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투표율 ‘30.2%’ 민심 외면…친중파 90석 ‘거수기 의회’ 탄생

박하얀 기자

입법회 역대 최저 투표율

직전 선거보다 28%P 하락

중국 “민주주의 진전” 자찬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 치러진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친중 진영이 완승을 거뒀다.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30.2%를 기록했다. 홍콩과 중국 당국은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며 ‘투표 보이콧’ 민심과 동떨어진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 전체 유권자 447만2863명 중 총 135만680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30.2%로 집계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역대 입법회 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다. 이전까지는 2000년 선거 투표율이 43.57%로 가장 낮았다. 우산혁명 이후 치러진 2016년 9월 입법회 선거 당시 투표율 58.29%와 비교하면 28%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반면 무효표는 2.04%로 역대 총선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지난 3월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 실시되는 입법회 선거다. 후보 등록자들의 애국심 등을 평가하는 자격심사위원회가 설치되자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범민주파 진영은 선거 제도를 문제 삼으며 후보를 내지 않았다. 자격 심사를 통과한 후보 153명 대부분은 친중 인사로 채워졌고 10여명만이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중도파들도 모두 패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잠정 집계 결과 10개 지역구에 출마한 중도성향 혹은 친정부 진영이 아닌 후보 11명 전원이 큰 표차로 패했다”면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선거제) 정비로 개편된 입법회 전체 90석이 모두 친정부 진영 후보 차지가 됐다”고 전했다. 친중파인 건제파가 의석 90석 가운데 89석을 가져갔다. 홍콩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DAB)은 모든 지역 선거구에서 의석을 확보했다.

홍콩 당국은 투표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투표 마감 후 성명을 통해 “13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오늘 표를 행사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그들의 표는 입법회 의원 선출뿐만 아니라 개선된 선거제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람 장관은 “정부가 잘하고 공신력이 높으면 국민이 정부를 감독할 다른 의원을 뽑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며 “투표율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콩 명보는 “민주 진영 지지자들은 낮은 투표율이 홍콩 선거제와 당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낮은 투표율에 이미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중문대 정치학자 이반 초이치컹은 “새로운 입법회는 정부와 너무 가까워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의원들이 과도하게 협조적이어서 정부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부패가 증가할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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