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강제노동’ 압박에 미 수출 중국기업 위구르족 고용 중단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직업훈련센터에서 수강생들이 기술을 배우고 있다. 신장｜박은경 기자

애플에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는 중국 업체 렌즈 테크놀로지는 지난해부터 신장위구르 자치구 출신의 위구르족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감축했다. 당초 이 회사에는 중국 정부의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된 2200명의 위구르인이 일하고 있었다. 회사 측은 지난 여름 이들 가운데 400명을 내보낸 데 이어 연말까지 대부분 위구르족 노동자와 계약을 해지했다. 신규 채용도 중단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동에 대한 비판과 압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 내 기업들이 신장 출신 노동자들의 고용을 중단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스크 생산업체인 중국 허베이 하이신그룹도 그 가운데 한 사례다. 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마스크를 판매하는 이 회사의 한 직원은 “강제노동 의혹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회사가 지난해 9월 신장 노동자들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더 이상은 신장 출신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한국 기업인 태광실업의 중국 법인도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중국에서 나이키 운동화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강제 동원 의혹이 있는 위구르족 노동자 수백명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올랐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논란이 불거지자 나이키 홈페이지를 통해 신장 출신 노동자들을 모두 돌려보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이 그동안 신장 출신 위구르족 노동자들을 고용해 온 건 신장에서 운영되는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 때문이다. 중국은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을 집단 교육 시설에 수용해 직업 훈련을 시키고 이들을 중국 내 각 지역의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도 받기 때문에 그동안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신장 위구르족 강제수용과 강제노동 의혹이 불거지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국제인권단체는 신장 지역에서 운영되는 직업훈련소가 사실상 강제수용소이며, 위구르족이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미국은 이미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와 토마토 등 각종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 13일에는 자국 기업에 신장 지역 강제 노동이나 인권 유린과 관련된 거래와 투자에서 손을 떼라는 경보를 발령했다. 이같은 조치 때문에 애플이나 나이키 같은 미국 기업에 납품하는 중국 공장들이 수출 제한을 우려하며 신장 출신의 위구르족 노동자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기업들이 위구르족 고용을 무조건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가 지원하는 노동 이전 프로그램은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개인적인 의지로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까지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마야 왕 중국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은 스캔들을 피하는 것보다 공정한 고용 관행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한족도 노조를 조직하려다 탄압에 직면하는 중국 상황에서 위구르족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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