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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범들 경찰과 연루, 검거 쉽지 않아
“인신매매 당한 사람들을 구해내도 3~4년간 갇혀 있었던 사람들이어서 인신매매범에 대한 정보를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지난달 23일 월드비전 미얀마 사무소에서 만난 롤랜드 양곤 경찰국 인신매매 방지부 본부장은 인신매매범 검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롤랜드 본부장은 “2013년 10월까지 119명의 남자와 1명의 여성을 구해냈다”며 “하지만 피해자 조사를 해도 인신매매범에 관한 정보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인신매매범 검거와 기소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출해 낸 사람들 대부분이 20세 안팎이다. 어린 나이에 인신매매를 당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구출했을 때는 진술을 듣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누가 인신매매범인지 기억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진술을 꺼린다. 인신매매범들은 국경을 넘어 서로 연결돼 있고, 경찰과도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인신매매범들의 보복도 이들을 나서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롤랜드 본부장은 “최근 미얀마 다른 지... -
미얀마 ‘일자리 부족’·캄보디아 ‘잘못된 관습’ 등 복합 작용
매년 12월2일은 ‘세계노예제 철폐의 날’이다. 1949년 12월2일 유엔총회가 ‘인신매매금지 및 성매매 착취 금지 협약’을 통과시킨 날을 기념한 것이다. 21세기가 되면서 ‘노예’라는 단어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고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노예는 단어가 아닌 현실에서 실재한다.전 세계 인신매매의 3분의 1이 일어난다는 메콩강 인근의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중국(윈난성 지역) 등 6개 국가에서 인신매매는 사회적 문제다. 6개 국가가 인신매매 해결을 위해 협약을 맺기도 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인신매매의 원인은 세계화에 의한 국가 간의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일자리 부족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교육수준, 잘못된 관습 등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월드비전 동아시아지역사무소 인신매매방지활동 ‘ETIP(End Traffiking In Person)’의 조사결과를 보면, 국... -
“가난한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고향사람들을 파는 수밖에”
“그땐 너무 가난했습니다. 내겐 선택권이 없었습니다.”지난달 18일 태국 마하차이의 한 노동자 인권보호 단체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전 인신매매범 캬우(50대·가명·미얀마)는 “당시에 나는 죄책감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로 피해자가 겪을 고통에 대해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내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캬우에게 인신매매는 그저 ‘좋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 태국 공장 사장 요구로 시작10년간 사람들 속여 돈벌이도망치면 잡아오는 일도 해▲ 경찰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뇌물 받은 경찰 되레 뒤 봐줘마음 바꿔 인권단체에 헌신캬우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미얀마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캬우는 1993년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건너왔다. 새우양식장에서 일하고 낚싯배도 타고 상점에서 물건도 파는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나 늘 밥을 굶지 않는 정도였다. 그해 고향에 방문한 캬우... -
청장년층 이주노동 떠나 대부분 조손가정… 마을 인구 해마다 줄어
지난달 22일 미얀마 꼬따웅 시내에서 울퉁불퉁한 황토색 흙길을 덜컹거리며 30분간 차로 이동하자 작은 마을이 나왔다. 아웅뚜카 마을이다. 적갈색 벽돌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집들이 길 옆에 띄엄띄엄 서 있다. 나뭇잎을 엮어 엉성하게 만든 지붕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집들도 눈에 띄었다. 폭우가 온다면 내려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잠시 뒤 마을 외관보다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 미얀마 전통화장품인 ‘다나카’를 하얗게 칠한 아이와 노인들뿐이었다. 가끔씩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지나가는 청년들만 목격될 뿐이었다. 마을 외관이 1970~1980년대 한국 농촌과 닮아 있었다면, 젊은 사람들을 찾기 힘든 것은 지금의 한국 농촌과 비슷했다.아웅뚜카에는 할아버지·할머니, 어린이들로만 이뤄진 가정이 많다. 젊은이들은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일자리를 찾아 태국 등 외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주로 ... -
