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그 후 10년

② K리그는 지금

류형열 기자

팀 늘어났지만 경기력은 부족

K리그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하드웨어면에서 상당한 성장을 해왔다. 팀 수가 10개팀에서 16개팀으로 늘었고, 전용경기장도 확보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부터 승강제도 도입됐다.

틀은 하나둘씩 갖춰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프로구단의 한 단장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에서 얻은 건 하드웨어밖에 없다”며 “축구인들의 사고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통해 확보한 하드웨어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프로축구의 존재감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K리그는 야구의 인기에 밀려 TV에서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다.

서울과 수원, 전북 등 몇몇 인기구단들의 관중동원력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그 이상이 없다. 구단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한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프로축구가 화제가 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온 지 3년이나 됐는데 ‘아직 영국에서 뛰고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는 설기현(인천)의 말은 프로축구가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위기가 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로축구의 경쟁상대는 야구만이 아니다. 팬들은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TV로 지켜보며 눈높이가 한껏 올라가 있다. 기본기는 부실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은 찾아보기 힘든 K리그가 팬들의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죽도록 훈련을 해도 체감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창의력이 떨어지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경기력의 정체는 연줄이나 이름값으로 선임되는 지도자 선임 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지도자로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해도 한국에선 이름만 있으면 쉽게 감독이 된다. 아리고 사키 전 AC밀란 감독은 “기수는 말로 태어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국에선 ‘유명한 말’로 태어나야 ‘기수’도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선수들의 의식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으로 연봉은 높아졌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나 프로의식, 장인정신은 자라지 못했다.

지난해 K리그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사태가 그 방증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행정이 신호등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2002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위축되고, 팬들이나 언론으로부터 외면받기에 이르렀다”면서 “K리그가 철저히 반성하고, 전략을 마련하고,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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