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이 병어든 덕대든 덕자든…지금, 너의 계절

김진영 MD

(83) 전남 신안 지도 오일장

6월 지도 오일장(3·8일장)의 주인공은 병어다. 병엇과에는 병어와 덕대 두 종이 있는데, 꼬리지느러미의 위보다 아래가 길면 덕대, 비슷하면 병어다. 산란을 앞둔 초여름. 덕대, 병어 구별 말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6월 지도 오일장(3·8일장)의 주인공은 병어다. 병엇과에는 병어와 덕대 두 종이 있는데, 꼬리지느러미의 위보다 아래가 길면 덕대, 비슷하면 병어다. 산란을 앞둔 초여름. 덕대, 병어 구별 말고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6월 초,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로 오일장 취재를 떠났다. 6월에 신안을 선택한 이유는 이랬다. 양파, 마늘 등 취재 거리가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새우젓 때문이었다. 새우젓 경매가 금요일마다 열린다. 전국의 많은 젓갈 단지에 공급하는 새우젓은 신안과 목포 그리고 강화도에서 난다. 오랜만에 신안이다. 강연하러 간 적도 있고,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찍으러 간 적도 있지만, 그래도 소금과 무화과 때문에 자주 갔었다. 마지막으로 신안군 임자도에 갔을 때는 지도에서 배 타고 섬에 들어갔다. 이번은 지도 앞 수도를 중간 기점으로 한 다리를 건너 임자도에 편하게 다녀왔다. 임자도뿐만 아니라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1004교를 건너 자은도와 안좌도까지 두루두루 다녔다. 몇 년 사이, 섬은 육지가 되고 있었다. 가본 신안의 섬 중에서 유독 기억이 강렬했던 곳은 만재도였다.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그림 같은 풍경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금요일 새벽길을 달려 지도에 도착하니 새우젓 경매가 한창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장님과 경매장에서 만났다. 새우젓과 소금 사업을 하는 분이다. 2003년에 신안에서 뵙고는 가끔 연락하며 지냈다. 새우젓 경매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재작년 1000만원 넘었던 육젓이 작년은 몇 백만 원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 붉은빛 띠는 돗대기새우는 멀리 강화도 가서 잡아왔다는, 그래서 이 녀석은 보통 추젓으로 판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새우젓은 잡히는 시기에 따라 분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육젓, 오젓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잡는 시기에 따라 잡히는 새우도 달라진다. 멀리 강화에서 잡아온 새우는 붉은빛이 나는 돗대기새우다. 신안 근처에 잡힌 새우는 하얀빛이 도는 젓새우다. 가격도 하늘과 땅 차이, 돗대기새우는 한 드럼에 50만원 내외, 신안에서 잡은 것은 300만원 내외다. 새우의 종류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잡히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한다. 필자는 그보다는 새우를 숙성한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숙성의 시간이 쌓일수록 새우젓이 맛있어진다. 초록섬 마하탑 (031)403-2678

새우젓

새우젓

신안 하얀빛 젓새우 ‘귀한 몸값’

지도 오일장에 맞추어 간 것은 맞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무안 오일장 취재 때 지도까지 들어갔다 온 적이 있다. 일부러 간 것은 아니고 증도에서 강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증도에서 나오던 길에 오일장이 열려 있어서 구경한 적이 있었다. 섬이 많은 신안군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오일장이지만 장이 무척 작았었다. 이번에도 구경만 잠깐 했다. 살 것도, 볼 것도 없었다. 예전에는 농번기가 아니어서 그나마 할머니 몇몇이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양파, 마늘 수확기와 겹쳐서 몇몇 나와 있던 할머니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저곳 양파밭이나 마늘밭으로 일을 나간 탓이다. 오일장이 작다고 서운하지는 않았다. 새우 경매를 보고 간 수산시장에서 신안이 내주는 6월의 맛을 실컷 구경했다.

수산시장의 주인공은 병어였다. 병어 큰 것을 보통 덕자라고 한다. ‘덕자’라는 어종이 따로 있다고 설명하는 이들이 있는데 잘못 알고 떠드는 것이다. 병엇과에는 병어와 덕대 두 종이 있다. 진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덕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병어 큰 것을 덕자라고 할 뿐이다.

머리 쪽의 특정한 무늬로 구별하는 것은 선도에 따라 무늬가 사라지기에 별 소용이 없다. 정확한 것은 꼬리지느러미를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꼬리지느러미의 위보다 아래가 길면 덕대다. 비슷하면 병어다. 어류도감에는 덕대보다 병어가 더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구별하기 힘든 것을 구별하려다가 지칠 듯싶다. 지금껏 맛나게 먹었던 병어가 덕대였다. 그냥 평소처럼 마음 편하게 덕대려니 하고 먹으면 된다. 시장에 나오는 병어 대부분이 덕대라고 한다.

