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는 드라이버만으로는 안 된다

이용균 기자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가을야구는 드라이버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 타자들이 골프백 안의 다른 클럽들을 쓰기 시작했다.”

골프 얘기인데, 야구 얘기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0일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2차전을 이긴 뒤 이렇게 말했다. 골프도, 야구도 긴 채를 들고 스윙을 한다. 한쪽은 클럽이고, 다른 한쪽은 배트(방망이). 한쪽은 서 있는 공을, 다른 한쪽은 150㎞가 넘는 공을 때린다. 닮은 구석이 많다.

다저스는 올 시즌 106승(승률 0.654)을 거두고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9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07승(0.660)을 거뒀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이 이기고도 90승을 거둔 세인트루이스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단판 승부를 펼쳐야 했다. 1-1로 맞선 9회말 크리스 테일러의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이겼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철천지 원수’에 가까운 라이벌이다. 죽어도 지면 안 되는 상대가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도 아니고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에서 만났다. 지난 9일 1차전에서 다저스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0-4로 완패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건 웹에게 7.2이닝 5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였다.

LA 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웹은 정규시즌과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나섰다.

웹은 싱커 42%, 슬라이더 31%, 체인지업 26%를 던지는 투수였는데 이날 체인지업 44%, 슬라이더 33%, 싱커 23%를 던졌다. 웹의 변화구에 다저스 타선은 연신 헛스윙으로 무너지며 삼진 10개를 먹었다. 7회 2사 2루, 코디 벨린저는 웹의 체인지업 3개에 모두 헛스윙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저스 타자들이 헛스윙한 공 11개는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벗어난 공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타선 부진에 대해 “모두들 타석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있었다”고 비유했다. 시리즈 1차전, 기선 제압을 위한 한 방을 노리는 스윙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웹은 페어웨이를 좁히고, 여기저기 벙커를 파놓으며 미스샷을 유도했다. 다저스 타선의 스윙 결과는 OB거나 해저드거나, 러프 아니면 벙커였던 셈이다.

2차전 선발은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이었다. 올 시즌 14승6패, 평균자책 2.81을 기록했다. 평균 95마일의 강속구에 오타니보다 더 뛰어난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다. ‘드라이버 스윙’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하다.

다저스 타선은 하루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타석에서 스트라이크존의 상하를 나눴다. 아래쪽을 향하는 포크볼은 포기했다. 드라이버 대신 웨지 스윙으로 짧게 공략했다.

2회초 다저스 투수 훌리오 우리아스가 가우스먼의 높은 포크볼을 가볍게 받아 때려 선취점을 냈다. 무키 베츠의 적시타 역시 ‘웨지 스윙’을 닮은 간결한 스윙에서 나왔다. 6회초 윌 스미스와 크리스 테일러는 무릎 근처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을 꾹 참아내며 볼넷을 골라 1사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벨린저는 바뀐 투수 도미닉 레온의 한가운데 속구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을 갈랐다. 다저스는 9-2로 이겼고, 1승1패를 만들었다.

야구와 골프가 닮았다. 드라이버는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지만 승부를 가져오는 것은 웨지와 퍼터다. 로버츠 감독이 맞았다. 가을야구는 골프백 안의 다른 클럽들을 잘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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