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 인신매매’의 현장… 분주한 꼬따웅엔 곳곳 ‘날카로운 눈빛’

꼬따웅(미얀마) | 박순봉 기자

(1) 17세 소녀는 왜 팔려갔나

지난달 22일 오전 미얀마 남단 꼬따웅의 크라브리 강 항구. 승합차 문을 열자 항구의 습기가 얼굴을 덮쳤다. 건기였지만 새벽부터 비가 내려 바닥 곳곳엔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차에서 내리자 바다처럼 넓은 크라브리 강의 수평선이 보였다. 강 건너 태국 라농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태국은 지척이었다.

항구로 눈을 돌리자 국경을 넘으려는 청장년층들의 급한 발걸음이 보였다. 뱃사람들의 거친 외침 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승복을 입고 시주를 받으러 다니는 까까머리의 어린 승려들도 보였다. 크라브리 강 항구는 분주했다. 젊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대부분 고향을 떠난 꼬따웅과는 달랐다. 처음엔 생기가 넘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항구에 동행한 미얀마 월드비전 관계자의 말에, 습한 날씨에도 소름이 돋았다.

“항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평범해 보이지만 조심하세요. 곳곳에 불법이주 알선업자들이 있고, 그들 중 대부분이 인신매매 알선업자들이에요. 새로 항구에 오는 사람들은 감시 대상입니다. 속일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고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자 외지인을 감시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들이 보였다. 아동구호단체 월드비전은 경찰과 연계해 꼬따웅에 사무실을 두고 인신매매 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곳이 세계에서 인신매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항구에선 작은 보트로 태국 라농까지 45분이면 갈 수 있다. 불법이주가 가장 많고, 이들을 노리는 인신매매범도 가장 많다.

전 세계 인신매매의 3분의 1이 이뤄지는 메콩강 인근 6개국 중 미얀마의 남단 꼬따웅 크라브리 강 항구 풍경(위쪽 사진). 국경을 넘으려는 청장년층들과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는 뱃사람 등 활기 넘친 듯 보이는 항구 곳곳에선 인신매매 알선업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미얀마 글자와 함께 영어로 ‘Stop Human Trafficking(인신매매를 막자)’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아래쪽)도 보인다. 광고판에는 인신매매 근절에 발벗고 나선 미얀마 연예인들의 사진도 담겨 있다. | 월드비전 제공

전 세계 인신매매의 3분의 1이 이뤄지는 메콩강 인근 6개국 중 미얀마의 남단 꼬따웅 크라브리 강 항구 풍경(위쪽 사진). 국경을 넘으려는 청장년층들과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는 뱃사람 등 활기 넘친 듯 보이는 항구 곳곳에선 인신매매 알선업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미얀마 글자와 함께 영어로 ‘Stop Human Trafficking(인신매매를 막자)’이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아래쪽)도 보인다. 광고판에는 인신매매 근절에 발벗고 나선 미얀마 연예인들의 사진도 담겨 있다. | 월드비전 제공

▲ 태국 가까운 크라브리 항구 국경 넘으려는 청장년층 몰려
알선업자들, 외지인 대상 물색
하루 평균 350명씩 불법이주… 그 중 4~5명 인신매매 당해

미얀마 연예인들의 사진과 함께 인신매매를 막아야 한다는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광고판에는 미얀마 글자와 함께 영어로 ‘Stop Human Trafficking(인신매매를 막자)’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인신매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증거로 보였다.

큰 배는 찾기 힘들었다. 나무로 만든 4m 정도 길이의 작은 보트가 많았다. 대부분의 불법이주노동자들은 이 보트를 타고 크라브리 강을 건너 태국 라농 지역으로 간다. 배가 뒤집히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다. 불법이주노동자들은 보트 밑에 천막을 덮어 몸을 숨기고 강을 건넌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매달 수만명의 미얀마인이 꼬따웅에서 태국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꼬따웅 지역에서 태국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일을 15년째 해온 또우와(42·가명)는 “내가 혼자서 한 달에 태국으로 이주시키는 미얀마인이 2000명 정도”라며 “날씨가 안 좋아 못 가는 날을 빼고 하루 평균 350명을 이동시키는데 이 중 4~5명은 인신매매를 당한다”고 말했다.

또우와는 자신 같은 이주 알선자가 꼬따웅 지역에 400~500명 정도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곧 그곳에서 일을 하며 돌볼 수 없게 되면 아이들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를 태국에서 보내와 집으로 보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우와는 “미얀마 저소득층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불법이주도, 인신매매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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