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유럽선 홈팀 무한 사랑… 성적 나빠도 만원 관중”

김세훈 기자

“국내팬들 해외팀 응원 의아 야구 관중 신기록 부러워”

“팬들로부터 느끼는 긍정적인 압박감이 약하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는 팬들도 적은 것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인 설기현(33·인천 유나이티드·사진)이 K리그로 온 뒤 3년 동안 경기장에 들어설 때 느낀 감정이다. 설기현은 2002년 월드컵 당시 벨기에 안트워프 소속이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 레딩, 풀럼에서 뛰다가 2010년 국내로 왔다. 유럽 축구와 한국 축구의 온도차를 실감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다.

설기현은 30일 “유럽에서는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긴장되고 흥분됐고 축구선수로서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만원 관중이 내뿜는 소리와 함성은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긍정적인 압박이었다”고 돌아봤다.

설기현 “유럽선 홈팀 무한 사랑… 성적 나빠도 만원 관중”

반면 K리그 경기장 분위기는 달랐다. 설기현은 “K리그에서는 승패에 민감하고 매 순간 장면마다 흥분하는 팬들은 서포터스과 일부 열성팬들뿐”이며 “선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집요함,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경기가 재미있고 성적이 좋으면 팬들이 모이는 것은 상식. 그러나 설기현이 경험한 유럽 리그는 상식도 넘어섰다. 설기현은 “팀 성적이 부진해도 관중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 “하부리그 경기장도 거의 항상 만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리그는 시즌 막판 성적이 부진한 팀 홈경기에는 관중도 적다. ‘홈팀이 바로 내팀, 우리팀’이라는 의식이 부족한 탓이다. 그게 부족하니 팀이 어려우면 경기장은 빈다.

설기현은 연고지 정착에 성공한 예로 일본 J리그를 들었다. 설기현은 “챔스리그에서는 K리그 성적이 일본보다 좋다”면서도 “그러나 일본 관중석은 홈팀 유니폼을 입은 수만명의 팬들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연고지 정착 활동을 통해 일상 속에 축구가 문화로 뿌리내린 게 성적이 좋지 않아도 구름 관중을 흡입하는 비결이다.

설기현은 세계적인 명문구단의 방한 경기에서 그 팀을 응원하는 우리 팬들의 반응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등 우리나라에 와서 K리그 팀과 경기를 해도 해외팀을 응원하는 국내팬들이 많은 게 사실. 설기현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강한 연고 의식이 자리잡은 유럽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라고 했다. 설기현은 “TV를 켜면 항상 야구가 중계되고 야구가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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