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위아 더 챔피언’으로 시작…명실공히 ‘트럼프 당’으로

클리블랜드 | 손제민 특파원
<b>전대 마지막 날 수락 연설도 아닌데…</b>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첫날 연사로 나선 부인 멜라니아를 소개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 AFP연합뉴스

전대 마지막 날 수락 연설도 아닌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첫날 연사로 나선 부인 멜라니아를 소개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 AFP연합뉴스

퀸의 ‘위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곡조에 맞춰 흰 연기를 헤치고 무대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69)의 모습에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몇 시간이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연설하는 그는 이날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제 미국 대통령 부인이 될 멜라니아 트럼프를 소개한다”는 1분간의 짧은 연설만 하고 사라졌다.

1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의 주인공은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46)였다. 아내를 소개하기 위해 트럼프는 마지막 날 후보가 등장하는 관례를 깨고 첫날 ‘카메오’로 등장했다.

멜라니아는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갔다. “내 모든 진심을 담아 말하건대, 그가 만들어낼 차이는 위대하고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퀴큰론즈아레나 농구장을 가득 메운, 대부분 백인인 대의원들은 슬로베니아 출신 결혼이주 여성인 멜라니아의 어눌한 영어 연설 장면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앨라배마주 대의원 밥 바쿠스는 멜라니아의 연설이 뭔가 좀 어색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런 모습이 바로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라고 평가했다.

[미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위아 더 챔피언’으로 시작…명실공히 ‘트럼프 당’으로

전당대회장 밖 반트럼프 시위대는 트럼프를 “국가적인 수치” “파시스트”에 “×자식”이라고 불렀지만 성대하게 막을 올린 대회장 안에서는 영웅도 그런 영웅이 없었다. 오클라호마에서 온 팀 워즈워스는 “그가 하는 말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전통적 공화당원이 아닌 사람 수백만명을 공화당에 데려왔다는 점이다. 그는 진정 서민들을 위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이 조명해온 공화당 내의 트럼프 축출 시도는 10분 만에 끝난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규칙을 구두표결로 통과시키려 하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주들의 대의원들이 정식 표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찬성(aye)’ 목소리가 ‘반대(nay)’보다 더 컸다며 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유타주 상원의원 마이크 리, 버지니아 전 법무장관 켄 쿠치넬리 등이 항의하며 퇴장하기도 했으나 규칙을 정식 표결에 부친들 대의원들이 경선 결과와 상관 없이 자유롭게 투표하게 하자는 주장이 통과됐을 가능성은 없었다. 당 지도부와 트럼프 캠프는 일사불란하게 ‘반란’을 진압했다.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자’라는 슬로건에 맞춘 첫날 연설에는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에서 이슬람 극단세력의 공격에 목숨을 잃은 외교관 어머니가 나와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자식을 죽였으니 “감옥에 가야 한다”고 연설하는 등, ‘네거티브 선거’의 진수를 보여줬다.

21일까지 이어지는 전당대회에 부시 일가, 존 매케인, 미트 롬니 등 공화당의 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들은 대부분 불참한다. 그러나 당의 과거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나오지 않지만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당의 ‘미래의 주역’이 될 경선 라이벌들은 참석해 트럼프 지지연설을 할 예정이다. 1996년 대선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92)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분열된 정당 이미지를 불식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공화당은 이제 명실공히 트럼프의 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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