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활짝 피는 ‘제주의 맛’

김진영

(98) 서귀포 중문 오일장

관광 명소와 호텔이 즐비한 제주 중문 중심부에 작은 오일장터가 있다. 제주하면 귀한 옥돔(위 오른쪽 사진)부터 떠올리지만, 반값의 옥두어(가운데 왼쪽 사진) 맛이 더 좋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제주 애월에는 제주밀을 재배해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아래 왼쪽 사진). 겨울 제주에서 별미를 찾는다면 단연 무늬오징어다. 그냥 오징어의 맛이 ‘1’이라면 갑오징어는 ‘3’, 무늬오징어는 ‘10’이다(오른쪽 큰 사진).

관광 명소와 호텔이 즐비한 제주 중문 중심부에 작은 오일장터가 있다. 제주하면 귀한 옥돔(위 오른쪽 사진)부터 떠올리지만, 반값의 옥두어(가운데 왼쪽 사진) 맛이 더 좋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제주 애월에는 제주밀을 재배해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아래 왼쪽 사진). 겨울 제주에서 별미를 찾는다면 단연 무늬오징어다. 그냥 오징어의 맛이 ‘1’이라면 갑오징어는 ‘3’, 무늬오징어는 ‘10’이다(오른쪽 큰 사진).

‘겨울 제주는 맛있다’라는 이야기를 지면, 매체를 통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야기한다. 계절 나름의 맛이 있어도 겨울 제주가 가장 맛있다. 게다가 여행 비용이 여름이나 단풍 지는 가을보다는 반값이다. 항공, 차량 렌트, 숙박 등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 가지에 들어가는 돈이 적다. 비용만 적은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적어 다니기 수월하다. 이런 조건에서 맛으로 빛나는 제주 겨울 여행을 멀리할 이유가 없다.

제주는 날마다 장이 선다. 제주도 둘레를 한 바퀴 돌면 대략 200㎞다. 1박2일 일정의 제주라면 그 일정에 오일장을 넣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제주시는 제주시(2, 7일장), 한림(4, 9일장) 세화(5, 0일장)장이 있다. 서귀포는 고성(5, 0일장), 대정(1, 6일장), 서귀포(4, 9일장), 성산(1, 6일장), 중문(3, 8일장), 표선(2, 7일장)장이 선다. 날짜를 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장이 선다. 사는 사람과 시장 크기에 따라 오일장 규모가 크거나 작다. 볼 것이 많은 장은 제일 큰 제주시 오일장과 서귀포 시장이다. 볼 것도 많고 살 것도 많은 곳 또한 그곳이다. 9개 오일장 중에서 가장 재미난 곳이 대정, 모슬포 오일장이다. 규모, 물건, 사람, 먹거리가 우리가 딱 좋아하는 단어인 ‘적당한’ 수준이다. 상품 가격 또한 그렇다. 제주도는 제주, 서귀포, 세화, 대정까지 기사를 냈다. 끝을 내야지 했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제주도 장터를 중심으로 방영한 드라마를 재미나게 봤다. 제주도 오일장의 매력과 함께 일반인은 잘 모르거나 혹은 관심 없던 것에 대해 짚고 나서 제주도 오일장을 마무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른 곳이 중문 오일장이다.

‘검은 옥돔’이라 불리는 옥두어
옥돔보다 저렴한데 맛은 일품

‘제주밀’ 재배해 빵 만드는 가게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내음 솔솔
빵 종류 많지 않아도 사람들 북적

무늬 오징어는 꼭 먹어야할 별미
숙회로 먹으면 달달하면서 쫄깃
튀기면 부위별 식감 ‘천차만별’

재료를 통해 음식을 찾는 순간
겨울 제주의 맛은 더욱 풍성해져

중문 중심부에 작은 오일장터가 있다. 예전에 봤던 성산 오일장보다는 크더라도 한눈에 장터가 들어온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고, 불난 호떡집처럼 사람 끄는 곳 또한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생선 가게는 늘 붐빈다. 다른 시장처럼 다양하지는 않더라도 지금 제일 많이 나고 많이 찾는 것이 있다. 여기서는 백조기와 옥돔 그리고 옥두어였다. 육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참조기는 그리로 보내고 덜 찾는 백조기나 수조기는 제주 사람의 몫이었다고 한다. 그런 식문화가 제사상에 백조기 올리는 풍습으로 남았다고 한다. 흔히 구하기 쉬운 것 중에서 개중 좋은 것을 제사상에 올린다. 구하기 힘든 귀한 것이 아니다. 백조기 옆에는 옥두어, 옥두어 옆에는 옥돔이 있었다. 옥두어는 보통 중국산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 옥두어는 옥돔과 비슷하지만 다른 생선이다. 시장 상인은 ‘검은 옥돔’이라 부른다고도 했다. 가격을 물었다. 맛도 같이 물었다. 맛은 옥두어가 좋고 가격은 옥돔이 좋다는 답이다. 제주에서 흔히들 찾는 음식 중에 옥돔국이 있다. 무 송송 채 썰어 푹 끓이면서 옥돔 한 마리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이면 되는 음식이다. 레시피는 간단해 재료가 다하는 음식이다. 그날 판매가는 옥두어가 옥돔의 반값이었다. 두 배 비싼 옥돔을 국에 넣었다고 맛이 두 배가 되진 않는다. 옥두어보다 옥돔이 먼저 유명해진 까닭에 옥돔이 비싸졌을 뿐이다.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에서도 옥돔보다는 옥두어 맛이 더 좋다고 한다. 방어보다 비싼 옥돔 1㎏ 살 돈으로 옥두어 2㎏을 샀다. 맛나고 저렴한 것에는 돈을 안 쓰면 나만 손해다. 원래 시장에 삼치가 있으면 살 생각이었다. 목포 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지금 삼치보다 맛있는 생선 찾기가 쉽지 않다. 가격, 맛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생선이 삼치다. 시장을 얼추 보고 한림항 중매인을 만났다가 예전 공판장 옆에 새로 건물을 올린 어판장에 들렀다. 횟거리와 수산물 판매대가 있다. 잠시 둘러보니 중문 시장에서 못 본 삼치가 있었다. 임을 본 듯 반가워 가격을 보니 반가움은 두 배다. 3~4㎏ 횟감용 대삼치 한 마리 3만5000원. 안 사고는 못 배길 가격이다. 갈치 또한 매력적인 가격이었지만 옥두어에 삼치까지 샀기에 갈치 생각은 접었다. 사실 많아서 생각을 접었다기보다는 세 가지 중에서 맛이 가장 떨어져서 굳이 사지 않았을 뿐이다.

