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왜 굴욕적 이메일 보냈나?

양승남 기자

지레 겁을 먹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놓은 꼴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박종우(23·부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메일 해명 원본이 밝혀지면서 저자세 굴욕 문건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박종우 구하기’를 위해 축구협회는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이지만 방법론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국민과 축구팬을 속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왜 무리수를 둔 것일까.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은 15일 국회 문광위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해 “박종우의 우발적 행동에 대해 수습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본축구협회에 서한을 보낸 것”이라며 “일본 협회가 FIFA에 사전에 문제제기를 안하도록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축구협회만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대한체육회와 협의 속에 나온 결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쪽을 맡고, 축구협회는 일본측과 FIFA(국제축구연맹)를 맡아 사건을 잘 해결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도는 순수했지만 저자세 굴욕이라는 방법을 취한 것이 문제였다. 축구협회는 일본측에서 요구하지 않은 해명을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깎아 가면서까지 사죄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사죄의 내용이 알려지자 협회는 일본 언론의 오보라고 펄쩍 뛰며 내용을 부인했지만 결국 거짓말인 셈이다.

‘굴욕 해명’ ‘꼼수 변명’이라는 축구팬들의 질타가 쏟아지는 이유다.

축구협회가 보낸 원문의 내용은 굴욕 그 자체다.

제목부터 문제다. ‘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로 시작한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자체를 정당화 될 수 없는 행동으로 규정하며 스스로 불법을 인정한 모양새를 보였다. 2번째 문단에는 ‘regrets and words for the incident(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일본 측에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한 점도 저자세 축구 외교임에 틀림없다. 5번째 문단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 달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표현을 썼다.

축구협회는 원문의 이같은 표현에 대해 ‘통상적인 외교수사’라고 강조했지만 이 문구를 본 대다수의 축구팬은 굴욕적인 사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종우를 구해야겠다는 축구협회의 의욕이 굴욕적인 저자세 사죄로 표현되면서 오히려 더 큰 논란만 만들어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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