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아니라 ‘키맨’이었다…희망으로 뜬 ‘슛돌이들’

한국 축구 가나전 쓰라린 패배 속…조규성·이강인이 준 ‘위안’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가운데)이 지난 2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 속에 환호하고 있다. 알라이얀 | 권도현 기자

황의조 그늘에 가려 있던 조규성
한국 선수 첫 월드컵 멀티골 폭발
외모 아닌 실력으로 존재 과시

가까스로 벤투호 승선한 이강인
후반 교체투입 후 첫 어시스트
날카로운 킥·패스로 흐름 바꿔

한국은 28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에 당한 패배는 쓰라렸다.

하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한국 축구는 ‘희망’을 봤다.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 확실한 두 재목 조규성(24·전북)과 이강인(21·마요르카)을 얻었다.

이날 선발 출전해 한국에 2골을 안긴 조규성은 한국 축구에 새 기록을 세웠다. 자신의 첫 월드컵 본선 득점을 만들어낸 것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달성했다. 후반 13분과 후반 16분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내며 가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사실 조규성은 주전 자원이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늘 부동의 원톱 공격수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있었다. 하지만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뒤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 다부진 체격을 만들고 골감각을 더욱 다지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월드컵 시즌을 맞은 올해에는 김천 상무와 전북 현대를 오가며 17골을 터뜨려 K리그1 득점왕에 등극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황의조의 경기력이 뚝 떨어지면서 조규성을 향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조규성은 지난 24일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30분 황의조와 교체돼 투입되면서 월드컵 본선 데뷔전을 가졌다. 추가시간까지 20분가량을 뛰었는데, 경기 후 그의 외모가 먼저 주목받으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는 가나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자신이 외모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란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향후 한국 축구를 대표할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알렸다.

가나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월드컵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이강인. 로이터연합뉴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가까스로 승선한 이강인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동안 이강인을 외면했던 벤투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가 시작되자 중요한 순간 교체 투입하며 경기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조커’ 역할을 맡기고 있다.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29분 나상호(서울)와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은 이강인은 투입 직후 체력이 떨어져 다소 처져 있던 한국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어 가나전에서는 우루과이전보다 빠른 후반 12분 권창훈(김천)과 교체 투입됐고, 1분 뒤 왼쪽 측면에서 그림 같은 크로스로 조규성의 첫 골을 어시스트하며 자신의 월드컵 첫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이후에도 날카롭고 정확한 킥과 패스로 가나 수비진을 어지럽게 했다. 이강인의 센스와 창의성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이 났다.

조규성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골을 넣는 것을 상상은 해봤지만, 실현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도움만 되자’라고 생각했는데 골을 넣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끝까지 우릴 믿어주면 포기 안 하고 열심히 뛸 것이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며 포르투갈전에 대한 강한 각오도 내비쳤다.

이강인 역시 “내가 들어가서 반전이 있었지만 결과가 매우 아쉽다. (포르투갈전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다 똑같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조규성과 이강인이 포르투갈전 승리를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