‘돈 많이 번다’ 속여 어선·공장에 팔아… 하루 16~19시간 ‘노예 노동’
“길을 걷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태국 당구장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어요. 미얀마에는 일자리가 없어 밥을 굶기 일쑤였죠. 14살이었던 동네 동생과 함께 따라갔어요. 어머니께도 말씀드리지 않았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땐 전 몰랐습니다.”지난달 21일 미얀마 꼬따웅의 한 식당에서 만난 싯나잉(20·가명)은 인신매매의 기억을 힘겹게 끄집어냈다. 탈출해 집에 돌아온 싯나잉은 집 밖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싯나잉 어머니의 부탁이자 명령이다. 이날 싯나잉은 미얀마 경찰과 동행, 어렵게 기자와 만났다. 인신매매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는 뜻을 어머니가 받아들여 외출을 허락해준 것이다.▲ 일자리 없어 밥 굶기 일쑤… 미얀마 떠나 태국 건너가“죽인다·불법이주 신고” 협박, 도망 못 가게 총 들고 감시■ “노예 같은 선원생활, 죽음의 공포”싯나잉은 지난해 5월 ‘팔렸다’. 미얀마 꼬따웅의 한 거리에서 만난 남자는 싯나잉을 배에 태워 태국 ... -
‘메콩강 인신매매’의 현장… 분주한 꼬따웅엔 곳곳 ‘날카로운 눈빛’
지난달 22일 오전 미얀마 남단 꼬따웅의 크라브리 강 항구. 승합차 문을 열자 항구의 습기가 얼굴을 덮쳤다. 건기였지만 새벽부터 비가 내려 바닥 곳곳엔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차에서 내리자 바다처럼 넓은 크라브리 강의 수평선이 보였다. 강 건너 태국 라농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태국은 지척이었다.항구로 눈을 돌리자 국경을 넘으려는 청장년층들의 급한 발걸음이 보였다. 뱃사람들의 거친 외침 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승복을 입고 시주를 받으러 다니는 까까머리의 어린 승려들도 보였다. 크라브리 강 항구는 분주했다. 젊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대부분 고향을 떠난 꼬따웅과는 달랐다. 처음엔 생기가 넘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항구에 동행한 미얀마 월드비전 관계자의 말에, 습한 날씨에도 소름이 돋았다. “항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평범해 보이지만 조심하세요. 곳곳에 불법이주 알선업자들이 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인신매매 알선업자들이에요. 새로 항구에 오는 사람들은 감... -
한해 250만명 인신매매… 평균나이 14살, 성·노동 착취 당해
유엔세계기업협약기구(UNGC)와 국제노동기구(ILO)의 2007년 자료를 보면, 인신매매를 당해 성매매 등 강제노동을 하는 인구는 250만명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1의 인신매매가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윈난성 지역) 등 메콩강 인근 6개 국가에서 벌어진다. 태국은 6개 국가 중 상대적으로 발전한 나라다. 미얀마나 라오스처럼 일자리가 부족한 나라의 국민들은 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꿈꾼다. 인신매매범들이 노리는 것은 이들의 ‘꿈’이다.성매매 업소, 낚싯배, 해산물 가공공장 등에서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태국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종착국이 된다. ‘타이 드림’을 꿈꾸며 고용허가증도 없이 태국어도 모른 채 타국으로 옮겨진 이주노동자들은 인신매매의 ‘덫’을 피하기 어렵다.태국에서도 2009년 인신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태국 내 관광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협력해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 부처가 이 문제를 ... -
17세 미얀마 소녀는 왜 팔려갔나… 중국으로 인신매매 된 릴리의 ‘지옥 같은 4년’
2012년 1월 어느날 새벽. 중국 광저우 외곽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 허름한 집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집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딘 릴리(당시 21세·가명·미얀마)는 순간 망설였다. 인신매매로 강제 결혼을 해 이 집에서 살아온 지난 4년간 수천번도 넘게 ‘탈출’을 꿈꿨다. 감시하는 남편과 가족들이 모두 신년축제에 가느라 집을 비운 지금은 다시 없는 기회였다. 갓 3살이 된 딸과 2살 난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치 않은 자식들이었지만 혈육의 정은 떠나려는 릴리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눈물을 훔치며 다시 걸음을 이어갔다. 딸의 생사도 모른 채 홀로 슬퍼할 아버지를 생각하자 결심이 섰다. 릴리는 꼴짜기를 내려가 사람들이 있는 시장으로 갔다. “미얀마로 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릴리는 어설픈 중국말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릴리는 미얀마 수도인 양곤 외곽 빈민가에서 장녀로 태어났다. 나이 차가 많이 났던 오빠는 릴리가 어릴 때 분가했다. 어머니는 릴리가 12살 때 출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