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관문 볼티모어항 운영 무기 중단

석탄 등 공급망 타격 우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로 항구 운영이 중단되면서 지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컨테이너선 충돌로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무너지자 메릴랜드주 당국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항구 운영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핵심 관문으로, 미국에서 9번째로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다. 지난해에만 5200만t, 808억달러(약 109조원) 규모의 국제화물을 처리했으며, 자동차·석탄·설탕·농기계·석고 등을 수출입 하는 무역 허브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와 경트럭 약 85만대를 처리한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항으로 꼽히는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공급망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트럭운송협회 대변인 제시카 게일은 사고가 발생한 키 다리와 볼티모어항을 두고 “국가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라면서 “이번 사고는 이 지역에 중대하고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일 대변인에 따르면 매년 130만대, 하루에 약 3600대의 트럭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들이 볼티모어항을 이용하지 못하면 30마일(48㎞)가량을 우회해야 하며, 이로 인해 운송이 지연되고 연료 비용 등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주변 다른 항구에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물류 혼잡과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볼티모어항을 이용하고 있는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자동차,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BMW, 도요타, 닛산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체 운송 경로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고객에게 중단 없는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운송 업체와 비상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물류 서비스 제공업체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으며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티모어항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석탄 수출 항구다. 지난해 볼티모어항에서 수출된 석탄은 약 2300만t인데, 이는 미국 전체 해상 석탄 운송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번 사고로 석탄 수출이 중단돼 미 석탄 수출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콤바인과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 설탕과 석고 수출입을 위한 미국 최대 항구 중 하나다. 운송 분석가 딘 크로크는 “이번 사태가 농업에 막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티모어항 운영이 언제 재개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주가 걸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한동안 물류와 관련한 애로가 있겠지만, 미국 경제 전반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