드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 정상성의 범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성동훈 기자

“예전에는 내 몸이 밉게만 느껴졌다면 지금은 ‘이 부분은 예뻐’ 하고 상냥하게 볼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몸에 고치고 싶은 부분도 생길 수 있겠지만, 이런 건 트랜스젠더가 아니더라도 다들 갖고 있는 거잖아요.”

재발 위험 때문에 지난해 트랜지션을 시작한 그는 종종 여성으로 패싱되지 않는다. 목소리, 큰 키가 여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무례하게 대하는 이들이 있다. 차별·배제의 시선을 종종 마주하지만 자신이 “할 도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의 드랙은 무엇이 아름답고 정상인지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관객은 이 질문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호소는 이 질문이 가져올 미래는 “정상성을 벗어난 존재, 다름에 대한 포용”이라고 말했다. 그가 더 많은 트랜스젠더, 다양한 몸들이 드러나야 한다고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연 분장을 하기 전 호소의 모습. 인터뷰 막바지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는 그의 큰 지지자다. 호소는 “어머니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내 자아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성동훈 기자

공연 분장을 하기 전 호소의 모습. 인터뷰 막바지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는 그의 큰 지지자다. 호소는 “어머니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내 자아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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