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성공 뒤…‘이미지 세탁’ 검은 그림자

황민국 기자

사우디의 호날두 ‘영입’ 시도에 다시 불거진 ‘스포츠 워싱’

사우디 축구클럽 알 나스르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의 합성 사진. 마르카 SNS 캡처

사우디 축구클럽 알 나스르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의 합성 사진. 마르카 SNS 캡처

가혹한 고용계약과 여성 차별 등
인권문제 축제 열기에 가려지고
카타르, 2036년 올림픽까지 욕심

인권 유린 국가 오명 쓴 사우디도
2030년 월드컵 개최 카드 만지작
홍보대사 조건, 호날두에 돈다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선수들의 피땀어린 열정과 각본 없는 드라마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그러나 그 열기로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내려는 얄팍한 숨겨진 의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스포츠 워싱’은 스포츠를 통해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최근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카타르는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가혹한 고용계약 ‘카팔라’와 성소수자·여성 차별 등 인권 문제를 뜨거운 축제 열기로 가렸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에너지 부국을 넘어 스포츠 메카란 이미지를 쌓았고, 2023년 아시안컵과 2030년 하계 아시안게임 유치를 확정한 데 이어 2036년 하계 올림픽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카타르의 성공은 인권 유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웃 사우디아라비아를 부추겼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국제적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 월드컵 개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2022년은 ‘스포츠 워싱’의 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의 성공을 보면서 큰 힌트를 얻었다”고 비꼬았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 영입에 공을 들이는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나스르의 노력도 이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떠나 알 나스르 입단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호날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결국 돈이다. 외신에서 알 나스르와 호날두의 계약 조건을 일부 공개했는데, 7년 계약에 총액 10억파운드(약 1조5412억원)에 이른다. 30대 후반의 선수에겐 파격을 넘는 놀라운 조건이다.

세부 내용을 살피면 2년 반은 선수로, 남은 기간은 홍보대사를 맡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호날두가 홍보대사를 맡은 뒤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딱 2030년 월드컵과 맞아떨어진다.

호날두는 아직 알 나스르와 계약하지 않았으나 인근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체류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압둘라지즈 빈투스키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체육부 장관은 23일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호날두를 알 나스르에 영입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혀 협상 사실을 인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천문학적인 돈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상금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신생 골프 리그 LIV투어를 출범시키면서 골프계를 흔들었고, 2029년에는 동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2030년 월드컵 유치는 그 마침표를 찍는 행사가 될 수 있다.

스포츠계도 ‘스포츠 워싱’을 향한 비판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여는 데 워낙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다. 올해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은 개최지 선정 당시 6개 도시 가운데 4개 도시가 비용 문제로 철회해 중국과 카자흐스탄만 남기도 했다.

심지어 스포츠 단체들이 이런 나라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 국제축구연맹(FIFA) 인판티노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 직전 개최국에서 일어난 노동자 인권 탄압이나 성소수자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북한도 월드컵을 열 수 있다”고 응수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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