제주에서 메밀이 많이 나는 것은 많이 알고 있다. 접착뼛국, 몸국이나 빙떡 만들 때 빠지지 않는 재료가 메밀이다. 2005년도였나? 제주도 메밀을 강원도로 많이 수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제주에서 메밀 음식 볼 때마다 생각이 난다. 메밀은 많이 생산하지만, 우리밀 재배는 극히 드물었던 곳이 제주다. 제주의 동쪽 표선에서 재배하던 밀을 이제는 애월, 한림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밀의 종류도 금강밀에서 백강밀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제주 여행 바람이 불면서 카페나 제과점이 많이 생겼지만, 오롯이 제주에서 생산한 밀로만 빵을 만드는 곳은 없었다. 제주 애월에 우리밀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제주밀을 재배하고 가루를 만들어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작은 가게지만 이렇게 구수한 빵 내음은 어디에서도 맡지 못했다. 빵 종류가 많지 않아도 찾는 이가 제법 있다. 나 같은 뜨내기보다는 단골이 많다. 내 뒤로 들어온 농부를 보니 그렇다. 딸아이 이야기하며 빵을 사가는 모습이 그랬다. 하나 남은 흑돼지 플로스, 빵 위에 흑돼지 안심으로 만든 고기 가루를 듬뿍 올린 빵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빵을 줬다. 맛본 딸아이는 빵과 족발을 동시에 먹는 맛이라고 했다. 사전 설명 없이 빵만 주었더니 보인 반응이다. 흑맥주 빵이나 향신료 듬뿍 들어간 빵 또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제주밀팡제빵소 0507-1357-8109

겨울 제주에서 꼭 맛봐야지 했던 것이 흰꼴뚜기. 흰꼴뚜기라 부르면 잘 모르겠지만 ‘무늬오징어’ 하는 순간 ‘아’ 소리는 낼 정도로 알려졌다. 내 주장이지만 오징어 맛의 수준을 ‘1’ 단계로 치자면 갑오징어는 ‘3’ 정도다. 무늬오징어는 ‘10’이다. 겨울에 제주 출장을 가더라도 식당에서 맛보기는 어려웠다. 간혹 횟집에서 곁다리 메뉴로 올라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올레 시장에서 사곤 했다. 무늬오징어는 동해부터 남해까지 겨울에 주로 난다. 시장에서 간혹 보이긴 해도 파는 곳은 거의 없다. 대정읍에 무늬오징어 전문점이 있다. 회, 숙회, 튀김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다. 전에 맛보지 못한 맛이 난다. 오징어가 거기서 거기라 여기는 선입관을 한 번 깨는 맛이다. 같이 간 이는 낚시꾼 친구가 몇 번이고 준다고 했던 것을 거절했던 자신을 책망하면서 맛나게 먹었다. 제주에서 별미를 찾는다면 이제 재료를 찾아야 한다. 맛집이라는 게 사실 다른 설명을 하자면 그냥 인기 있는 집일 뿐이다. 재료를 다르게 찾으면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주문한 무늬오징어 숙회가 나왔다. 삶은 정도가 알맞다. 고기 구울 때 흔히 말하는 미디엄 레어에서 미디엄 사이였다. 겉이 반투명, 속은 투명할 정도로 삶기 조절을 잘했다. 해산물을 조리하면 특유의 향을 내주곤 한다. 적당한 열기에 두족류 특유의 향과 함께 단맛이 난다. 익지 않은 중심은 끝까지 쫄깃함을 잃지 않는다. 먹고 나서 드는 생각, 초장이나 간장 대신 소금을 따로 청했으면 무늬오징어의 맛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따로 청한 튀김은 숙회 못지않았다. 다리는 다리의 식감으로, 몸통은 몸통의 식감이 달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튀김의 두께로 봐서는 떡볶이 주문할 때 같이 주문하는 대왕오징어만큼이다.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오징어 튀김 맛을 보고 싶은 이는 주문 필수다. 소곰밭원담 0507-1358-4653

흑돼지와 갈치가 있는 제주는 메밀도 있고, 우리밀도 있고, 무늬오징어도 있다. 재료로 음식을 찾는 순간 제주의 맛은 더 다양해진다. 제주에서 맛있는 재료는 다른 계절보다 겨울이 많다.

▶김진영

[지극히 味적인 시장]겨울에 활짝 피는 ‘제주의 맛’

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7년차 그린랩스 팜모닝 소속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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