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장관 “중국은 최대 위협, 코콤 같은 다자 수출통제 필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동맹국과의 대중 수출 통제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중국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위협이며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중국은 매일 눈을 뜨면 우리의 수출 통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아려 한다”면서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면 동맹과 엄격한 수출통제 공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를 위해 냉전 시대에 서방이 공산권에 대한 전략 물품 수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코콤(COCOM·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 같은 ‘다자주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가 미국 기업이 돈을 못 벌게 해도 중국이 독일, 네덜란드, 일본, 한국에서 기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말했다. 동맹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으며 미국 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코콤은 냉전시대 서방이 공산권에 대한 전략물품 수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수출통제체제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자 국제사회는 1996년 바세나르 체제를 출범시켜 코콤을 대체했다. 수출 통제 대상 국가를 공산권 국가라고 지정한 코콤과 달리 바세나르 체제는 ‘국제평화와 지역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모든 국가’로 규정한다. 그러나 바세나르 체제에는 러시아 등 구공산권 국가들도 회원국으로 포함돼 있어 미국의 뜻대로 조직적인 대중 수출통제 통로로 활용되기는 어렵다. 미국이 다시 코콤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몬도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에게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기업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게 단기 매출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10년 후 중국에 수출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수출 통제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해서 의도적으로 기업들을 몰아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콕 집어 추가 수출 통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수출 통제를 적용받지 않는 ‘H20’ 등 중국용 AI 반도체 칩 출시를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기업들이 정부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업계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위한 특정 성능의 반도체 칩을 재설계하면 바로 다음날 그것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또 AI 반도체 외에 수출통제를 고려하는 기술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물론”이라며 생명공학과 AI모델, AI 제품, 클라우드 컴퓨터, 슈펴컴퓨터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