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1년 만에…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박은하 기자

1년간 114명 체포 61명 기소

민주진영 운동가 투옥·망명

언론탄압…“문자의 옥 왔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30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그 사이 홍콩의 민주진영 운동가들은 대거 투옥되고 홍콩을 대표하던 일간지는 폐간됐다. 홍콩 시민들이 누리던 정치적 자유와 기본권은 크게 후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홍콩보안법으로 114명이 체포돼 61명이 기소됐다. 우치와이 민주당 전 주석,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지미 샴 구의원,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등이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4년 우산혁명(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을 주도하며 젊은 정치지도자로 올라섰던 3인방 역시 정치 활동에 족쇄가 채워졌다. 네이선 로는 영국으로 망명했다. 조슈아 웡은 자신이 창당한 데모시스토를 해산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반중집회를 조직한 혐의로 7개월 동안 구금됐다가 6월 초 풀려났다.

홍콩에 적용되던 영국식 사법제도는 무너졌다. 지난 23일 홍콩 법원에서는 테러와 국가분열 혐의로 기소된 통용킷(24)의 첫 재판이 배심원 없이 비공개로 열렸다. 지난해 6월30일 시행된 홍콩보안법 위반 사건 중 첫 재판이다. 변호인단은 홍콩의 헌법 격인 홍콩 기본권에 따라 공개재판을 받겠다고 법원에 신청했으나 불허됐다. 홍콩보안법 관련 재판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한 특정 법관이 맡는다.

‘광복홍콩’ 등과 같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은 홍콩 거리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음식점 등에 붙어 있던 시민들의 항의가 적힌 포스트잇도 자취를 감췄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10만명 이상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고됐다.

언론탄압도 이어졌다. 빈과일보는 폐간했으며, 논설위원 2명 등 관계자 7명이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생중계했던 입장신문은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필진과 후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칼럼을 내리고 신규 후원자 모집 등을 중단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홍콩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보장받지 못했던 영국 식민지 시절에도 언론의 자유만은 폭넓게 인정받았다”며 “홍콩의 힘은 언론의 자유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었는데 보안법 시행 이후 무너졌다”고 말했다.

홍콩 당국과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의 질서와 안정이 회복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민주주의 체제를 억압하고 중국 권위주의 체제로의 편입을 가속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서약이 의무화되자 지난 한 해 공무원 1800명이 사직했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