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우주 쓰레기’에 사상 첫 벌금 부과

선명수 기자
지구 궤도에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를 시각화한 생성 이미지. NASA

지구 궤도에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를 시각화한 생성 이미지. NASA

미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우주 쓰레기를 부적절하게 방치한 위성업체에 벌금을 부과했다.

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날 미국 위성TV 업체 디시네트워크(Dish network)가 쏘아올린 위성 중 1기가 적절하게 폐기되지 않았다며 15만달러(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FCC는 “이는 우주 쓰레기 단속과 관련해 벌금을 부과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위성은 디시네트워크가 2002년 발사한 ‘에코스타-7’이라는 노후 위성이다. 해당 위성은 지표로부터 약 3만6000㎞ 거리의 ‘정지 궤도’를 도는 위성으로 2012년 FCC로부터 폐기 계획을 승인 받았다.

위성의 궤도는 고도에 따라 저궤도(200~2000㎞), 중궤도(2000~1만㎞), 타원형 고궤도(1만~4만㎞), 정지궤도(약 3만6000㎞) 등으로 분류된다.

원래 계획은 위성을 본래 활동 궤도보다 300㎞ 상공에 있는 이른바 ‘무덤 궤도’로 올려 폐기하는 것이었다. 다른 위성 및 우주선과 충돌 위험이 없는 구역으로 옮긴 후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업체는 에코스타-7이 무덤 궤도로 이동할 만큼 충분한 연료를 남겨두지 않은 채 위성을 운용했고, 결국 활동 궤도에서 122㎞ 높은 곳까지만 올라간 상태에서 지난해 위성이 수명을 다했다.

FCC는 “에코스타-7이 현재 고도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다른 위성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벌금 부과 이유를 밝혔다. 반면 디시네트워크는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에코스타-7이 “궤도 안전성과 관련한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구 궤도에 방치된 위성 파편 등 우주 쓰레기는 점차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957년 사상 첫 인공위성 발사 이후 1만개가 넘는 위성이 우주로 쏘아 올려졌고, 이중 절반 이상이 수명을 다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통제에서 벗어난 직경 1㎝가 넘는 우주 쓰레기 약 70만개가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주 쓰레기는 활성 위성 및 국제우주정거장(ISS) 등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심지어 작은 페인트 조각이라도 시속 1만7500마일(2만8000㎞)의 궤도 속도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오는 경우 우주비행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소속 천문학자 조나단 맥도웰은 뉴욕타임스에 “우주 공간은 매우 혼잡하기 때문에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정지 궤도에 ‘죽은 위성’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 궤도에는 ISS를 비롯해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등 약 500여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 이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약 5500개의 활성 위성 가운데 일부다. 대부분의 위성(약 4500개)은 지구에서 약 2000㎞ 떨어진 저궤도에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우주 쓰레기 문제는 당국의 단속 대신 위성업체들의 자율 규제에 맡겨져 왔다. 로얀 에갈 FCC 집행국장은 “위성 운용이 더욱 보편화되고 우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위성 업체들이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우주 쓰레기 발생을 억제할 획기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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