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했다

베이징 | 김하진 기자

황대헌, 남자 1500m서 완벽한 질주로 첫 금메달 따고 포효

‘편파 판정 아픔’ 씻어낸 쾌거…여자 계주 3000m도 결승행

‘금메달 기쁨’ 나누는 황대헌·이준서·박장혁 황대헌(가운데)이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오른쪽)·박장혁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금메달 기쁨’ 나누는 황대헌·이준서·박장혁 황대헌(가운데)이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오른쪽)·박장혁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오로지 ‘실력’으로 마침내 첫 금메달을 따냈다. 황대헌(강원도청)이 해냈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3을 찍으며 가장 먼저 들어왔다. 10명이 겨룬 결승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냈다. 함께 결승에 진출한 이준서(한국체대)는 5위, 박장혁(스포츠토토)은 7위를 기록했다.

쇼트트랙은 한국의 오랜 효자 종목이었다.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2018 평창 대회까지 한국이 따낸 금메달 31개 중 24개를 쇼트트랙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 전체를 향한 기대감은 낮았지만 목표로 잡은 금 1~2개는 쇼트트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쇼트트랙은 예상을 깨고 대회 개막 후 5일이 지날 때까지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열린 남자 1000m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과 부상으로 결승행 티켓을 빼앗기다시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예상했던 중국의 ‘홈 텃세’의 피해자가 됐다. 국내 여론은 들끓었고 한국 선수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쇼트트랙 해설위원들은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지겠다”고 우려했지만 한국 쇼트트랙은 강했다. 악몽같은 기억을 털고 다시 일어섰다. 황대헌은 “내가 더 깔끔한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고 약속을 지켜냈다.

단단히 벼르고 나온 태극전사들은 이날 시작부터 좋았다. 이준서, 황대헌은 깔끔한 경기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왼 손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던 박장혁은 11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고 ‘부상 투혼’으로 준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준결승에서도 이준서, 황대헌, 박장혁이 모두 결승에 올랐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박장혁이 출전한 준결승 3조에서는 접전이 벌어져 캐나다 샤를 아믈랭과 중국 런쯔웨이가 페널티 판정을 받으면서 무려 5명이나 결승전에 이름을 올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총 10명이 북적이는 링크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침착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중반부터 황대헌이 선두권으로 치고나갔고 줄곧 1위를 지켰다. 결승선을 통과한 황대헌은 크게 환호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도 힘을 냈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지난 7일 여자 500m 준준결승 탈락 후 눈시울을 붉혔던 최민정이 아쉬움을 털고 질주했다.

1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최민정은 1분28초053을 기록하며 예선 통과에 성공했다. 올림픽 신기록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2조에서 수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이 1분27초292로 바로 최민정의 기록을 경신했지만 ‘에이스’다운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유빈(연세대)도 본격적으로 주종목에서 제 기량을 뽐내며 500m 예선 탈락의 아픔을 이겨냈다. 5조에서 경기를 치른 이유빈은 1분27초862로 결승선을 두번째로 통과했다. 다음 조에서 출격한 ‘맏언니’ 김아랑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준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김아랑은 이어진 여자 3000m 계주 멤버로 출전해 최민정, 이유빈, 박지윤 등과 결승 진출을 합작했다. 한국 여자 계주는 13일 세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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