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그 후 10년

① 대표팀 성적

김세훈 기자

‘4강 신화’ 열정 잊었나… 한국축구, 풍요 속 빈곤

국가대표 경쟁력 향상. 국제대회 성적 상승세…관중 등 영향력은 약화

10년 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는 ‘꿈은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스스로 폄훼했던 우리의 능력에 깜짝 놀라며 자신감을 갖는 기회도 됐다. 하지만 그 후 한국축구는 꿈을 잃어버린 것 같다. 또다른 10년, 20년에 대한 비전도, 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때로는 뒷걸음질치며 4강의 성과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가.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2002년, 그리고 그 후 10년. 한국축구의 ‘양적 발전 속에 가려진 내적 빈곤’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지난 10년 동안 월드컵 성적은 2002년 월드컵보다 못했다. 그러나 준비과정을 보면 완만한 상승세라는 평가다.

한국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이 2002년 6월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손에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이 2002년 6월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손에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질주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2년 한·일월드컵은 1년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하면서 얻어낸 성과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는 고액 족집게 강사를 모셔왔다. 훈련일수도 260일이 넘었고 국가적 염원에 힘입어 한국축구 전체가 희생했고 뭉쳤다. 당시 히딩크 사단 기술위원장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맘껏 소집훈련을 해서 얻은 결과”라고 표현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리는 토고를 꺾고 원정 월드컵 첫승을 거뒀다. 4년 후인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승1무1패로 원정 월드컵 첫 16강에 진출했다. 이 교수는 “2002년보다 훈련일수가 많이 부족했지만 해외파가 늘어나고 국내 리그 수준이 상승한 덕분에 거둔 성과”라고 해석했다.

[2002월드컵 그 후 10년]① 대표팀 성적

그 중심에는 해외파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해외파는 설기현, 안정환 두명뿐이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김남일이 유럽으로 진출했고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청용은 세계축구의 중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뛰었다. 그리고 지금은 손흥민, 구자철이 독일에서 활약 중이며 이정수 등 중동파도 생겼다. 현재 국가대표 주전은 절반 이상이 해외파. 그만큼 우리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도 괜찮다.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7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았고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을 이뤘다.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본선도 5회 연속으로 진출했다. 무관심 속에서 남모르게 흘린 여자 선수들의 눈물과 땀은 2010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그해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지며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반면 축구가 갖고 있는 파급력과 영향력은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A매치 관중은 10년 전에 비해 약 30% 안팎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A매치 TV 시청률도 2002년 월드컵 직후에는 20%는 기본이었고 30%도 자주 넘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열린 A매치는 소수 빅매치를 제외하고는 10%에서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높은 중계권료를 지불한 방송국이 상대가 약체일 때마다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교수는 “관중이 줄고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축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워가 감소했다는 의미”라며 “한국축구가 풀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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