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홍콩선 ‘일국양제’ 허물고, 대만엔 “무력 통일 불사” 긴장 키워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홍콩·대만 문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자 홍콩 반환 24주년 기념일을 이틀 앞둔 29일 홍콩에서 한 남성이 나란히 걸려 있는 중국 국기와 홍콩기를 바라보고 있다. 홍콩 | AF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자 홍콩 반환 24주년 기념일을 이틀 앞둔 29일 홍콩에서 한 남성이 나란히 걸려 있는 중국 국기와 홍콩기를 바라보고 있다. 홍콩 | AFP연합뉴스

시 주석, 보안법·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에 대한 직접 통제 강화
캐리 람, 홍콩 반환 기념일에 본토 공산당 창당 기념식 첫 참석

중화민족 부흥 ‘마지막 퍼즐’ 대만의 미국 밀착엔 “전쟁” 경고

7월1일은 공산당 창당 기념일인 동시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기념일이다. 하지만 올해 홍콩 반환 기념일은 공산당 창당 기념식에 가려 빛을 잃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행정수반으로는 처음 홍콩 반환 기념일 행사 대신 본토에서 열리는 공산당 창당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여년 만에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대만 통일도 넘보고 있다. 신장·티베트 등 소수민족 통합과 홍콩·대만 문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안정과 장기집권을 꾀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다. 중국은 이를 내정이자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다. 대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일국양제와 홍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국양제는 서구 열강에 빼앗긴 홍콩 등을 되찾기 위해 덩샤오핑이 짜낸 묘안이었다. 그는 1978년 개혁·개방 논리의 하나로 사회주의 정치제제를 핵심으로 하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일국양제 개념을 처음 꺼내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를 설득해 1984년 홍콩반환협정을 이끌어냈다. 마침내 1997년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고, 중국은 일국양제를 바탕으로 50년간 외교·국방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홍콩에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국양제의 약속은 홍콩 반환 20여년 만에 사실상 무너졌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던 2014년 ‘우산혁명’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며 6개월 넘게 이어진 2019년 민주화 시위를 거치며 중국은 불안감을 느꼈다. 급기야 지난해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밀어붙였고, 올해는 선거제를 개편해 홍콩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강화했다.

현재 홍콩의 모습은 시진핑 주석 집권으로 이미 예고됐다. 중국 국무원은 2014년 6월 내놓은 ‘홍콩특별행정구 일국양제 실천’ 백서에서 “홍콩의 관할권은 중앙에 있고, 고도의 자치권은 정부가 부여하는 만큼만 누릴 수 있다”며 “일국과 양제를 동등한 가치로 여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백서는 옛 영국 식민지의 정치적 저항을 길들이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서 “홍콩은 이제 그의 야심을 명료하게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화약고가 된 대만

대만 통일은 홍콩의 중국화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식되고 있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도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요충지로 여긴다. 중국에도 대만은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끄는 데 있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미 해군은 매달 한 차례 이상 대만해협을 지나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수시로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또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했던 미국은 최근 들어 대만 관리들과의 접촉을 장려하고, 2016년 중단된 무역투자기본협정(TIFTA) 협상을 재개하는 등 대만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문제 언급을 내정에 간섭하고 핵심이익을 건드리는 것으로 간주한다. 런궈창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 하거나 대만이 미국에 의지해 무력으로 통일에 저항하려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독립은 막다른 길로 전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실제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3월 중국이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맞는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도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양안아카데미는 지난 5월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위험지수가 -10∼10 범위 중 7.21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만 통일을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끄는 마지막 퍼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공산당은 대만의 분리를 제국주의 압력의 산물로 인식한다”며 “그것이 대만 통일을 다른 강대국에 의한 굴욕의 끝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직 중국 관료인 장무성은 “대만 통일은 당의 정통성뿐 아니라 시 주석 개인에게도 특히 중요한 문제”라며 “그가 통치의 정당성을 대만 통일에 두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권력을 집중한다면 몇 년 더 집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