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엔 “여자라 안 돼”…70세 배트걸 ‘소원 성취’

이용균 기자

양키스, 에인절스전 전격 선발

60년 전엔 “여자라 안 돼”…70세 배트걸 ‘소원 성취’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1년 6월23일, 10세 소녀였던 그웬 골드먼(사진 오른쪽)은 뉴욕 양키스 구단에 편지를 썼다.

“저는 양키스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팬입니다. 제 소원은 양키스 홈경기 때 배트걸을 하는 것입니다. 남자애들이 하는 것처럼 저도 할 수 있어요.”

1961년 뉴욕 양키스는 ‘전국구 구단’이었다. 리그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팀이었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미키 맨틀이 뛰었고, 로저 매리스는 베이브 루스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0개) 경신을 노리고 있었다. 누구나 양키스 구단의 경기를 보고 싶어 하던 때였다. 선수들이 공을 때리고 던져 둔 방망이를 들고 돌아오는 배트 보이는 어린 팬들에게 선망의 자리였다.

골드먼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키스 로이 해미 단장은 거절의 답장을 보냈다.

“우리는 골드먼양 같은 소녀들도 소년들처럼 충분히 배트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야구장과 더그아웃은 온통 남자들만 있는 곳이고, 골드먼양 같은 어린 숙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골드먼은 “우리 아버지는 내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배트걸이 안 돼서 크게 실망했지만, 양키스로부터 답장을 받은 건 신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골드먼이 60년 만에 소원을 풀었다. 이제 손주들을 둔 할머니 골드먼은 29일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 경기에 배트걸로 나섰다. 라커룸에 임시 라커도 만들었고, 코치와 함께 심판에게 라인업 표를 전달했다. 에런 분 감독과 인사했고, 게릿 콜로부터 오늘의 할 일을 배웠다. 경기 전에는 시구의 기회도 주어졌다. 60년 만의 소원 성취는 골드먼의 딸 애비가 양키스 구단에 60년 전의 편지 사진을 찍어 보낸 덕분이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답장에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그 소원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양키스는 야구 산업 내 성차별을 없애는 데도 챔피언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골드먼은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칠십 평생에 멋진 순간이 몇 차례 있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없었다”며 “오랜 꿈을 이룬 이 순간, 양키스타디움을 거니는 지금의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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