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호협력 환영”vs대만 “관계변화 없을 것”…온두라스 대선결과 촉각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온두라스 대선에 출마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자유재건당 후보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선거가 끝난 뒤 손으로 브이(V)자를 그려보이며 웃고 있다. 테구시갈파 | AFP연합뉴스

온두라스 대선에 출마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자유재건당 후보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선거가 끝난 뒤 손으로 브이(V)자를 그려보이며 웃고 있다. 테구시갈파 | AFP연합뉴스

중미 국가 온두라스의 대선 결과가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의 수교 의지를 밝힌 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다. 현재 수교국이 15곳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대만으로서는 추가적인 외교관계 단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온두라스 대선에서 야당인 자유재건당 시오마라 카스트로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29일 현재 개표 작업이 일시 중단되고 결과 집계가 지연되고 있지만 50% 이상 개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카스트로 후보가 여당인 국민당 나스리 아스푸라 후보를 20%포인트 가까이 앞서면서 당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카스트로 후보도 “새 역사를 만들었다”며 일찌감치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중국과 대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카스트로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당선되면 즉시 중국과 외교·교역 관계를 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80년간 대만과 외교 관계를 이어온 온두라스가 중국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대만과의 단교를 의미한다.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은 수교국이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대만은 이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7개 수교국과의 관계가 단절됐고, 현재 수교국은 15개국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카스트로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중국은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카스트로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널리 인정된 규범”이라며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기반 위에서 모든 나라와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온두라스 대선 소식을 전하며 “중국은 중국과 외교·교역 관계를 열겠다고 약속한 카스트로 후보의 승리가 다가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그가 약속을 지킬 경우 대만과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14개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카스트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장 중국과의 수교를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실제 대선 전 온두라스 대선 후보들에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고, 카스트로 후보 측도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도 일단은 이번 대선이 온두라스와 대만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우리는 이번 선거에 참여한 양 진영과 모두 깊은 교류가 있었다”며 “대선 결과가 온두라스와의 외교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고 자유시보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우 부장은 또 “이번 대선은 결과와 상관없이 대만과 온두라스의 외교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거 상황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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