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민 위한 민주주의” 속내는…

김혜리 기자

공산당, 미 주도 ‘민주주의 정상회의’ 앞두고 ‘맞불’ 국제포럼

인권 문제 등 앞세운 서구 공세 피하고 체제 정당성 강화 시도

중국이 오는 9~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비판하며 ‘중국식 민주주의’를 선전하는 이데올로기 공세에 나섰다. 중국 체제에 대한 서구 사회의 비판에 맞대응하고 내부적으로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다.

중국 외교부는 5일 ‘미국 민주상황’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정치제도의 문제를 지적한 1만5000자 분량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글에서 외교부는 미국 민주주의가 금권정치화했으며, 1인1표 제도는 소수 엘리트 정치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미국 의회폭동, 인종차별, 빈부격차, 코로나19 대응 실패,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철군 등을 미국식 민주주의의 실패 사례로 거론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전날 ‘중국의 민주’라는 제목의 2만2000자 분량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서 중국 정부는 “민주는 장식품이 아니라 인민이 해결을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면서 “민주는 각국 국민의 권리이지 소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서구가 민주주의를 무기로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같은 날 베이징에서 120여개 국가 또는 지역, 20여개 국제기구에 소속된 400여명의 국내외 인사가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한 ‘민주: 전 인류의 공통 가치’ 국제포럼을 열었다. 미국 주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맞불성 포럼이었다. 황쿤밍(黃坤明)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은 기조연설에서 “민주에는 전 세계 보편적인 모델이 없다”며 “각국은 서로 존중하고 구동존이(일치를 추구하되 차이점은 그대로 두는 것)하고 상호 교류하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00년간 중국 공산당 지도자는 초지일관 민주를 추구하고 발전시키며 실현했다”면서 “인민이 주인이 되는 것이 중국 민주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연이어 서구 민주주의 시스템을 비판하며 ‘중국식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데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홍콩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대화의 흐름을 전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력화하고 국내에서도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중국식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함으로써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을 앞세운 서구의 민주주의 공세를 피해가고 동시에 내부 체제 정당성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 지도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비판 때문에 국제적 야망이 계속 좌절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군사적·경제적으로 강해진 지금 서구 민주주의를 극복해야 할 마지막 장애물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선전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당장 중국 내부에서부터 ‘중국식 민주주의’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SCMP는 최근 중국 공산당과 이견을 보이는 이들은 중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꾸준히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대변해주는 후보가 없다고 생각해 읍·면 단위에서 주민들을 대표하는 지방의원 선거에 나갈 결심을 한 베이징에 사는 예징환(69)의 사례를 들었다. 예징환 등 주민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무소속 후보 13명은 집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통제당했다. 휴대전화 서비스까지 갑자기 중단됐고 경찰에게 연일 괴롭힘을 당했다. 이들은 결국 안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난달 1일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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