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후계자’ 김민선, 이상화를 넘다

김하진 기자

월드컵 1차 대회 500m 금 이어…한국 여자 선수 최초 1000m 은메달

김민선이 13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대회 여자 1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스타방에르 | AFP연합뉴스

김민선이 13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대회 여자 1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스타방에르 | AFP연합뉴스

근력 약점, 근성·지구력으로 극복
1위 레이르담과는 불과 0.21초 차
일본의 ‘빙속 괴물’ 다카기도 제쳐

이상화도 못 이룬 역대 최고 성적
18일 2차 대회서 ‘금빛 질주’ 기대

“차분하게 잘 해서 다 씹어먹어버리자.”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이 지난 13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대회 여자1000m 디비전A(1부리그) 경기를 1시간 앞두고 김민선(23·의정부시청)에게 보낸 메시지다. “넵”이라고 대답한 김민선은 감독의 기대대로 눈부신 질주를 펼쳤다. 그는 1분15초82의 기록으로 네덜란드 유타 레이르담(1분15초6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 빙속 선수가 월드컵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빙속 여제’ 이상화도 월드컵 1000m에서는 동메달 2개만 획득했다.

앞서 지난 12일 월드컵 여자 500m에서 이상화 이후 7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김민선은 1000m에서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인 은메달까지 거머쥐면서 ‘이상화 후계자’임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다.

김민선의 놀라운 성적 향상은 장기적으로 중장거리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이다. 주니어 시절 단거리에서 두각을 보였던 김민선은 2017년 12월 2017~2018시즌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에서 이상화가 갖고 있던 주니어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올림픽에서는 웃지 못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허리 부상 여파로 16위에 그쳤고 올해 2월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7위로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김민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제갈 감독은 “3년 전부터 1000m를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민선이에게 해왔다. 민선이가 허리 부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장거리 훈련을 해왔고 잘 견뎌내줬다. 너무 대단하다”라고 밝혔다.

부상을 떨친 김민선이 비시즌 동안 지구력과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자 기록이 올라갔다. 키가 160㎝ 중반인 김민선은 182㎝의 장신 레이르담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의 ‘괴물’이라고 불리는 다카기 미호(1분16초41·동메달)까지 제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제갈 감독은 “많은 전문가들이 민선이는 이상화만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화보다 근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며 “하지만 민선이는 지구력이 좋다. 가르쳐준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또한 강심장도 가지고 있고 승부처에서는 독한 면도 있다”고 밝혔다.

제갈 감독은 그동안 김민선이 흘린 눈물들을 잘 안다. 그는 “이제 김민선은 톱 레벨에 올랐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서 민선이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김민선은 오는 18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개막하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다시 금빛 질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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