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에서도 바이든 친이스라엘 정책 비판 목소리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 일변도 정책에 대한 불만이 백악관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국무부 직원들 및 의회 보좌관들 일부가 대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 표명한 데 이어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WP는 26일(현지시간) 이달 초 백악관 직원 약 20명이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 아니타 던 선임 고문, 존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 바이든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과의 면담을 요청,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전략에 대해 질문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내려는 메시지, 전쟁 이후의 구상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백악관 참모들은 행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를 두고 이번 전쟁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간 발생한 어떤 현안보다도 행정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가 대통령과 오랜 기간을 함께 한 고위 참모들과 다양한 배경을 지닌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WP는 고위 참모들 역시 이번 전쟁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을 대신해 많은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우려한 한 고위 관료의 말을 전했다.

백악관 직원들은 ‘유대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애착이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국가라는 개념과 현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 이스라엘 정부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참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욤키푸르 전쟁이 일어난 1973년 당시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남이 이스라엘 국가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였다고 언급해 왔다. 하지만 당시 신생 군사 약소국으로 홀로코스트 여파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이스라엘이 지금은 극우 정부가 이끄는 군사 강국이라는 데서 괴리가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 정책이 아랍계와 무슬림 유권자를 자극해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에 대한 비판도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커뮤니티 리더들은 최근 백악관 참모들과의 회동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계 및 무슬림 유권자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수록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