백합탕

백합탕

국수 사리 부르는 시원한 국물 맛

시장에서 꼬리지느러미만 보고 다녔다. 크기에 따라 분류는 되어 있어도 덕대와 병어는 구별이 없었다. 몇 마리 사와서 찜을 해봤다. 두 종의 차이가 없었다. 병어, 덕대 구별 말고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다. 여름에 산란하는 병어다. 이 시기가 먹기 딱 좋을 때이다. 어시장에는 딱돔이라는, 군평선이가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었다. 그냥 지나쳤다. 지금은 산란기라 맛이 별로다. 지금 신안에 간다면 병어와 민어를 즐기기에 좋다. 민어도 산란을 준비하고 지금이 가장 맛있다. 알배기와 산란 직후의 생선이 가장 맛없다.

신안을 가면서 이건 꼭 먹어야지 했던 것이 ‘농어간국’. 말린 농어를 맑게 끓인 국이다. 태안의 우럭젓국과 비슷한 음식이다. 간을 해서 말린 생선은 모두 간국의 재료가 된다. 말린 민어나 장어도 간국의 재료가 된다. 말린 생선은 싱싱한 것과 달리 감칠맛이 몇 배나 좋다. 예전에 인천 앞 승봉도에 간 적이 있었다. 민박집에서 맛본 농어젓국이 10년이 넘도록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우럭젓국이 “형님” 하고 갈 정도의 맛이다. 지도에서 일보고는 간국을 파는 자은도까지 두 시간을 달려갔다. 굽이굽이 해안도로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갔으나 모든 게 허사였다. 간국은 겨울 한정 메뉴였다. 목포에도 간국이 있다. 한여름에 우럭간국을 먹은 적이 있다. 그 기억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식당을 찾아가는 실수를 했다. 찾아간 작은 포구에는 그 식당이 유일했다. 점심때가 지났기에 다시 몇 십 킬로미터를 돌아 나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찬찬히 메뉴판을 보다가 갑오징어 숙회를 주문했다. 갑각류나 오징어 등의 연체동물은 날것보다는 익힌 것이 더 맛있다. 갑오징어 숙회에 양파김치를 더해 먹으니 그나마 농어간국의 아쉬움을 달랠 수가 있었다. 초밥도 있었다. 그날그날 오르는 회가 달라진다고 한다. 내가 갔던 날은 농어였다. 자연산 농어초밥이 한 접시 1만5000원이다. 사월포횟집 (061)271-3233

삼세기

삼세기

맛의 격을 높이는 ‘못생긴 생선’

지면을 통해서 몇 가지 못생긴 생선을 소개했다. 한반도 바다 어디에서나 나는 아귀를 비롯해 동해 고무꺽정이(망치)와 미거지(곰치), 남해의 쑤기미(쎄미), 꼼치(물메기)가 있다. 서해에도 이들과 견주어 절대 못생김에서 밀리지 않는 생선이 있다. 바로 보통 삼식이라 부르는 삼세기다. 가을에 산란하러 갯바위로 몰려오는 습성이 있다. 늦가을에 서해 갯바위에는 긴 장대를 가진 이들이 돌아다닌다. 산란하러 온 삼세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이다. 삼세기는 앞서 언급한 못생긴 생선 중에서 매운탕으로는 최고봉이 아닐까 한다. 시원한 국물과 구수한 살맛이 다른 것과 급이 다르다. 우럭매운탕에 삼세기 한 마리 들어가는 순간 국물의 격이 달라질 정도다. 신안 지도에 삼세기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다. 많이 잡힐 때는 선어로 매운탕을 끓이고 잘 잡히지 않은 이 시기는 냉동한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매운탕이 나오고 이내 끓기 시작한다. 바로 먹을 수는 있지만, 매운탕은 조바심을 경계해야 한다. 조금 더 진득하게 끓일 때 비로소 제맛을 낸다. 집된장을 넣어 색이 조금 짙다. 대신 된장의 구수한 맛이 더해져 국물이 끝내준다. 신안에서 해장이 필요할 때, 술 마시면서 해장도 하고 싶을 때 삼세기매운탕이 제격이다. 솔섬식당 (061)261-1895

낙지, 민어, 병어, 새우, 농어 등등 신안의 바다가 내어주는 것에 이 녀석이 빠지면 섭섭하다. 신안의 수많은 섬에는 주변이 진흙 펄이 있는 곳도 있지만 모래와 섞여 있는 펄도 꽤 있다. 모래와 섞여 있는 펄에서는 조개 중의 조개, 백합이 난다. 오래전부터 신안군에서 방류 작업을 지속한 덕에 제법 많이 난다. 한여름이 되기 전에 신안에 간다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백합탕이다. 맹물에 백합과 땡고추만 넣고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국물을 훌훌 마시다 보면 칼국수나 라면 사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바지락이나 동죽처럼 말랑한 식감의 살이 아니라 쫄깃한 식감이 백합의 살맛이다. 살만 발라내어 초장에 찍어 먹거나 자체에 간이 되어 있으니 그냥 먹어도 좋다. 안성식당 (061)275-0829

신안군 곳곳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고 있다. 신안 구경하러 다니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6월의 맛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 1004의 섬 신안군이다.



[지극히 味적인 시장]너의 이름이 병어든 덕대든 덕자든…지금, 너의 계절

▶김진영

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7년차 그린랩스 팜모닝 소속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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