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총기난사 “친구들 죽고 있다” 애원에도…경찰 19명 복도서 대기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로 숨진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공간에 27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모여 슬픔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어린이 19명 등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격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총기 난사가 아닌 인질 대치극 상황으로 오판해 경찰들이 복도에서 대기해 1시간 20분을 허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가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대량 살상극을 벌일 때 경찰 19명은 교실 밖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911에 전화해 “친구들이 죽고 있다”, “지금 당장 경찰을 보내달라”고 8차례나 애원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인질 대치극 상황으로 오판해 복도에서 대기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가 이날 공식 발표한 타임 라인에 따르면 라모스는 사건 당일인 24일 오전 11시 32분 학교에 도착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1분 뒤 범인은 4학년 교실 112호로 난입했고 AR-15 반자동 소총을 사용해 무려 100여 발을 난사했다.

경찰관 10여명이 11시 35분 현장에 도착했으나 라모스는 교실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고 경관 2명은 라모스가 쏜 총에 맞았다. 11시 44분까지 교실에선 16발 총성이 울렸고 경관이 추가로 도착하면서 낮 12시 3분 교실 밖 복도에는 경찰 19명이 배치됐다. 같은 시각 교실에서 한 여자아이가 911에 첫 전화를 해 구조를 요청했고 7분 뒤 많은 급우가 숨졌다고 다시 신고했다. 이후 “제발 지금 경찰을 보내달라”, “아이 8∼9명만 생존했다”는 다급한 내용이 911에 접수됐다.

그럼에도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 19명은 교실로 진입해 라모스를 제압하지 않았다. 대신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낮 12시 50분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했다. 라모스가 교실에 난입한 시점부터 거의 1시간 20분이 지난 뒤였다.

학교 총격범의 경우 1초도 허비하지 말고 즉각 대응해 사살하거나 체포해야 한다는 표준 대응 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첫 구조 신고 전화를 한 뒤 약 50분 동안 경찰은 교실 밖 복도에서 대기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브 매크로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경찰의 대응과 관련해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현장 지휘관 아리돈도 서장은 라모스가 교실 내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채 대치하는 상황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매크로 국장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경순찰대 소속 무장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밸디 경찰이 무장요원들의 즉각적인 교실 진입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타임 라인에 따르면 연방 요원들은 낮 12시 15분 학교에 도착했으나 경찰의 불허로 35분 뒤에야 교실로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