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일본계 미국인 코디의 말만 듣고" 박종우 시상식 불참 통보

양승남 기자

박종우(23·부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의 저자세 외교가 커다란 후폭풍을 낳고 있다.

축구협회가 일본 축구협회에 굴욕적인 사죄의 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한체육회 역시 박종우의 세리머니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근거없는 메달박탈 요구를 아무런 저항없이 수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체육계의 외교 무능력 문제로 커지고 있다.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 출석 긴급 현안보고에 나서 일본 축구협회에 보낸 서한에 대해 “(박종우의)우발적 행동에 대해 수습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서한을 보냈다. 저자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이 IOC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3일 조중연 축구협회장의 명의로 일본축구협회에 ‘올림픽 축구 경기 직후 비스포츠적인 축하 행동(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 after Olympic football match)’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당초 축구협회는 박종우의 행동이 의도적인 것이 아닌 즉흥적이었다는 데 초점을 맞춰 일본축구협회에 해명한 문서였다고 밝혔다. 다음날 일본 언론을 통해 ‘사죄’ 수준의 내용이 알려지자 협회는 ‘일본 언론의 오보’라고 펄쩍 뛰며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해명은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날 공문의 원본이 드러나고 국회 현안보고를 통해 저자세 굴욕 외교가 그대로 공개되면서 망신살을 자초했다. 공문에는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Cordially convey my regrets and words)’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공식 경기에 나서는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하겠다’ 등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듯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축구협회가 박종우의 행위를 애초에 불법으로 보고 저자세로 일본에 용서를 구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일본에 보내지 않아도 될 메일을 먼저 보내서 사죄를 구하는 저자세 외교를 왜 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조 회장은 “서신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모든 것은 회장의 책임이다. 지금은 박 선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사태해결 후 거취를 포함해 책임질 각오나 자세가 돼 있는가”라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면 책임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한체육회의 저자세 무능력 행정을 비판했다. IOC가 공식적인 절차도 아닌 구두로 박종우의 메달 박탈을 통보한 데 대해 반박하지 않고 수용한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최 의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IOC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닌 일본계 미국인인 한 IOC 코디네이터의 권고 요청을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였음을 밝히며 박용성 회장을 비판했다.

최 의원은 “지레 겁먹고 추측하지 말고 일본 축구협회 입장에서 판단하지 말라”면서 “(IOC의)아무 근거 없는 것에 (메달을)안줄까봐 지레 겁먹고, 도대체 국적이 어디요”라며 박용성 체육회장과 조중연 축구협회장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당시엔 전체가 메달을 못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박종우의 시상식 불참을)내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알아서 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도 세리머니’의 후폭풍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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